송미리내 작가 2년만에 초이갤러리 개인전, 콘텍티트4 '너와나 언젠가 다시 만난다' 개최

바느질을 통한 비물질 노동집약적인 연결성 뒤의 '사회적 원자' 표현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입력 : 2020.06.20 19:35
▲緣(연)240호 대형 캔버스./사진제공=송미리내 작가

송미리내 작가는 ‘실과 바늘’을 이용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송 작가가 2년만에 'CONNECTED4' 주제와, ‘너와나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부제로 젊은 작가를 위해 마련해준 마포구 토정동 갤러리 초이 공간에서 6월 25일부터 한달간 개인전을 연다. 그는 ‘실’과 ‘바늘’로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켜 CONNECTED라는 시리즈의 작품을 창작해오고 있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緣<연>표현 방법은 240호 대형 캔버스에 바느질을 할 때 캔버스가 까칠하고 두껍다 보니 바늘 구멍은 종 종 나무를 뚫고 필연적으로 지나간다. 그 바늘 끝을 작가의 검지손가락으로 꾹 누를 때마다 작가는 엄청난 통증을 함께 느낀다. 처음 통증은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따가우나 반복을 하면 아픈 통증마저 무더져 몸이 그런 행위에 적응하며, 익숙해짐을 느낀다. 이런 과정은 작가에게 내 몸을 사용하는 원동력이자 고통에서 향유, 희열 등을 느끼는 주이상스(Jouissance)로 '몸'은 인식한다.

송 작가는 말한다. “지금도 바느질을 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실’은 제 가족의 생계를 이어준 끈인 동시에 필연적인 오브제가 되었다.”고 설명하며, 오브제인 실과 바늘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의미를 설명한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과거 삶의 경험에서 체험한 역사에 주목하고, ‘실’과 ‘바늘’의 행위로서 작품을 표현한다. 이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예술 행위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해줄 염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 제 ‘몸’ 그리고 ‘실’과 ‘바늘’을 매개로 삶을 연구하는 행위이다. 즉 바느질의 생명력은 충동적인 행위 자체와 시각적 프레임 안에서의 비물질 노동집약적인 ‘선’의 조형성을 중심으로 연결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6월25일 갤러리초이의 개인전에서는 좀 더 확장된 바느질의 기법과 과학과 점자 바느질을 활용한 개념적인 작업을 관람객이 마주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서 작은 입자들은 서로 필연적으로 조직과 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러한 연결성은 우리가 사는 사회구조와 참 많이 유사하다. ‘사회적 원자’처럼 말이다. 그러한 사회 구조 안에 소외된 시각장애 언어인 점자를 활용하여 나노입자(사회구조) 속 점자(너와나 언젠가 다시 만난다)언어를 통해 CONNECTED를 창발한다.

송미리내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사회구조 속 점자(너와나 언젠가 다시 만나다)가 연결성이 되는 과정을 제시하고, 익숙하지 않았던 입자와 점자언어를 한번 더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기대한다.

전자현미경 확대 모습./사진제공=과학자 권순구

송 작가와 협업(콜래버레이션)한 권순구 박사는 "우리의 눈은 가시(可視) 세계를 볼 수 있는 운동에너지(electron volt, eV) 정도의 가시광선 에너지에 맞게 진화했다."며, "그러나, 원자들이 뭉쳐있는 결정 구조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십 만 운동에너지를 내는 전자현미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원자의 속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면, 그 때는 필요한 에너지의 단위가 다시 수십 억 운동에너지로 뛰어오른다."고 강조했다.

권 박사는 만약 "원자핵을 깨고 그 안의 소립자들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조 운동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거대 시설이 필요하고, 물질계는 더 작은 규모의 구조로 내려갈 수록 더 강한 에너지로 단단하게 묶여 있다."고 말했다. 즉 "역설적이지만, 인간의 감각에 가장 친숙한 세계는 가장 취약하고 가변적이며, 물질계의 견고한 실체를 이루는 극미 세계는 낯선 모습으로 에너지의 장벽 뒤에 감추어져 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가변과 불변, 거시와 미시의 모순 관계는 물질계를 지탱하는 연결성의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지상에서 태어나 먹고 걷고 사랑하기 위해서, 소립자들과 원자들의 결합구조는 태양계를 수십 억년 간 변함 없이 지탱해야 하고, 한 사람의 몸 속에서 수십 조 개의 세포(cell)들이 한 치의 오류도 없이 동일한 생화학 반응을 진행할 수 있게끔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재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합 안정성이 지나쳐서 어떤 변화도 허용되지 않는, 핵융합도, 지각변동도, 돌연변이도, 물질대사도 일어나지 않는 절대 불변의 물질계가 되어버린다면, 이 우주는 아무런 역동성도 없는 말 그대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고만다."며, "오늘날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의 도움을 받아 원자들 사이의 연결성이 안정적인 대칭구조와 역동적인 비대칭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 기저의 연결망 속에서 가변성과 안정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결성은 만남과 소통을 통해서 매개된다.”며, “송 작가의 신작들은 점자로 표현된 만남의 메시지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좀 더 깊은 층위에서 예술가와 과학자의 만남이 형성하는 계면(界面, interface)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200nm(200나노밀리리터)송미리내 작가 작품을 권순구 박사의 전자현미경으로 확대 모습./사진제공=초이갤러리

이어 유학 5경 중 하나인 “예기(禮記) 제19편 악기(樂記)에 보면 “악(樂)은 같게 하고, 예(禮)는 다르게 한다 [樂者爲同 禮者爲異]는 구절이 나온다.”며, “여기서 악(樂)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만들고 각자의 처지를 뛰어넘어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게 한다. ”며, ”반면에 예(禮)는 규율과 구조로서 구분 짓고 가르며, 사람과 사물에 위치와 역할을 부여한다. ” 그러하며 "요컨대 이 구절의 악(樂)과 예(禮)는 문명의 두 카테고리, 즉 같아지는 활동과 구분하는 활동을 상징한다고 하겠다.고 ” 인용했다.

이에 따라서 “예술가란 악(樂)의 세계에서 공감의 영역을 탐구하는 사람들이며, 학자란 지적인 질서를 추구하며 구분 짓고 나누는 예(禮)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이다.”며, ,“예술과 과학의 만남은 바로 악(樂)과 예(禮)의 만남이며, 같음이 다름을 드러내고, 다름이 같음을 드러내는 착종(錯綜)의 관계인 셈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권순구 박사는 “화학자로서 물질과 물질의 만남이 형성하는 계면이 변화와 창조의 원천이 됨을 알고 있다.”며, “그리고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물질들이 아닌 분야들 간의 만남을 체험하고, 저의 연구결과 중 일부가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는 기회를 얻게 된 데에 큰 보람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시 참여 소회를 밝혔다.

관람객에게는 과학자인 자신이 느꼈던 즐거움만큼, 연결성에 대한 송미리내 작가의 탐구가 보는 이들께 하나의 울림을 드릴 수 있기를 기원했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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