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재단이 주목한 '시간을 조형'하는 작가 오민, 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개인전

초청자에서 확장된 질문 '오민:초청자, 참석자, 부재자' 작품 선보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입력 : 2020.07.28 08:40
▲7월 31일부터 초청자에서 확장된 질문을 하는 '오민:초청자, 참석자, 부재자' 개인전이 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다./사진제공=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7월 31일부터 9월 27일까지 에르메스 재단이 주목한 작가 오민의 개인전 ‘오민: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를 개최한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의 맹나현 규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음악의 본질적인 요소, 즉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총 다섯 곡의 음악으로 구성된 ‘부재자’와 그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을 기록한 영상인 ‘참석자’, 그리고 그 영상의 설치를 전환하는 퍼포먼스인 ‘초청자’의 도큐멘테이션 영상과 함께 작업을 위해 작가가 창작한 스코어(score)를 선보인다.

미술이 아닌 피아노 연주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은 오민 작가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동안 오민은 음악의 보편적인 구조를 활용해 불안의 감각을 다루거나 연주자로서의 태도와 규칙 등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음악의 구조와 형식을 작업의 주요한 소재로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듣기 힘든 소리 혹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주제로 음악의 범주 자체를 넓히며,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에 이어 참여자들에게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각각 독립적인 작업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부재자는 참석자, 초청자의 기반이 되고 ▲참석자는 초청자의 일부로 구성된다.

퍼포먼스 작업인 초청자는 2019년 플랫폼엘의 다목적홀 플랫폼 라이브에서 선보인 바 있으나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오민의 작업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보도록 유도한다. 결국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는 소리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해 신체, 움직임, 공간 등에 관한 질문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재자는 오민은 작곡가 문석민에게 듣기 어려운 혹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작곡해 줄 것을 의뢰하면서부터 시작된 작업으로 이 작업은 ‘듣기 어렵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오민은 문석민에게 다섯 가지 관계인 ▲존재하지 않는 소리, 있는 것으로 가정될 뿐 실제 발생하지 않을 소리 ▲다른 소리를 통해 유추해 들어야 하는 소리 ▲소리가 나는데도 잘 들리지 않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엮여 총체적으로 듣기 어려워진 소리를 구성해 제시했다.

이렇게 하여 오민 작가는 문석민과 함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재료를 찾아 다섯 곡으로 구성된 음악 ‘부재자’를 완성했다.

그리고 듣기 어려운 소리를 재료로 완성된 부재자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참석자. ▲참석자는 음악을 둘러싼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음악을 듣는 방식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참석자’에서 연주자들은 어떻게든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며 관람객은 움직임(진동)과 시공간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소리를 듣기 어렵게 만든 ‘부재자’를 연주하는 각각의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영상을 통해 드러나게 되고, 관람객은 이러한 미묘한 움직임을 통해 소리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초청자’는 ‘참석자’를 상영하기 위해 제작한 가벽을 계속해서 움직이며 여러 형태의 관계들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키는 퍼포먼스이다. 2019년 11월 플랫폼 라이브에서 선보인 작업이며, 이 작업은 음악 연주자의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연주자 간 관계 ▲시간과의 관계 ▲관객과의 관계 등 관람하는 시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관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에 진행했던 퍼포먼스의 기록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초청자’는 영상의 상영과 그 영상 설치를 전환하는 두 개의 막으로 구성된다. 1막은 ‘부재자’의 구성에 따라 다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고, 다음 장으로 전환되는 순간 2막의 장이 교대로 삽입되며 전개된다. 장이 전환하는 순간마다 관객들은 계속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는 듣기 어려운 소리를 듣고 보기 위한 능동적인 자세를 유도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다.

실제로 관객들은 영상의 설치가 전환되는 순간마다 움직이는 무대를 따라 공연자와 장비, 무대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이 관람할 위치와 순간을 점유할 수 있다. ‘알렉세이’는 부재자의 콘셉트, 디렉션을 위한 스코어이자 훈련을 위한 연습곡이다. 작가 오민은 문석민과 함께 부재자를 완성하는 동안 들리지 않는 소리 혹은 듣기 힘든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눈과 귀를 훈련하는 작업인 ‘알렉세이’를 병행했다.

알렉세이는 부재자를 관통하는 개념을 탈바꿈하기 위한 실험으로, 부재자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을 음악 언어에서 보편 언어로 그리고 다시 보편 언어에서 움직임 언어로 치환한 작업으로 알렉세이는 갤러리2에서 참석자와 함께 상영된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를 위해 창작한 스코어들도 함께 전시된다. 오민의 스코어에는 악보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오선보와 음자리표 등 보편적인 음악 기호들이 아닌 직선과 곡선, 문자, 화살표, 도형, 이미지와 같은 다양한 형태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그래픽 악보라 불리며, 실제로 악보를 그리는 데 활용되는 형식.

그래픽 악보는 1950년대 중반부터 음악가들을 포함한 여러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서양 음악의 구조적 틀(조성)에 의존하지 않고 악기와 음높이, 음 길이, 음색 모두를 연주자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 모턴 펠드먼(Morton Feldman, 1926~1987), 얼 브라운(Earle Brown, 1926~2002), 백남준(1932~2006),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1936~2017),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 1960~) 등이 있다. 이중 존 케이지와 백남준은 1960년대 플럭서스(FLUXUS) 운동을 주도한 아티스트들이다.

오민은 스코어를 자신의 콘셉트를 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면서 협업자와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자 실연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용도로도 활용하며, 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질문을 정리하는 역할 등 창작을 위한 다양한 용도로 스코어를 만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스코어는 작가가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를 구성하고 디렉션하기 위해 만든 스코어 리스트와 협업 및 창작을 위해 창작한 스코어, 타임라인-수행 플랜-플로어 플랜, 개념 다이어그램, 이미지 기록, 테크 라이더, 텍스트, 질문 등을 모두 포함한다.

▲오민 작가의 9월 신작 퍼포먼스'412356' 영상 스틸./사진제공=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기자는 먼저 7월 27일 작품 설치가 끝난, 오민 작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먼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전시 주제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서 했다.

오민 작가는 이에 대해 “시간과 공간에 관해 한마디로 축약하기는 너무 어렵지만 먼저, 시간과 공간은 하나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의 흐름은 공간의 변화를 통해 감지하고, 공간을 이루는 여러 가지 ‘몸(저는 몸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요” 라며 “여기서의 ‘몸’은 신체일 수도 있고, 물체일 수도 있고, 빛이나 공기, 또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들 간의 거리 역시 종종 시간으로 환산하며, 시간을 사용할 때는 시간을 공간화 하여 인식합니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이어 “저는 마치 물질을 자르고 접고 붙이듯 시간 역시 조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부연했다. “이는 아마도 소리를 재료로 시간을 구성하는 서양 음악의 전통적 어법이, 제 작업에서 일종의 모국어처럼 작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고 밝혔다.

오 작가는 그러면서 “작업의 뼈대를 이루는 질문들을 일종의 공간처럼 바라보면서, 각 공간들의 거리를 설정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공간 사이를 이동하거나, 동시에 방문하거나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갑니다.”고 말했다.

특히, 오민 작가는 “시간예술은 ‘몸’, 움직임, 이미지, 소리, 공간, 시간으로 조직된다고 생각합니다”며, “‘몸’이 움직여 이미지와 소리를 남기고, 이미지와 소리가 공간을 형성합니다”고 강조했다. 즉 “움직임에 의한 이미지와 소리의 변화, 즉 공간의 변화가 바로 시간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전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소리에 관한 리서치와 올해 진행하고 있는 시간에 관한 리서치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전시 제목 <초청자, 참석자, 부재자>의 주체는 소리입니다.”고 밝혔다.

오민 작가는 “아울러 전시에서는 소리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자신의 ‘몸’을 바꿔 재등장하면서 시간을 형성해 나가도록 계획했으며, 9월 5일에는 소리에서 출발해 시간으로 확장된 질문들에 관한 신작 공연을 발표할 계획입니다.”고 9월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인 퍼포먼스 계획을 전하며, 전화 인터뷰를 끝냈다.

작가 소개
오민(1975~)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오민은 영상과 퍼포먼스를 주 매체로 미술과 음악의 교차점, 영상과 라이브 공연이 만나는 접점에서 신체가 시간을 감각하고 운용하며, 소비하고 또 발생시키는 방식에 주목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음악의 언어와 구조(조성 등)를 작업에 대입해 연주자의 움직임과 무용가의 움직임, 무대의 안과 밖의 모습을 그만의 시선으로 표현해왔다. 또 소리로 듣는 음악을 넘어 눈으로 보이는 음악에 집중하며 시간과 공간, 몸, 움직임, 소리, 이미지 간의 관계를 조직하는 정교한 스코어를 만들고 이는 작업을 구축하는 원천이 된다. 스코어를 비롯한 작업의 결과물은 시간이 촉발하는 불안의 감각과 운동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구체적인 장면과 추상적 관계의 경계 및 상호작용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오민은 서울대에서 피아노 연주(1998)와 그래픽 디자인(2000)을 전공하고 예일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2008)를 받았다. 그의 작업은 독일 모르스브로이 미술관(레버쿠젠, 2020),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서울, 2019, 2017), 포항시립미술관(포항, 2019), 아트선재센터(서울, 2018), 아뜰리에 에르메스(서울, 2018),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서울, 2018), 국립현대미술관(과천, 2018, 2014), 드 메이넨 미술관(시타드, 2018), 대구시립미술관(대구, 2017), 두산갤러리(뉴욕, 2017·서울, 2016), 아르코미술관(서울, 2017, 2016), 국제갤러리(서울, 2016), 수원시립미술관(수원, 2016), 백남준 아트센터(용인, 2015), 독일 에르푸르트 미술관(에르푸르트, 2011) 등에서 전시됐다. 네덜란드 국립미술원과 삼성문화재단 파리 국제 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 des Arts)에서 거주 작가로 활동했으며,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2017), 송은 미술 대상 우수상(2017), 신도 작가 지원 프로그램(2016), 두산연강예술상(2015)을 받았다.

문석민(1986~) 문석민은 일반적인 악기 소리부터 다양한 소음까지 감각 가능한 다양한 소리를 발굴하고 또 그 소리 재료들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탐구해 왔다. 최근에는 미술가, 안무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비음악적인 재료를 음악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 그의 작품은 한국(Sound on the Edge), 미국(Mise-En Festival), 이탈리아(Contemporanea 2018), 독일(Weimarer Frühjahrstage), 리투아니아(Festivalis Druskomanija) 등에서 디베르티멘토 앙상블, MDI 앙상블, 네오 콰르텟, 트리오 캐치, 앙상블 TIMF 등으로 연주됐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1.스크리닝, 콘서트, 토크 ‘물질과 시간’ 2020년 8월 8일(토), 오후1시~ 저녁 7시 플랫폼 라이브, 오민 작가의 신작 퍼포먼스 ‘412356’ 2020년 9월 5일(토) 저녁 7시 플랫폼 라이브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함께 만드는 그래픽 스코어’ 매주 화요일, 8월: 오전 11시(8-11세), 오후 4시(5-8세) 갤러리2, 갤러리3 및 렉처룸

한편, 플랫폼엘은 같은 시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예술 체험을 제공하고 상상과 영감이 있는 풍요로운 사회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아트센터로 2016년 봄 완공된 플랫폼엘 건물은 갤러리와 라이브 홀, 중정의 열린 공간, 렉쳐룸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전시,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의 작업들을 담아낼 예정이다. 플랫폼엘은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열려 있는 학습과 탐구의 공간, 국내외 예술가 및 기관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플랫폼엘은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해 온 태진인터내셔날과 루이까또즈가 설립한 태진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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