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의원 “소통이 부족한 정치인? 소통에도 종류가 있다”

보수정권이 탄핵되고 정권이 교체된 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사건의 전모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공익과 정의에 따를 뿐 나를 내세울 일은 결코 없다”는 권 의원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일을 극히 꺼린다.

돌아보면 권 의원은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 철저히 업무 중심으로 접근해왔다. 국회의원들이 흔히 정치부 기자들과 식사 자리를 통해 교류하는 것과 달리 권 의원은 인터뷰나 당 공식 회의를 제외하고는 기자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다. “관계 중심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업무 중심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것이 권은희식 정치다.

<더리더>는 칭찬합시다 마흔세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권 의원과 지난달 22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 들어봤다.

▶아마도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문인 것 같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무조건 원안 통과를, 자유한국당은 무조건 반대를 견지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국민의당이 중간 역할을 하게 됐다.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로서 세월호특별법의 경우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적극 중재에 나섰다. 또다른 참사를 예방하는 예방법의 원칙, 기존 법치주의의 법적 안정성 등이 조화를 이루는 중재안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3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이의 연대감과 신뢰감을 확인했다.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 과거의 직책이 됐다. 이제는 통합신당인 바른미래당의 최고위원이 됐다. 1기 최고위원으로서 소감과 각오는
▶통합신당의 탄생에 대한 인지는 높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에 대한 인지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아직 당 지지율은 부침을 겪고 있다. 설 연휴 때 지역에선 많은 분들이 바른미래당이 제시하는 정치의 가치, 통합과 개혁이라는 가치와 방향에 대해 많이 공감해 주셨다. 명분이 있는 방향이라고 동의해주셨다. 그래서 1기 최고위원회와 지도부가 꼭 해야 할 일은 이런 가치에 맞는 활동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통합에 성공했지만 국민의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홍도 많이 있었는데
▶국민의당이 온전한 형태로 통합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신다. 바른미래당이 실제 통합과 개혁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실현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꼭 실현해달라는 당부를 많이 들었다. 이 가치들을 실현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기보다, 실현할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는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갖는 의미는 단지 다당제는 아닐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나아가려는 정치의 방향은 무엇인가
▶기존의 정치는 기득권과 패권으로 점철된 벽이 있었다. 국민과 유리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해야 할 일들을 전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장벽을 낮춰 우리와 함께할 인재들이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단순히 3당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념을 기반으로 한 패거리 의식이나, 패권을 형성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세력이다.

-‘광주의 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지역에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통합 과정에서 지역 정당을 뛰어넘어 통합을 이야기했다. 의원 개인의 영역에서 본다면 고민이 많았을 것인데
▶나를 아끼시는 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너의 선택이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정치적인 생명이나 이익과 같은 사사로운 부분을 따지지 않았다. 소신에 부합하는 길이냐만 봤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역시 호남 지역인 김관영 의원과 뜻이 통했다. 정치를 할 때 정치적 이익이나 유불리를 따져서 소신을 접는다면, 그런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란 공감대가 있었다.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전 대표와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선택 과정에서 교감이 있었나
▶서로 소통하진 않았다. 서로의 행동에 대해 이해를 구하거나 그런 과정은 없었다. 사안에 대한 판단이나 방향성에 따른 판단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추구해야 할 가치이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 전 대표도 비슷한 생각과 선택을 한 것뿐이다.

-말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단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이번 당 통합 때도 그런 모습을 보였는데
▶원래 말이 별로 없다. 여의도에서는 다들 과정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과정과 소통에 익숙지 않다. 하지만 방향성은 일관된다. 그 덕분에 주변에서 권은희의 행동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의원총회에서 유성엽 의원과 언쟁을 벌인 일에 대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무례한 부분을 지적한 것뿐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훼손됐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소통에 익숙지 않다고 표현하지만 의정 활동 때 모습은 다른데
▶무엇을 소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통에는 업무 중심의 소통과 관계 중심의 소통이 있다고 본다. 기성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관계 중심의 소통에 훨씬 능하고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관계 중심의 소통에는 다소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관계 중심의 소통은 공익적인 일과 국가의 일을 처리하는 데는 부수적이고 보조적이라고 본다. 관계 중심의 소통에 지나치게 치우칠 경우엔 지켜야 할 원칙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중심의 소통을 통해 의견들 사이의 교집합을 찾고,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고민해야 한다. 조직과 사회생활 하는 데 중요한 것은 업무 중심의 소통이라고 판단했다. 그 부분에 대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정치인들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지금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국회에서는 교집합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 현재 정치는 이념에 기반을 두고, 이념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법과 원칙 그리고 상황에 대한 공감 등을 조화해 내면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 중 하나다. 국민과의 소통도 중요할 텐데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많은 관심과 지지가 있었다. 아직까지도 큰 고마움을 느낀다. 다만 지지와 성원이 편 가르기로 흐르는 것에 우려가 있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사회도 이념으로 나뉘어 있다. 공무원 생활을 할 때부터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사회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활동에만 집중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적폐청산의 한 부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 자연스럽게 권은희란 이름을 떠올리는데
▶내가 부각돼야 할 일은 하나도 없다.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과장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다. 내가 부각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에서 인물이 부각되면 사건이 갖는 가치와 의미가 퇴색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본분에 충실한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지와 성원은 감사하지만,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이기도 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보나
▶공수처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수사권과 관련 기존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완전히 넘긴다는 것이다. 이것보다 검찰 수사 권한을 분산하는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권력 집중을 완화하는 것도 있지만 수사권 집중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형사사법 시스템을 제대로 돌리는 것이 낫다고 본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아동폭력·성폭력 등 암수범죄(hidden crime)의 경우 지역사회가 가까이서 범죄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한을 분산해 지역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권한을 부여할지는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이라고 본다.

-정작 사개특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데
▶소위원회(소위) 구성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소위 구성을 8대8이냐, 9대7이냐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인위적인 구성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우선 모여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누가 소위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를 인위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관점에서 사개특위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할 때다.

-업무적 소통, 교집합 찾기, 자연스러운 논의.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그렇다면 권은희가 생각하는 정치인의 조건은 무엇인가
모든 자세와 태도가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공익의 관점과 자세를 가진 뒤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세와 태도로 국가는 정의롭게, 국민은 편안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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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의원이 추천한 칭찬주인공은 4월호에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