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vs 경제 3법, '이슈'에 사활 건 與野…대선 전까지 경쟁 이어질 듯

[정국 주도권을 잡아라, 이슈정치①]이슈=당 지지율, 민심은 무엇에 반응하나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11.06 13:54
21대 국회 들어 정당 간 치열한 ‘이슈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범여권을 포함해 180석을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수도 이전’을 화두로 던졌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필요성을 꺼내들었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이 포함된 ‘경제3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맡은 김종인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기본소득’을 당 정책 1호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포함, 5·18 정신 계승, 기회와 공정, 경제민주화 등 진보 진영 어젠다로 분류되는 정강·정책을 새롭게 마련해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 대표의 ‘경제 3법’에 노동법까지 추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간 이슈 대결은 차기 대선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 당이 어떤 이슈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정국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다. 당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3법 등 재계의 입장을 전달했다./사진=뉴시스
◇李, 협치 능력 시험대
이낙연 대표는 올해 경제 3법의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경제 3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 등이다. 감사의원 분리 선임,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 대표 소송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등이 뼈대를 이룬다. 

경제 3법은 정부 및 재계와의 조율이 필요하고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인 분야다. 재계는 경영 3법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9월 2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은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을 추진해 기업들로선 사면초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달 6일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 위기를 극복하는 시기인데도 상법, 공정거래법 등 200건이 넘는 기업 규제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글로벌 기준보다 과도하게 높은 규제”라고 말했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개정안이다. 대기업 감사선임에 대주주 3%만 의결권을 주면, 결국 주식 10% 이상 가진 기업만 200개 이상인 국민연금이 권한을 독점한다는 ‘3%의 룰’이다. 이 대표가 이 부분을 재계와 어떻게 합의할지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지난달 14~15일 이틀 동안 재계 관계자들과 함께 공정경제TF 정책간담회를 개최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선명성 부각하고 대선주자 입지 굳히나

경제 3법은 대표적인 ‘친노조 반기업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에서 좌절된 법안인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한다면 이낙연 대표의 주요 성과로 남을 수 있다. 이 대표 취임 후 첫 정책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이었다. 이 대표가 지난 8월 청와대에 제시한 정책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이고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에게도 공감을 받지 못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과 경제계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행정수도 이전 화두로 던진 與, 부동산 값 잡을까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후 16년간 가라앉아 있던 논의를 민주당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월 20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꺼냈다. 김 원내대표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줄이려면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증가율은 지난 2016년 0.47%에서 2017년 0.35%로 감소했으나 2018년 0.46%, 지난해 0.50% 등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 인구 구성비가 처음으로 50.0%를 기록했다.

인구가 모이자 수도권의 집값이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강남 지역 아파트 땅값은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62% 상승했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9년간의 땅값 상승률(13%)에 비해 4.8배 높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지난달 21일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평형별 평균 매매시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민층이 많이 찾는 전용면적 40~62.8㎡의 중소형 시세가 2017년 5월 3억7218만원에서 올해 7월 6억1741만원으로 65.9%(2억4523만원) 올랐다.

김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는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값은 잡히지 않았다. 당정은 부동산 공급 확대도 검토하고 있지만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 이상 몰려 있는 상황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野, “수도 이전 이슈는 국면 전환용”

더불어민주당은 수도 이전을 언급하고 일주일만에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단장은 우원식 의원이다. TF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수도법’ 개정 △국민투표 실시 △원포인트 헌법 개정 등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여야 합의”라며 개헌은 가장 마지막 카드라고 했다.

개헌 없이 이루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야당은 우선 여당이 수도 이전을 들고 나오자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에 서울시 아파트(값) 인상 관련, 갑작스럽게 여당 원내대표가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자고 하는데 수도라는 것이 그렇게 일조일석에 함부로 옮길 수 없다.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듭해 결론이 나기 전에는 행정수도 이전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 14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니어재단 기본소득제와 주거 부동산 정책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종인의 기본소득, 대세는 ‘좌클릭’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 취임하자마자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를 정치적 목표로 삼으면서 기본소득을 화두로 던졌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정치권 논의를 공식 제안하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정강정책 1호로 삼았다.

대표적인 진보 진영 정책인 ‘기본소득’을 보수정당 수장이 제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이 좌파가 이야기하는 것이 본래 뜻이 아니다”라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많이 없어질 시기를 대비해 시장경제를 보호하고 시장에서 수요를 지속시키기 위해 소득을 국민들에게 나눠주자는 게 기본소득의 원래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진보 어젠다가 대거 포함된 새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새롭게 제시한 국민의힘 정강정책은 △기본소득 △5·18 정신 및 산업화 정신 계승 △피선거권 만 18세 이하로 하향 △국회의원 4연임 금지 △KBS 사장 대통령 임명권 폐지 △법관 출신 인사의 사직 후 즉시 출마 제한 △권력형 범죄 공소시효 폐지 △기초의회·광역의회 통폐합 등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법’도 꺼내 들었다. 이 대표의 경제 3법과 함께 노동법도 논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 여의도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전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정경제 3법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도 함께 개편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야당이 거론하는 노동법 개정은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이슈 떨어지니 지지율도 ‘뚝’

국민의힘이 새로운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35.3%로 전주 대비 3.1%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27.3%로 2.3%포인트 하락했다. 열린민주당은 7.3%, 국민의당은 6.6%, 정의당은 5.5%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진보적인 정책을 당론으로 삼아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지율이 김 위원장 취임 당시 가졌던 27.5%에 근접할 정도로 하향 국면에 있다”며 “민주당이 이토록 헛발질을 하는데 지지율 하락은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비대위는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대안 없이 소리만 요란했던 ‘이슈 선점 이벤트’가 그 효력을 다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도 외연 확장을 외치며 정강정책 맨 앞자리를 장식한 기본소득제나 전일보육제에 대한 당론 법안을 발의한 적 있느냐”며 “경제 3법에 대해 공론의 장을 열기보다 반대 목소리에 ‘잘 알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가르치려 든다”고 비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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