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지 못한 ‘수도권 과밀화’, 외국도 숙제

[지방정부 ‘뭉쳐야 산다’②]‘주택’에서 ‘직업’으로 인한 쏠림 늘어…맞춤형 연계정책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1.03.03 10:32
수도권 과밀화가 국가차원의 해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균형발전을 위한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고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행정통합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는 등 수도권 과밀화 해소는 여전히 요원하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증가율은 2016년 0.47%에서 2017년 0.35%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8년 0.46%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9년에는 0.50%를 기록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5~34세 연령대에서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이동이 크게 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이라 해도 수도권과 연접한 시·군과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 및 그 주변 지역으로만 인구가 모인다.
‘주택’으로 인한 이동이 가장 많았지만 점차 ‘직업’으로 인한 이동이 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역 소멸이 예상되는 곳에 주택과 일자리를 연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지역발전 정책, 과거 정부에선 어땠나
과거 정부에서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 차원의 지역발전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정치·사회·경제적 차이가 지역 격차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행복도시 건설, 신활력사업 등을 추진했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신설됐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됐다. 176개 공공기관을 12개 광역시·도로 이전하는 계획이 확정됐으며 곳곳에서 혁신도시 건설 공사가 착수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광역 단위의 협력이 거론됐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핵심 국정과제로 광역경제권 구축을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했다. 규모의 경제에 바탕한 광역경제권 중심의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책의 기조를 ‘균형발전’에서 ‘경쟁력 강화’로 전환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 간 협력을 강조하는 ‘56개 지역행복생활권 정책을 내세웠다. 행정구역을 초월해 인접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전국 어디서나 일자리·교육·의료·문화·복지 등의 생활서비스를 누리게 하자는 구상이다.

지역행복생활권에 들어가는 기초지자체 수를 2〜4개로 한정했다. 중추도시권의 경우에만 인근 시·군을 포함해 4개 이상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개별 지자체는 인근 시·군과 통근·통학률, 접근성, 산업경제적 연계성, 역사적 내력, 주민 인식 등을 바탕으로 상호 합의해 생활권을 구성토록 했다.

각 지역행복생활권의 인구 규모는 농어촌생활권의 경우 10만 명 전후, 도·농연계생활권은 10만〜50만 명 미만, 중추도시권은 50만 명 이상으로 설정했다.

‘56개 지역행복생활권’은 과거 중앙 주도식 지역발전 계획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상향식 지역발전 정책을 표방했다. 또 정책단위도 광역경제권에서 행복생활권으로 재구성했다. 하지만 ‘시·군 간 복합생활권 연계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국가를 공언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5대 국정목표로 삼았다.
역대 정부에서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했지만 수도권 과밀화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방행정연구원은 2017년 발표한 자료에서 “과거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중앙 주도형 정책 설계와 중앙집권적 정책 체계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시행의 주체인 지자체는 소외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방 살리기’, 해외 사례는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 우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국 도시들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제공, 취업 알선, 육아 지원 등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영국 리버풀시는 ‘1파운드(약 1260원) 주택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쇠퇴한 산업도시인 리버풀은 도시를 떠나는 주민으로 인해 빈집이 넘쳐났다. 빈집 철거 비용 등을 감안해 시가 1파운드 주택 정책을 고안했고, 유럽 곳곳에서 이를 벤치마킹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 위치한 소도시 올로라이와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인근 루베시에서도 ‘1유로 프로젝트’ 정책이 나왔다. 독일 라이프치히시는 성장지향적인 접근 대신 인구감소에 부합하는 살기 편한 도시로의 재구조화전략을 적용했다. 도시 내 노후 시설물을 철거하는 물리적 재개발 대신 시설물을 축소 공급하고 친환경 녹지를 확대하는 정책이다. 산업구조 역시 과도한 성장 중심 개발보다 소규모 고용창출을 위한 구조로 바꿨다.

프랑스의 레지옹(r.gion) 정책은 지방분권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레지옹은 1982년에 시행된 ‘지방분권법’에 따라 국가에 의해 신설된 최상위 지방단위다. 2016년부터 22개에 달하는 레지옹이 통폐합되면서 13개로 줄었다. 또 레지옹에 주요 권한을 이양해 분권을 강화했다.

일본 오사카시는 시를 4개의 특별구로 전환해 광역기능을 ‘부’로 일원화하는 ‘오사카도 구상’을 투표에 부친 바 있다.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4개의 특별구와 주변 기초자치단체로 통합하는 안으로 우리나라의 대구경북행정통합안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루어진 주민투표에서 반대 50.6%, 찬성 49.4%로 부결됐다. ‘오사카도 구상’의 실패 요인으로는 오사카유신회라는 지역정당 주도로 추진돼 시민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광주 전남 혁신도시 조감도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