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봤지?"…'신선한 반란'은 시작됐다

[심층리포트-청년·초선 돌풍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편승민 임윤희 기자 입력 : 2021.06.03 11:22


심층리포트① 여야, 초선 등 신예 정치인 목소리 커져…대선 향배 가를 수도


젊은 정치인이 대세로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때 내건 슬로건은 ‘40대 기수론’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40대의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신민당’ 이미지를 내세운 YS 논리에 가세해 당시 45세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48세였던 이철승 전 의원이 대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신민당의 총재였던 유진산 전 총재는 이들을 향해 ‘입에서 아직 젖 비린내가 난다’는 의미인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비유하며 폄하했다.

2021년 정치권도 당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중진 의원이 신예 정치인을 두고 ‘예쁜 스포츠카’, ‘동네 뒷산’으로 비유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는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번 당 대표는 사실 멋지고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웅 의원(초선·서울 송파갑),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 김은혜 의원(초선·경기 성남분당갑) 등을 ‘예쁜 스포츠카’에 빗댄 것이다.

당대표에 출마하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웅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젊은 초선급의 약진이 눈에 띈다’는 진행자 말에 “동네 뒷산만 다녀선 안 된다”며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설악산과 지리산 등 ‘중간 산’도 다닌 사람이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준석 당대표 여론조사 1위…“野 쇄신 인물” vs. “지나가는 바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중진 의원들이 신예 정치인을 향해 연달아 견제구를 날리는 것은 여론이 이들에게 반응해서다. 우선 4.5 재보궐선거에서 20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게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7 보궐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55.3%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 여론조사 1위를 기록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22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30.1%로 17.4%를 기록한 나경원 전 의원을 12.7%p 앞섰다. 뒤를 주호영 의원이 9.3%, 김웅 의원이 5.0%, 김은혜 의원이 4.9%, 홍문표 의원이 3.7%, 윤영석 의원이 3.3%, 조경태 의원이 2.8%를 기록, 한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다(포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이 전 최고위원은 각종 방송 패널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26살이던 2011년 그는 새누리당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된 ‘박근혜 키즈’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포함,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거쳤다. 보수 정당의 합리적 보수 포지션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길을 걸어왔다.

또 SNS를 활용해 주요 정치인이면 피했을 주제인 젠더 이슈, 여성 징병제, 암호화폐 등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밝혔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 그리고 쇄신·변화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이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한 기대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도로 새누리당’으로 되지 않기 위한 ‘변화의 인물’로 떠올랐다는 것.

그러나 20대 남성 표심 몰이에 집중하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노이즈 마케팅’을 활용해 인지도를 높였다는 비판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4·7 재보선 이후 ‘여성할당제 폐지’를 내세우며 남녀 편가르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와 더불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 안팎의 해석은 엇갈린다. 국민의힘 복당을 선언한 홍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에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썼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SNS를 통해 “홍준표 의원님, 보수의 2030세대 확장 훼방 놓지 마십시오”라며 “보수에서는 꿈조차 꾸기 어려웠던 2030세대 확장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낸 후배 정치인에게 박수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지지층을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초선의원들이 4월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공동 입장문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與 초선, 쇄신안 밝혔지만…문자폭탄으로 위축
민주당에서도 초선 의원들이 모임 ‘더민초’를 만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오영환, 이소영, 전용기, 장경태, 장철민 의원 등 초선 5인은 4.7 재보선 참패 직후 ‘조국 사태’ 등 자체 패인 등을 담은 입장을 내놓으면서 당의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 ‘더민초’ 소속 의원 40여 명이 화상 회의를 열고 “장관 후보자 가운데 최소 한 명 이상은 낙마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재고에 들어갔고,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끝내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모임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의 변화나 돌풍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1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 초선이 많다. 300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152명에 이른다. 민주당의 174명 중 절반에 가까운 81명이 초선이다. 수는 많지만 존재감이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초선 5인이 민주당 자성 목소리를 내자 당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받아 이들의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은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을 비판하는 모습으로 확산되자 당내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초선5적’, ‘초선족’으로 비판을 받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다시 성명서를 내고 “2030 청년 세대가 느낀 실망감을 기대감으로 바꾸기 위해 저희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듯 민주당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국민 목소리를 잘 듣고 더 잘 담아내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를 당 지도부가 귀담아 듣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된다. 재보선 후 4차례 전체모임을 갖고 ‘쇄신위 구성’과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당헌·당규 재개정 등 초기 문제제기는 반영되지 않았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초선 5인이 지난 재보궐 이후 내놓은 반성문과 혁신안이 당 지도부에게 바로 제압당했다”며 “그런 쇄신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당은 여전히 자신들의 진영에 갇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이 1위한 것은 소위 ‘수구정당’이라고 불렸던 당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이라며 “송영길 당대표가 되고 나서도 부동산 정책이나 특별하게 개혁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개혁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초선 활동·2030표심 중요한 이유
그럼에도 이들의 ‘반란’이 여의도 정치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초선들은 통상 당의 쇄신·개혁 역할을 맡았다. 계파나 기득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초선의원들의 ‘초심’이 당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민주당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한나라당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대표적인 소장파로 기록된다. 2000년 천신정은 정풍운동을 주도, 새천년민주당의 기득권이었던 ‘동교동계 원로의 2선 후퇴를 이끌었다. 이들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다. 한나라당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소신파로 당 쇄신을 주도,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천막당사로 당 승리를 이끌어 2007년 정권탈환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이 속한 18대 국회 한나라당 초선모임인 민본21은 이명박정부를 겨냥, 쓴소리와 개혁정책을 쏟아냈다.

이처럼 초선의 쇄신과 개혁 목소리는 향후 정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특히 현재 정치권의 시곗 바늘은 내년 대선을 향해 있다. 여야의 신예 정치인이 2030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대선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교수는 “다음 대선에서는 2030 표심을 잡는 정당이 이길 가능성이 많다”며 “이 세대는 지금 여당이나 야당을 지지한다기보다 중도층인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급격한 변화를 원한다. 이준석이 당대표 1위한 것도 정치권의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당이 변화와 개혁 메시지를 먼저 주는지에 따라 민심이 반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초선이 이끄는 선거열차, ‘2030’ 태워라


[심층리포트②]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앞두고 캐스팅보트 쥔 MZ세대 공략 사활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강태린(왼쪽두번째부터), 이용, 홍종기, 함슬옹, 김용태 후보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정치판에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초선 의원은 절반이 넘는 151명(50.3%)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7재보선 참패 이후 2030의원들의 반성문에 이어 여당내 초선 모임인 ‘더민초’가 결성됐다. 지난 4월 22일 더민초는 여당 지도부를 향해 쇄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쇄신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은 언제나 옳다. 저희가 부족했다”며 “국민께서 주신 엄중한 경고, 깊이 새기고 혁신하기 위해 뭉쳤다”고 밝혔다.

더민초는 지속적인 당 쇄신을 위해 △당내 쇄신위원회 구성 △당 지도부의 박원순·오거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 지역위원회별 ‘쓴소리 경청텐트’ 설치와 ‘세대별 심층토론회’를 통한 국민 소통 △ 당이 주도권을 갖는 당정청 관계 △입법·정책 결정에 앞선 의원 간 집단 토론 활성화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6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서 한 20대 남성 참석자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유라 씨 특혜 등에 분노해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다”면서 “하지만 윤미향, 조국 사태 등으로 20대들은 민주당에 엄청나게 실망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촛불집회 대상이 민주당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달 12일 더민초는 청와대에 야당이 부적격 판정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중 최소한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후 박준영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자진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신진세력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20.4% 지지를 얻으며 선두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여론조사기관 PNR이 머니투데이 더300과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결과, 이 전 최고위원은 20.4% 지지율을 보였고 그 뒤를 4선의 나경원 전 의원이 15.5%로 바짝 쫓았다. 

이어 5선 주호영 의원(12.2%), 초선 김웅 의원(8.4%), 4선 홍문표와 5선 조경태 의원이 각각 4.3%로 뒤를 이었다. 또한 처음 여론조사 대상에 올랐던 초선 김은혜 의원도 3.5%라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당초 1970~1980년대 초선 및 원외 인사들이 출사표를 낼 때만 해도 당 안팎으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내년 대선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의 영파워는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면서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오른 이 전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는 ‘2030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유권자가 될 것”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2030세대를 껴안을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전 최고위원은 특히 MZ세대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확보하면서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MZ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955년~1963년생은 ‘베이비붐 세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세대는 ‘386 세대’라 불린다. 이후 1990년대에는 ‘무언가로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X세대’가 청년층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요즘 청년세대의 이름은 그럼 무엇이냐? 1980년~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합쳐 MZ세대라고 부른다.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공정’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기존 사회의 차별을 받는 것을 절대 가만히 두고보지 않는 세대다.

MZ세대는 직장에서도 당당히 자기 몫을 요구하고, 대기업을 혼쭐내는 세대다.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직장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요구하면서 기업 문화마저 바꿔나가고 있다.

올해 초 MZ세대는 대기업 성과급 불만을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에 게시하며 불공정 사회적 이슈로 키웠고, 생산직 위주 노조와 별도로 최초의 사무직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31살의 직원이 노조를 만드는 데는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가입 인원은 4000명까지 늘었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대기업들까지 확산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노조 설립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기에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SNS로 뭉친다.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아서 카카오페이, 비트코인과 같은 핀테크 서비스에도 익숙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불거졌던 동학개미운동, 코인광풍의 주축도 바로 MZ 세대다. 이들의 재테크 전략은 부동산시장까지 번지면서 부동산계의 큰손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MZ세대가 선거판을 흔들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MZ세대의 표심은 여야의 희비를 갈랐다. 그동안 진보여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MZ세대는 재보선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 여당 참패의 원인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깨고, 현안별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MZ세대는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지난 서울, 부산 재보궐 선거의 판세를 뒤흔들었다.

지난 선거 당일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20대 남성 유권자의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당시 후보에게 투표했다. 30대 남성 역시 63.8%가 오 후보에 표를 던졌다고 응답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2.6%)에 투표했다는 응답의 2배에 육박했다.

반면 20대 여성에서는 박 후보가 44.0%로 오 후보(40.9%)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는데 이는 서울시장 보선이 치러지게 됐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을 남성들은 내로남불로, 여성들은 남성 권력 문제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극심한 취업난과 계속되는 집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상황 속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인천국제공항 사태’ 등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공정’의 가치를 둔 MZ세대의 분노가 폭발해버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열린 '청년국민의힘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MZ세대, 내년 대선서 ‘캐스팅 보트’로 떠올라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MZ세대는 이제 내년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과 4년 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주역이 MZ세대였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에서 이들은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MZ세대가 이슈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낼 뿐,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두 번의 선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재보선에서 MZ세대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해서 다음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에 투표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것이지 국민의힘을 온전히 지지하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 후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케이스탯·엠브레인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곳이 함께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주된 요인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이 잘못해서”라는 답변(61%)이 가장 높았다(4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에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20대와 30대는 가장 선호하는 정치지도자로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꼽았다. 이 지사는 20대와 30대에게 각각 15%, 16% 지지를 얻으며 여론조사 전체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030세대 지지율(7%, 14%)을 앞섰다.

이 지사의 경우 기본소득 등의 이슈를 선점하면서 청년 층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이 지사 특유의 사이다 화법과 강한 행정 추진력도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야 특명, MZ세대를 사로잡아라

여야는 내년 3.9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2019년 기준 1696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한다.

보궐 선거가 끝난 후 당을 재정비한 민주당은 성난 부동산 민심을 의식한 듯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정책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바꾸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정책의 전반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성년의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은 당 부동산특위에서 논의 중인 청년·신혼부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반전카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무주택 청년·신홍부부에 한해 집값의 90%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하면 부동산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는 계산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청년·신혼부부의 경우 집값의 6%만 있으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금융구조를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대표를 뽑는 데 있어 초선 당대표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낸 2030세대를 붙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01명 중 초선의원은 56명으로 과반이 넘기에 초선 당대표가 전혀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이번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듯이 전통적 보수층에 더해 2030층을 끌어안지 못하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며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경륜과 패기를 넘어선 지혜와 정치력, 결단력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나 전 의원은 “MZ세대의 현안부터 치매 어르신들의 아픔, 세종시 국회 이전부터 가덕도 신공항 문제, 배달 근로자의 안전부터 기업의 경영 자율성 회복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스마트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편승민 기자 carriepyun@mt.co.kr



‘꼰대정치’ 엎고 세대교체 마중물 될까


[심층리포트③]서열 중심 당내 기득권 걸림돌…민심 어루만질 비전 제시해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 쇄신을 외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초선들은 세대교체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21대 국회 초선들의 약진에 대해 “억눌려 있다가 손을 놓으면 굉장히 크게 반등하는 스프링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40대가 정치권에서는 유독 86세대에 눌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나친 선수와 서열 위주의 한국정치 틀이 깨져나가는 조짐으로 봐야 한다”며 “과거의 기득권,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증에 대한 반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초·재선들이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개혁의 목소리를 많이 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지나치게 숨겨져 있었다. 정상화 과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가 언급했듯 과거에도 정치권에 초ㆍ재선이 전면에 나서 당내 개혁을 이끌었던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당시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을 필두로 한 초재선 그룹이 당의 실세로 불린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2선 퇴진을 요구했다. 권 최고위원은 당시 보름 만에 사퇴했다. 소위 ‘보스 중심’ 정당문화에서 이 같은 모습은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정풍운동은 당시 민주당 내 주류였던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이끌어내 ‘정치 지형 변화’를 만들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및 열린우리당 창당으로까지 이어졌다.

진보당에 개혁을 이끈 ‘정풍운동’이 있었다면 보수당에는 ‘남·원·정 트리오’가 있었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에는 당 쇄신을 주장하는 소장파가 부상했다. 1999년에는 ‘미래연대’라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2000년 16대 국회에서 재선한 남경필, 정병국, 원희룡은 미래연대에서 의기투합했다. 세 사람은 ‘남·원·정 트리오’로 불리며 보수정당의 쇄신세력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차떼기 사건으로 보수 정당이 위기에 빠지자 17대 총선 당시 ‘천막당사’를 가장 먼저 쳤던 것도 이들이다.

2002년 대선에서 재차 패한 뒤에는 개혁의 선봉에 서며 당을 지탱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하며 2007년 정권탈환의 기반을 닦았다. 남·원·정 트리오 역시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이들의 따끔한 지도부 비판은 내부 정화작용을 했다.

◇정치 세대교체론의 대명사 영국의 토니 블레어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달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한 김웅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향해 “영국 같은 데를 보면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의 출현이나 보수당의 캐머런의 출현이나 그 사람들이 30대에 출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장은 “그런 것을 우리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냐”며 초선 당대표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제3의 길’을 내세우며 등장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정치판의 세대교체를 언급할 때 단골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영국은 당시에 18년간 보수당이 장기 집권을 하고 있었고 노동당은 극좌로 흐르며 집권과 멀어지고 있었다. 

노동당 당수에 오른 토니 블레어는 ‘신노동당’(New Labour)이라는 브랜딩을 통해 고든 브라운과 함께 영국 노동당의 우클릭을 주도했다. 90년대 보수당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노후화된 제조업 탈피 및 금융, 문화 산업 중심으로의 체제 개편을 계승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대거 받아들였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3차례의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역대 노동당 최장수 내각, 전후 유일하게 영국 총리를 10년 넘게 역임했다.

이 외에도 39세 때 보수당대표가 돼 당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뒤 5년 후 정권까지 탈환했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38세에 기성 정당에 대항해 새로 당을 만들어 이듬해에 정권을 거머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이 30대 기수로 정치판을 뒤흔든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여야 초선들 당심 넘어 시대정신 담은 콘텐츠 제시해야
“민주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의 50여 명 초선의원들은 민심보다 혹독한 당심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전당대회에 출마를 밝힌 초선의원들과 중진 간에 불협화음을 통해 당내 기득권층과의 마찰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진보당과 보수당의 초선들은 당 쇄신이라는 공통 미션을 가지고 기득권층과 맞붙었다.
 
전문가들은 초선들이 실질적인 정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당 권력에도 저항하며 민심에 맞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구체적 비전 제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세대교체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꼰대정치’를 꼽았다. 이 평론가는 “내용을 가지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몇이야 하는 대응이 바로 꼰대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꼰대정치가 사려져야 세대 간에 바람직한 충돌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선들에게는 “시대정신을 담은 콘텐츠를 제시해야 민심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적 지지와 당심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초선들이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데 애로점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정당문화를 돌파하고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젊다는 것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이나 빈부 격차의 문제 해법, 백신 공급 같은 국민들이 공분을 사고 있는 문제에 정확한 입장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들의 가장 큰 걸림돌로 당내 기득권층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일부 중진들이 응원 메시지를 내며 초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수진영의 원조 소장파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젊은 바람이 전당대회를 흽쓸고 있다”며 “이 바람의 동력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젊은 돌풍이 중진의 변화도 몰고 올 것이라면서 “중진들까지 변화해야 우리 당이 더 큰 변화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중진은 그대로 있고 초선만 바뀌어서는 성공으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위해 열린 토론회를 보고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방금 전 0선, 초선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토론회를 유튜브로 봤다”며 “발랄한 그들의 생각과 격식 파괴, 탈권위적 비전을 접하면서 우리 당의 밝은 미래를 봤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 공식대로 예상 가능한 결과라면 기대감도 매력도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면서 “유쾌한 반란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으로 이어진다면, 기대감을 한껏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쾌한 반란의 주인공, 그런 대표가 선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이들에게 지지의사를 밝혔다.

임윤희 기자 yunis@mt.co.kr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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