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인생 버킷 리스트 1순위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2.10.14 12:13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지난 8월 출판한 『내 인생의 무기』(최보기 지음)는 내년이면 나이 만 육십 살, 환갑이 되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꼼꼼히 더듬어 찾아낸, ‘이겨놓고 싸우는 88가지 삶의 지혜’다. 1번 무기가 ‘겸손해서 손해 본 적 없었다’인데 마지막 88번 무기의 소제목은 ‘삶의 절대반지 이것’이다. 이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것, 바로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이전의 77개 무기를 넘어 아무리 많고 강력한 무기를 지녔다 해도 모두 무효다.

유창선 박사는 정치평론가이자 논객으로 방송 등 언론에 자주 나와 대중들에게 얼굴이 꽤 알려진 유명인사다. 정치 수준과 별개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 많다 보니 ‘내로남불’ 격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자기의 ‘희망’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정치평론가를 비난하는 수준이 매우 높다. 정치평론가도 사람인데 이런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유창선 박사처럼 30년 넘게 다른 직업 없이 생업으로 그 일을 했다면 정도가 더욱 심했을 것이다.

발병(發病)의 직접적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지난 2019년 유 박사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급하게 수술을 받으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 행로에 접어들었다.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거쳐 적지 않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온 3년, 아무나 경험하기 어려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그가 뜨거운 깨달음을 얻었으니 “세상은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의 삶은 스스로 돌봐야 한다. 행복은 뜨거운 광장이 아니라 고즈넉한 개인의 삶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진리다.

산문집 『나를 찾는 시간』은 그 깨달음의 구체적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유 박사에게 새롭게 자리 잡은 인생 버킷 리스트 1순위는 무엇일까? 차마고도 걷기, 중국 만리장성 오토바이로 질주하기, 세렝게티에서 사자 사냥하기 같은 ‘하찮은’ 것들이 아니라 바로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다. 

유 박사는 ‘우리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놓다가 미처 지우지 못하고 가게 될 것이 바로 그것’임을 투병의 삶으로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IQ84』에 나오는 “이 자연계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 이하의 존재가 된다는 것과 똑같은 만큼의 깊은 죄악이다”는 말의 깊은 뜻을 그때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나를 찾는 시간』의 마지막 이야기는 ‘나를 사랑하는 삶’이다. 유 박사는 이 대목에서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의 『나이 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에 나오는 “나는 나이 듦에 싸우느라 모든 힘을 낭비하는 대신, 주름살에 새겨진 삶을 자신 있게 내 앞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감추지 않고 그냥 드러내는 모습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어울릴 것 같다. 니체의 자기 사랑(아모르 파티)도 그런 것, 새처럼 가벼워져야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로 책을 끝맺음한다.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 돌아온 유창선 박사는 이제 아주 ‘가벼운 사람’으로 변하는 중이다.
▲『나를 찾는 시간』 / 유창선 지음 / 새빛 펴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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