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정합성을 갖추어 씁시다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글의 앞뒤가 상충하거나 어긋나지 않도록 작성해야

글쟁이㈜ 백우진 대표 입력 : 2024.04.24 10:50
편집자주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백우진 글쟁이㈜ 대표
식과 실행에는 차이가 있다. 내적 정합성에서도 그런 차이가 나타난다. 즉, 내적 정합성을 모르는 사람은 적지만, 지키지 않은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내적 정합성이란 앞뒤가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앞뒤가 상충하거나 어긋나면 내적 정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서술 대상에 대해 정반대의 이야기를,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맥락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처럼 전할 경우 글은 자기모순에 빠진다. 그런 글은 독자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독자는 사전 지식이 없어도 내적 정합성 잣대를 통해 글의 완성도를 걸러낼 수 있다. 남의 글에서 내적 정합성을 위배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야 자신의 글을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도록 작성할 수 있다. 이번 연재는 이런 취지에서 내적 정합성을 충족하지 않은 반면교사 사례를 살펴본다.

1446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우리글(한글)을 세종대왕이 창제하면서, 우리 문화를 떳떳이 기록하고 전할 수 있는 문화혁명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월인석보〉 1권 책머리에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략)
훈민정음 창제의 취지에 관해서는 1443년(세종 25)에 세종이 손수 저술한 〈훈민정음〉 예의 편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국어는 중국말과 다르므로 한자를 가지고는 잘 표기할 수 없으며, 둘째 우리의 고유한 글자가 없어서 문자 생활에 불편이 매우 심하고, 셋째 이런 뜻에서 새로글자를 만들었으니 일상생활에 편하게 쓰라는 것이다.
출처: 한류의 뿌리, 21세기북스, 2024

찾으셨는지. 이 글에 따르면 세종은 1443년 한글 해설서 〈훈민정음〉을 저술했고, 3년 뒤인 1446년 한글을 창제했다. 이상한 대목이다. 한글 해설서부터 편찬하고 한글을 창제했다니. 아무 지식이 없거나 과거에 배운 사실을 잊어버렸어도 이상한 대목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세종은 1443년 한글을 창제했고, 1446년 해설서 〈훈민정음〉이 편찬되도록 했다.


하라리 〈사피엔스〉의 자가당착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서조차 정면 충돌하는 앞뒤 부분이 발견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해 멸종시켰다고 주장한다. 학살 이유로는 두 종이 먹을거리를 놓고 생사가 걸린 경쟁을 벌여야 했다는 가설을 내놓는다. 그는 앞부분에서는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한 배경은 두 종이 먹을거리를 놓고 경쟁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두 종의 식량은 사슴과 견과류와 장과류로 동일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뒷부분에서는 정반대 얘기를 들려준다. “또한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의 근거지로 이동해왔더라도 현대인의 무리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두 집단이 먹잇감을 놓고 심각한 경쟁을 벌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서술한다.

이로써 그는 모순에 빠졌다. 이는 사피엔스를 설명하는 최초가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오류다. 참고로 기존 연구는 먹잇감 경쟁에 대한 전자와 후자 중 후자를 지지한다. 〈사피엔스〉는 핵심 내용에서 내적 정합성과 사실 적합성 모두를 충족하지 못한다.

다음 사례는 신문 기사다. 이 기사가 포함한 용어설명에 따르면 DTI보다 DSR이 높다. DTI의 분자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액만 포함된 데 비해, DSR의 분자에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이 들어 있어서다.

이 용어와 기사 내 통계는 들어맞지 않는다. DSR보다 DTI가 높다. 내적 정합성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DTI가 200% 정도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타 대출 이자가 연소득의 두 배 전후라니.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이로써 사실 적합성도 어겼다.

[용어설명] DTI·DSR
DTI(Debt to Income Ratio·총부채상환비율)는 연소득에서 매년 상환해야 할 담보대출 원리금·기타대출 이자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DSR(Debt Service Ratio·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연소득에서 매년 상환해야 할 금융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기사]
(전략) 연소득 대비 그해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원리금을 보여주는 DSR의 경우 한국은 2017년 11.9%에서 올해 1분기 14.1%까지 2.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은 6%에서 5.9%로, 미국은 8.1%에서 7.8%로, 영국은 9.2%에서 8.6%로 낮아졌다. 주요 5개국 중에서는 일본만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연간 소득 대비 상환해야 할 전체 부채를 보여주는 DTI의 경우 한국은 2017년 181.8%였는데, 2021년에는 209.8%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204%로 낮아졌다. 미국은 2017년 108.3%에서 101.8%로 낮아졌고, 독일은 94.7%에서 101.5%로 높아지는 데 그쳤다. 수치 자체나 증가 폭에서 모두 한국이 크게 악화된 모양새다.
출처: 고금리 부메랑 맞은 ‘영끌 대출’…빚 갚느라 소비할 돈이 없다, 2023.10.25.

어디에서 틈이 벌어졌을까? 국제결제은행(BIS)은 DTI라는 용어를 한국과 다르게 정의하고 활용한다. DTI를 부채/ 연소득 비율(debt-to-income ratio)이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하면 DTI는 DSR과 급이 다른 개념이 되고, 수준이 쉽게 몇 배가 된다. 백분율로는 평균 200% 전후가 된다.
정합성을 지키는 대안은 BIS의 비율은 DTI 대신 ‘연소득 대비 부채 비율’ 등으로 풀어서 쓰는 것이다.


포털 사전 내용도 크로스체크 필요


다음 사례에서는 정합성 위배 부분을 직접 찾아보자.

(전략) 1993년 애플의 실적부진으로 존 스컬리가 해임되고 마이클 스핀들러(Michael Spindler)가 CEO로 임명되었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애플의 OS를 공개하여 라이선스를 제공하였고 매킨토시가 호환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애플의 실적은 더욱 나빠졌고 1996년에는 69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 때문에 마이클 스핀들러가 사임하였으며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직원이 해고되었다. 길 아멜리오가 새로운 CEO로 임명되었으나 그도 다음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고되었다. 1997년 넥스트스텝(NeXSTEP) 운영체제로 새로운 사업을 하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고문으로 복귀했으며 곧 임시 CEO를 맡게 되었다.

1996년 애플은 아이맥 시리즈를 개발하였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고 애플은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애플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000년에 스티브 잡스는 정식 CEO에 취임하였다. 애플은 넥스트스텝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운영체제를 발표하였고 아이팟(iPod)이라는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애플은 콘텐츠 비즈니스를 강화하였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애플 [Apple Inc.]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발견하셨는지. 의문이 생겼을 때에는 다른 자료로 크로스체크하면 도움이 된다. 다음 자료는 해당 부분이 정확하게 서술됐다. 그 부분을 밑줄을 그어 표시했다.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매킨토시의 호환 기종 출시를 중단시킴과 동시에, 매킨토시의 라인업을 정리해 간략화했다. 그리고 초대 매킨토시의 모티브를 이어받아 디자인이 우수하고 사용이 간편한 새로운 매킨토시의 개발에 착수한다. 그 결과, 1998년에 ‘아이맥(iMac) G3’가 발표된다. 아이맥 G3는 초대 매킨토시와 같이 본체와 모니터를 일체화했으며, 반투명과 화려한 원색이 어우러져 전반적인 디자인이 매우 미려했다. 그리고 IBM 호환 PC에 사용하는 USB 포트를 적용하는 등, 사용 편의성도 높았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애플 [Apple Inc.] - 좁은 창고에서 피어난 혁신의 사과 열매 (용어로 보는 IT, 김영우, IT 동아)

원문에서 서로 들어맞지 않는 대목은 다음 두 부분이다.
- 애플의 실적은 더욱 나빠졌고 1996년에는 69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 1996년 애플은 아이맥 시리즈를 개발하였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고 애플은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둘 중 하나만 정확할 수 있다. 크로스체크용 글을 참고하면 전자가 정확하고, 후자가 틀렸다. 애플의 추락과 부활은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애플은 1996년에 실적이 더 나빠졌고, 그래서 1997년에 스티브 잡스를 고문으로 복귀시켰으며, 잡스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신제품으로 1998년 아이맥 출시를 주도했다. 아이맥은 성공했고 애플은 흑자로 돌아섰으며, 잡스는 2000년에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앞서 1997년 7월 이후로는 CEO 대행으로 일했다.)

글을 쓸 때 내적 정합성을 갖추는 내공은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이 잣대에 비추어 읽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남의 글에서 내적 정합성이 위배된 부분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서도 정합성을 지키지 못할 공산이 크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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