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들여다본 국정조사제도

[박선춘의 여의도 빅데이터]

씨지인사이드 박선춘 대표 입력 : 2022.12.08 10:15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
11월 23일 여야가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바로 다음 날 국정조사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승인됐다. 45일간의 국정조사의 막이 오른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가 90일간 진행되었음에 비추어볼 때 기간이 짧은 느낌이다. 

국정조사는 국회가 본연의 기능인 행정부 견제 및 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권능이다. 우리나라처럼 행정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큰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국정조사제도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자.

#1. 연혁. 제헌국회부터 시작

1948년 제정된 「국회법」 제72조에 “국회는 국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 또는 조사하기 위하여 의원을 파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1973년 유신헌법의 후속조치로 동 조항이 삭제됐다가, 1975년 다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헌법에 근거가 마련된 것은 1987년 헌법에서다. 이후 1988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지금의 국정조사제도가 완성됐다.

#2. 요건. 재적 4분의 1 이상의 요구
국정조사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제13대 국회인 1988년부터 제21대 국회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총 115차례의 국정조사가 있었다. 독일 의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연방하원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상임위에 상설 조사위원회를 두고 언제라도 조사를 실시할 수 있지만 폭로성 조사는 조사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가 승인돼야 한다. 국정조사 요건을 충족해 실제 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1988년 제13대 국회부터 이번 용산 이태원 참사국정조사까지 30차례에 불과하다.

#3. 실시: 26%만이 국정조사에 착수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다고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가 채택돼야 비로소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1988년 이후 모두 115차례 국정조사 요구가 있었지만, 실제 국정조사에 착수한 것은 26%에 불과한 30차례다. 국정조사계획서가 채택되지 못한 나머지 국정조사 요구서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독일 의회는 4분의 1 이상의 국정조사 요구가 있으면 별도의 본회의 승인 없이 조사에 착수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4. 주체: 특별위 중심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조사의 주체가 상임위가 될 수도 있고 특별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상임위가 국정조사를 실시한 사례가 없다. 이번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로 특별위를 구성했다. 반면,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 등의 대다수 의회는 상임위를 주체로 조사활동을 진행한다.

#5. 증인채택: 너무도 어려운 합의

우리나라 국회는 국정조사에 출석, 증언할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쟁으로 실제 조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잦다. 국정조사계획서에 증인을 명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여야 간 합의에 따라 증인을 부르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소수당 소속위원의 과반수가 위원장에게 증인 소환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독일 의회는 증인이 불출석하면 강제구인이 가능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법원의 심사를 거쳐 압수, 수색도 가능하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45일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필요하면 본회의 의결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기간의 길고 짧음은 크게 중요치 않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는 헌법으로부터 조사의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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