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규제는 모두 몇 개나 될까

[박선춘의 여의도 빅데이터]규제 혁신, “말보다는 과학으로”

씨지인사이드 박선춘 대표 입력 : 2023.02.06 11:17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
"세상에 기휘가 많을수록 백성은 가난해진다.” ‘도덕경’ 제57장 순풍편의 말이다.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기휘(忌諱)’는 꺼리고 싫어함·나라의 금령(禁令)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가의 규제가 많을수록 국민경제는 어려워진다”라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규제는 항상 뜨거운 이슈다. 모든 정부가 규제 혁신을 주창했고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규제 혁신은 이념과 정치의 문제가 아닌 민생과 경제의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공염불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난달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학계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정부 규제 혁신정책 추진 방향’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현 정부의 규제혁신 성과에 대해서 응답자의 42%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규제 혁신의 체감도가 낮은 것이다. 월드뱅크의 국가별 규제의 질(Regulatory Quality) 순위를 보자.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는 OECD 37개국 중에서 25위에 랭크됐다. 일본(17위), 리투아니아(21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규제정보포털」 데이터에 오류가 많아
이 대목에서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규제는 모두 몇 개나 될까?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에 등재된 규제를 기준으로는 총 8만8324개(2022년 말 기준)다. 중앙부처의 규제가 4만8104개이고,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가 4만220개다. 2008년 우리나라의 규제가 5186건에 불과했으니 15년 만에 약 17배나 증가했다. 역대 정부가 규제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공염불로 끝난 셈이다.

규제 총량이 증가한 것도 문제지만 규제 데이터의 정확성도 문제다. 「규제정보포털」의 규제 데이터에는 많은 오류가 발견된다. 규제가 아닌 것이 규제로 등록된 경우, 규제가 명백한데도 누락이 된 경우, 폐지됐지만 여전히 규제로 남아 있는 경우, 규제 일몰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 등처럼 말이다.

규제 총량 관리가 규제 혁신의 근간
규제 총량을 관리하지 않고는 규제 혁신은 공허하다. 모래주머니 규제를 없애는 것도, 손톱 밑 가시 규제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 총량을 관리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규제 총량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규제 데이터가 제대로 구축, 관리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부정확한 규제 데이터로는 규제 총량을 관리할 수 없다. 규제 총량 관리가 되지 않으면 규제 혁신도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규제 총량이 관리돼야 규제의 비용과 편익이 산출될 수 있다. 전년에 비해서, 전월에 비해서 규제로 인한 비용과 편익이 어떻게 변동됐는지를 모니터링해야만 한다. 이 모든 규제 관리 행위는 정확한 규제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규제 혁신은 규제 과학이다.

말보다는 과학으로
규제 혁신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시대적 과제이다. 우리가 직면한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하는 열쇠가 규제 혁신이기 때문이다. 규제 혁신의 성패는 규제 총량의 과학적 관리에 달려 있다. 정확한 규제 데이터의 구축, 관리를 통해 과학적 규제 총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라틴어 명언에 “말보다는 행동으로(Acta, non Verba)”라는 말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규제 혁신, “말보다는 과학(Scientia)으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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