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표 구걸 임기단축 보다 당당히 8년 해라”

[넥스트 프레지던트]다섯 번째 주인공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1)

대담 홍찬선 편집인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정리 편승민 기자 입력 : 2017.01.05 09:10
편집자주‘위기의 대한민국호’입니다. 다음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전화위복’의 기적을 만들어 갈 주인공을 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 검증하겠습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보도해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잡지, 방송, SNS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리더들을 연속 인터뷰합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게이트’로 바뀌면서 연일 청문회와 특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엇갈리는 진술과 불충분한 증거들로 온 국민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 투표에서는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당선되었고, 결국 비박계 의원들은 쇄신을 위한 탈당과 신당 출범을 선택했다. 김무성, 유승민, 오세훈, 남경필 등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주요 멤버들은 정강정책을 만들고 올해 대선에서 신(新)보수 리더를 탄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말에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혁보수신당은 정당지지율 부문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달 말 창당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한 머니투데이 더리더와 <넥스트 프레지던트>대담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촛불정국에서 볼 수 있었던 국민적 분노는 무너진 시스템과 국가에 대한 실망감”이며 “성장일변도에서 이제는 성숙한 국가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3년짜리 리더십보다는 5년을 채우고, 어쩌면 헌법을 4년 중임제로 바꿔서 8년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상무와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는 신당창당, 개헌, 복지, 경제, 통일 등에 대한 오 전 시장의 입장을 물었다. 이번 대담은 오세훈 전 시장의 싱크탱크인 종로 공생연구소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보수신당 합류…촛불정국 시대정신 읽어야

김: 결국 새누리당 추가탈당을 결정했다. 그러나 보수개혁신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에게 잘 설명되지 않고, 유승민당으로 되는 것이 아닌가 비판이 있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오세훈(이하 오): 사실 솔직하게 말씀 드려서 정강정책만으로는 새누리당과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긴 어렵다. 왜냐하면 새누리당 정강정책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완벽에 가깝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수의 가치를 지키며 외연을 중도로 확장하기 위해 좌클릭 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괴리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께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다. 정강정책으로는 그렇게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할 정도로 ‘성장과 분배’, ‘경쟁과 배려’의 가치들이 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지금 만들고 있는 신당의 정강정책이 거기서 크게 차별화 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실로 적용되는 과정, 법안을 만들거나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주호영 의원과 이종구 의원으로 결정 됐다. 이종구 의원은 경력을 보면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까지 했다. 일은 실제로 그 분들이 한다.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매몰된 논쟁에 소모적 에너지를 쏟아 부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홍찬선(이하 홍): 새누리당에서 아직 탈당하지 않은 비박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반기문 총장 거취에 따라 탈당을 마음 먹은 의원들도 있다고 하는데
오:
사실 탈당에 대해서는 분당을 했다고 본다. 인원수가 많아져서 당을 만들 수 있는 교섭단체 인원이 됐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탈당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실제 탈당을 한다고 하면 지구당이라고 해서 당협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고, 지역구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같은 보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특히 원외 당협의 경우에는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더 필요로 한다.
처음에 논의는 함께 하더라도 결행에는 편차가 있다. 질문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진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했는데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은 특히나 그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 촛불집회는 나가보았나?(오: 나가봤다.) 이번 촛불집회의 화두는 민주공화국이었다. 촛불집회의 시대정신, 촛불집회가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오:
방금 전에도 조금 언급했지만 국민들께서 분노하고 실망하는 것은 무너진 시스템에 대한 실망인 것 같다. 우리나라가 적어도 세계 10위권 경제가 되었고, 외환 보유액이 세계 6,7위에 달하는 것은 굉장한 실력이다. 빚을 내던 나라에서 이제 빚을 내주는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의 나라이고,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도 들어갔다. 이런 지표를 보면 이제 국민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이즈와 퀄리티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세월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보면서 국민들은 ‘이렇게까지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나라였는가’ 하는 자괴감,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 바탕에는 지나치게 벌어지는 빈부격차가 다시 좁혀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좌절감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근원적 이유와 촉발시킨 계기를 보면 시대정신을 볼 수 있다. 다음에 등장하는 정권은 어떤 정권이든 간에 그런 국민적 갈증과 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는 정권이 되어야 한다. 이번 촛불정국에서 느낄 수 있는 시대정신은 성장일변도의 국가정책에서 성숙한 나라를 만드는데 필요한 국가적 역량을 찾으란 것이다. 성과위주에서 가치위주로 시각 전환을 해서 국민들이 성숙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 출마 입장 정리 중…성숙한 리더십 필요

홍: 지난 4월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했다 낙선했는데, 낙선의 원인은 무엇으로 분석했나
오:
사람이 부족해서 떨어졌다.(웃음) 무엇보다도 캠페인 기간 동안 실수가 있었다. 그때 서울지역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48개 서울지역 후보들이 지원유세를 해주기를 바랬다. 사실 그걸 뿌리칠 수 있는 냉정함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예전에 시장직을 그만둘 때도 “당에 빚진 게 있다”라는 평이 있어서 그런걸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던 거 같다. “오세훈은 왜 종로에 올인 안하고 다른데 가서 저러나”, 한마디로 “다 된 것처럼 자만한다”는 공격이 가능 해졌던 것이다. 원래 선거라는 건 상대편이 있는 건데 상대방에게 공격 빌미를 준 셈이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따지면 원인이 많다. 당이 그때 공천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밉보일 짓들도 했고, 여러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해서 힘든 선거가 되었다.

김: 이번에 종로에 당선되었으면 정치 1번지로서 대선가도에 유리했을 텐데…. 대선출마는 할 예정인가? 종로낙선을 극복할 다른 준비를 하고 있나
오:
지금 고민 중에 있다. 어쨌든 한다 안 한다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른바 ‘보수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고 성숙한 나라, 가치지향적인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게 직접적인 출마가 되었든, 돕는 역할이 되었든 간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 아마 길지 않은 미래에 결정해서 입장정리를 할 것이다.

홍: 지금 신당에서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라면 젊은 분들이 참여를 많이 했다. 50대기수론은 어떨지
오:
자연적 연령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아까 이야기 했듯이 다음 정권을 책임지는데 필요한 자질이나 조건이 얼마나 잘 체화되어 있는지가 문제다. 입으로만 아니라 마음속으로 체화된 자질이 판단의 기준이 되야 한다. 젊다, 나이가 들었다 이런 것보다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오히려 일은 하면 할수록, 경험은 할수록 확실히 국민들께 성과를 보여드리는 데는 유리하다고 본다. 제가 시장직 사퇴 이후에 KOICA 활동으로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6개월씩 보내면서 혼자 숙식을 해결해보았다. 밥을 하나 지어도 백미로 지을 때하고, 잡곡밥으로 지을 때 다르고, 미리 쌀을 불렸을 때와 아닐 때 물 맞추는 것도 다르다.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천지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다는 것도 가치지만 경륜이라는 것도 가치다. 두 가지가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지도자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 다른 대선 주자인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박원순, 안철수, 손학규, 유승민 등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오:
다른 분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두 분만 말씀 드리면 누구든지 다 생각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아직 비전이 뭔지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그분의 생각이 뭔지 일단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은 보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본인이 이야기 한 것처럼 전세계 수십 개 나라의 지도자들을 직접 보고 리더십을 평가해서 성공한 리더십과 실패한 리더십을 보며 하나의 리더십관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것은 그분의 큰 자산이라고 본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 사회가 2017년도 현재 안고 있는 아픔, 국민들이 갈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국내에서 10년 정도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체화된 가치로 승화시켜서 가지고 있을지는 앞으로 집중적으로 논의가 있어야겠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번 대선도 참여했기 때문에 아마 그 누구보다도 준비하는 기간이 길었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된 지도자상에 비춰보면 가장 충실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굉장히 좀 불안정한 모습을 봤다. 헌재에서 탄핵소추가 기각이 되면 혁명으로 갈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에는 굉장히 놀랐다. 사실 우리나라 정도면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있어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제도적으로 해결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촛불민심으로 나타낸 것과 결과가 달라지면 혁명으로 가서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국민들이 박근혜 게이트에 분노하고 있지만 과연 저것에 동의할까? 저런 분을 지도자로서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그런 단상을 느꼈다.


대선 전 개헌은 시기상조, 통치구조보단 기본권 수정 시급

홍: 시스템정비, 성숙한 사회를 담아낼 수 있으려면 개헌이 요구사항인데, 대선도 개헌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오:
바람직하기로는 충분히 숙성된 상태에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현행헌법이 만들어진 지 30년 되었다. 이정도 되면 변화된 사회적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헌법으로서는 조금 미흡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헌논의가 되려면 통치구조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본권에 오히려 맞추는 게 바람직하고 정상적이다. 근데 지금은 그런 논의는 없다.
지금 예상되기로는 내년 상반기에 대선이 치뤄질 가능성이 큰데 대선이라는 큰 대사를 치르면서 그 와중에 개헌을 끼워 맞추기 식으로 생각하는 데는 거부감이 든다. 제대로 개헌하려면 아마 대선을 치르면서 후보들이 “제가 임기 중에 개헌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안을 하고 그것을 공약화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해야 할 책무가 생기고 심혈을 기울여서 공론을 불러일으키고 충분히 논의된 결과를 헌법에 담아낼 수 있는 과정이 생길 것이다. 제도적으로 순차적인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헌내용에 대해서는 양극화 해소라던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되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오히려 보편적인 고용형태가 될 것이다. 거기에 맞는 헌법적 가치를 헌법에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나는 오히려 통치구조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내용이 들어갈 수 있는 기본권 조항들을 손보는 것이 중요하다.

홍: 권력구조는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에 대한 입장은?
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이건 대통령제의 폐해다”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다”라는 분석을 하는데 그건 굉장히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분석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수정·보완하는 개헌이 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 국회에서 치고 박고 동물들처럼 싸움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이는 과감을 넘어선 과격한 개혁이었다. 그런데 이 국회선진화법으로 지금 국회에서 필요한 법도 통과를 못 시키는 이른바 ‘식물국회’가 됐다. 동물국회가 지긋지긋해서 제도를 과격하게 바꾸다 보니 더 문제가 심각한 식물국회가 되었다. 대통령제가 문제가 되니 내각제를 도입하면 그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대통령제 역사가 반세기에 가까운데 이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제도적 보완을 해왔는데, 이제는 “문제가 있으니 다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자”하면 과연 국민들이 대통령 권한을 다수당에 주는 데 동의할지 의문이다. 일부 정파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형태의 권력구조를 만들어 이른바 합종연횡, 협치로 불리우는 형태의 정치를 해보고 싶어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나는 오히려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5년단임제가 정책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면 4년중임제로 하고, 지나치게 대통령한테 권한이 많다면 이 권한의 일부를 덜어 다른 부서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영국처럼 총리가 국회에 나와서 격 없이 토론 하듯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출석해서 짜여진 각본 없이 의원들과 형식 없이 프리토킹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정책을 형성해나가기만 해도 굉장히 큰 변화가 올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석비서관들과 논의할게 아니라 장관과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원래 대통령제로만 돌아가도 최근에 생긴 상당부분 문제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운영을 잘 못한 것이지 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2부에 계속)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 1961년 1월 4일 출생(서울특별시)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제 26회 사법시험 합격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환경위원
––숙명여대 법과대학 법학과 겸임교수
––미국 예일대학교법과대학원 교환교수
––제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 33대, 제 34대 서울특별시 시장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現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
––現 공생연구소 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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