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탄핵심판, 민심보다 법 우선돼야"

[외국인이 바라본 광장민주주의 ③]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회장

편집자주 | ‘시민 혁명기’에 도래했다. 광장의 민심은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우리는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더리더에서는 ‘광장 민주주의’를 분석하기 위해 3회에 걸쳐 광장 민주주의 코너를 연재한다. 우리가 어느 지점에 와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혁명까지 이뤄냈는지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회장
우리나라 촛불집회를 외국인은 어떻게 볼까.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회장은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딸이 한국의 집회를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 한국처럼 평화로운 촛불시위를 펼쳐야 한다고 전화기 너머로 주장했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곳에서 배우고 싶은 시위문화를 한국이 장착한 것이다.

1982년, 워싱턴타임즈 한국주재 특파원으로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을 땐, 시위장소에서 수류탄이 흔히 보였다고 전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여성도, 어린아이도 시위에 마음 놓고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달라진 집회 문화를 갖췄다고 말했다.그러나 마이클 회장은 촛불집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민심이 헌법 위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언급한 그의 인터뷰는 화제가 됐다. 보도 된 이후 보수 단체에서 마이클 회장을 행사에 초대하기도 했다. 마이클 회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흔히 규정하는 ‘좌’도, ‘우’도 아니다.

마이클 회장은 단지 민심이 법 위에 서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과 사회의 질서를 지킬 때 비로소 제대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거가 없다면 무죄판결이 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의 눈에는 ‘촛불집회’와 ‘최순실 사태’가 어떻게 비춰졌을까. 민주주의는 현행 제도를 준수할 때 발휘된다는 마이클 회장의 생각을 묻기 위해 더리더가 22일 종로구에 위치한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을 찾았다.

-촛불집회 관련 인터뷰 한 게 화제가 됐다. 이후 반응이 어땠나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던 사람들에게도 전화가 왔다. 보통은 보수적인 성향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기사 댓글은 읽지 않아 인터넷 반응은 잘 모르겠다.”

-촛불집회가 지난달 4일 다시 시작됐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집회가 이뤄지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에서 긍정적인 표현이다. 이렇게 시민들이 많이 모인 이유는 헌재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소위 ‘권력자’,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없어 시위를 이어가는 듯하다.

-해외에서도 집회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데. 이 집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딸이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해 반대한다. 영국에서는 한국 같은 촛불집회가 왜 이뤄지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보통은 이런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경우에는 폭력이 동반된다. 한국에서는 진지하면서도, 마치 축제처럼 집회가 이뤄진다. 참 특이하다. 너무 평화로워 여성은 물론 아이들도 집회에 참여한다. 평화로운 시위가, 그것도 진지하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 외국사람들은 부러워한다.

-긍정적인 의견이다. 마이클은 ‘민심이 법위에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생각은 변함없나
▶한국에서 ‘민심’이라는 것이 법적 체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민심이 법적 체계에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헌법 재판소는 자신들의 결정을 내려야한다. 다른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면 더 이상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후에도 시위를 이어가 헌재의 판결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인가
▶그렇다. 특히 헌재가 심판할 때 중요한 것은 ‘증거’가 있어야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죄가 있다는 증거다. 만약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죄가 없다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민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재판할 때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헌재가 강하다면 민심에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죄에 대한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을 때 충분한 증거가 없었다. 단지 TV에 나온 추측성 기사, 의혹이 무성했다. 그 의혹으로 수백만의 사람이 길거리로 나왔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가짜 뉴스는 증거가 없지만 주요 언론은 팩트 위주로 보도 한다. 그런 팩트 위주 보도는 신뢰가 있다고 보는데
▶내가 말한 증거는 ‘범죄에 대한 증거’다.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보도는 탄핵과 전혀 무관하다. 관련 없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또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가 보도됐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검찰이 나섰고 특검까지 마련됐다. 진위 여부를 따지기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됐다. 모든 일이 진지한 조사나 증거 없이 진행됐다. 정치적인 재판을 한다면 박 대통령은 유죄다. 이유는 상관없다. 대다수가 원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법체계 하에 이뤄져야 한다. 민심이 그 우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 민주주의에 서 걱정되는 부분은 증거가 나오기도 전에 결론난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최순실 씨의 재단에 돈을 줬다고 한다. 지금 뇌물죄로 구속됐는데 이게 과연 뇌물일까. 범죄라면 그것에 대한 증거는 어디 있나. 지원한 것이 범죄라면 삼성이 문화 재단이나 언론, 미디어에게 준 돈과 어떤 성격이 다른가. 진짜 범죄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됐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회장
-최순실씨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것도 민심 때문인 것으로 보나
▶그렇다. 이 부회장을 구속한 이유는 외국으로 도피할까봐서, 혹은 증거를 모두 없앨까봐서다. 한국 법적체계는 검찰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압력도 가할 수 있다. 그렇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아직도 이 부회장이나 최순실이 유죄라는 판결이 나지 않았다. 또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는데 왜 구속됐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최순실이나 이 부회장에 대한 권리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아무도 최순실이나 이 부회장 쪽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민심이 전혀 그들의 권리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 팀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인터폴(lnterpol·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고 한다. 마약이나 살인자를 찾는, 진짜 범죄자들을 찾는 국제적 시스템인데 이화여대에 잘못된 방법으로 들어간 사람을 위해 인터폴에게 요청한 것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인터폴 시스템을 남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광복 이후 70년 동안 격변기를 맞았다. 지금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다
▶1987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국민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인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덕분에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의 권리가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사건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통령 권력이 강한 게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내각책임제를 두면 더 좋을 것 같다. 노태우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까지, 가장 문제 됐던 것은 ‘권력남용’이다. 그렇게 남용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 문제다.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려고 노력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 뿐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사람들은 길거리로 나와 데모를 통해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했다. 그 이후 30년 동안 국민들은 원하는 것을 ‘데모’로 이루려고 했다. 그 점이 우려스럽다.


한국의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데모를 통한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많다. 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민주주의에서 길거리 데모는 절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민심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이용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나 언론 같은 기관들이 민주주의를 이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민주주의가 민심을 거부해야 한다. 헌재에서도 민심을 거부할 수 있어야한다. 마땅한 증거가 없다면 탄핵을 거부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증거가 없어서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결정 내리는데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탄핵 심판에 대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어떤 게 있겠나
▶만약 증거가 없다고 하면 헌재는 탄핵 심판을 기각하고,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가서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다. 물론 증거가 있다면 탄핵은 이뤄져야 하지만.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회장
-시위를 ‘집회’로 많이 불린다. 그만큼 우리나라 시위 문화가 많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사장은 1982년부터 한국 주재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시위’와 현재의 ‘집회’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국민들이 보이면서 많은 차이가 생겼다. 과거에는 화가 난 학생 위주였다면, 현재는 중년·중산층이 많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경찰의 모습이다. 이번 집회에서 초기에만 해도 경찰이 버스로 ‘차벽’을 만들었다. 이 차벽은 노무현 정부 때 최초로 시작됐다. 이유는 국민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번 시위에서도 청와대 근접한 곳까지 차벽을 만들었다. 폭력적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혀 폭력성을 띠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찰 모습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도 설치했다. 끝나고 난 다음에는 경찰이 청소했다. 전혀 폭력적이지 않아 다음 시위 열릴 때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외국에서 데모는 이렇게 평화롭고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소위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의 시위가 폭력적이다. 심하면 사람이 죽는 일까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대규모는 처음이다. 그만큼 중요했던 사안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했다.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최태민 목사 사안을 다뤘다고 하는데 마이클 회장은 외신기자로 활동하면서 언제 최태민 목사에 대해 알았나
▶10년 전 쯤 한국에서 최태민 목사에 대해 보도된 이후 알았다. 이번 최순실 사태가 크게 이슈 되면서 관심을 더 가졌다. 외신 기자는 ‘이단 교파 지도자의 딸’이라는 것에 집중한다. 종교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다. 한국 사람들은 이단 부분에 대해 처음에만 이야기하다가 관심을 그다지 두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단 지도자의 딸에 의해서 한국 대통령이 통제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슈 됐다.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도 이 이야기를 전하면 ‘이단’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한다.


서양과 한국이 종교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서양에 비해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한국에 와서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됐다.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다. 말로만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크리스천이다. 최순실 사태에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취재했던 기자들도 대부분 크리스천이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기자들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마이클 회장은 한국과 북한 담당 기자로 활약했다. 지난달 김정남 피살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는 어떻게 보나
▶북한의 지시라고 90% 정도 확신한다. 추측하기로, 3~4년 전에 김정은은 ‘장성택이 김정은에게 충성하고 있지 않고 김정남을 새로운 지도자로 세운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때부터 김정남을 죽이기로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김정남 아들과 딸을 죽일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모든 사람들은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이것을 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탈북자들이 두려움에 떨게 된다. 북한 지도부는 이것을 노리는 게 아닐까싶다.


-통일은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보나
▶나의 이론이 있다. 1945년 대한민국이 독립했고, 1987년 독제에서 벗어났다. 2025년이나 2065년에 통일을 이루지 않을까. 일찍 한다면 2025년, 늦다면 2065년에 할 것 같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재가동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남과 북이 최대한 접촉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이 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문을 닫아 기업이 망한다면 앞으로 누가 개성공단에서 일하려고 할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펼쳐 우리가 북한에게 잘 해주면, 북한도 우리에게 잘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것이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이제 보니까 북한은 그냥 나쁜 나라다.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은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순진하지 않게 현실적인 햇볕정책을 실현했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부터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전쟁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서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통일에 대한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한다. 체계가 잘 잡혀져 있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돼있다. ‘통일한국’에 대한 준비가 남한 쪽에서는 잘돼 있다. 그런 한국이 주도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개입한다면 남북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한국이 주도해서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한국과 싸웠을 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관심을 ‘경제’로 돌려야 한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관심을 국방에 두지 않았다. 경제로 눈을 돌렸다. 그 때 중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나라가 발전됐다. 북한이 해야 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환상을 포기하는 것이다. 경제로 눈을 돌려야한다.


그러려면 미국보다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오는 게 좋을 듯하다. 북한은 이 생각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이 깨지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김정은이 물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안보가 아니라 경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마이클 회장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라는 나라는 좋아하면서(통일은 원하면서) 식당에 있는 탈북자나 종업원을 잘 대해주지 않는 것 같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이 북한 억양으로 말하면 다른 눈으로 본다. 탈북자 중 대다수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남한을 대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북한 탈북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통일의 시작이다.”


마이클 브린 (Michael Breen)
-1982 워싱턴타임즈 한국주재 특파원
-가디언 한국주재 특파원
-더 타임즈 한국주재 특파원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
-북한 전문 컨설턴트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상무이사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회장
-워싱턴타임즈 한국주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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