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래 교수, “지방, 압축만이 살길이다”

[인물포커스]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잇는 거점개발 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7.12.12 10:43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사진=더리더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메가트렌드’다. 3중고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는 것은 지방의 중소도시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2040년 전국 지방자치 단체 중 30%가 사실상 기능상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중 96%는 지방 중소도시다.


마 교수는 대도시는 기본적으로 ‘자생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중소도시는 그렇지 않다. 지방이 기능을 상실하면 중앙정부의 개입이 시작된다.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마 교수는 ‘지방 압축론’을 제시했다.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지역에 거점을 지정, 그 도시들 간 연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마 교수는 이제까지 진행된 국토균형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대부분 지방은 균형발전으로 원도심이 아닌 외곽을 개발한 것을 실패이유로 꼽았다. 마 교수는 이런 개발방식은 원도심을 죽게 만들고 도시 인프라가 흩어져 효율성을 떨어트렸다고 주장한다. 마 교수가 제시하는 ‘지방 압축론’을 듣기 위해 <더리더>는 20일 오후 2시 중앙대학교를 찾았다.


-『지방도시 살생부』 책이 화제다. 책을 쓴 계기는 어떻게 되나
▶지난 3년 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도시재생 R&D과제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지방도시 쇠퇴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도시재생 사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나눠주기식 분산 투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새 정부는 50조 원이 들어가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자로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썼다. 사실 지방에서 재생 사업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조금 뜨거워서 놀랐다.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 정도로 집중화됐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197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위해 거점개발방식이 진행됐다. 거점개발방식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토균형발전이지만, 당시 진행된 방식은 국토의 불균형을 더 고착화시켰다. 1970년대부터 수도권 집중화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1980년대부터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규제정책이 강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인프라가 발달해서인가
▶수도권에 기본적인 교육, 문화, 복지 인프라가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인프라가 갖춰져야 인적 자원을 모을 수 있다.


-마 교수는 전남 고흥군이 2040년이 되면 인구가 0명이라고 밝혔는데
▶전남 고흥의 경우는 사실 극단적인 사례다. 전남 고흥군의 인구감소 추세, 인구유출 추세가 전국적으로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고흥의 인구유출 현상이 20년 동안 진행된 추세로 앞으로도 진행된다면 2040년에 인구가 0명이 된다. 물론 인구가 0명이 될 수는 없다. 지난 30년 동안 고흥군에서 젊은 인구의 유출이 많았다. 앞으로 고흥군의 인구감소 추세는 남아있는 분들이 돌아가시는 속도와 발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인구가 0명이 된다는 것은 도시가 사라진다는 의미인가
▶도시가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도시 파산제도도 없다. 지속적으로 거주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구가 성장하는 도시에서는 그 추세에 맞춰 도시 기반 시설을 설치한다. 도로라든지, 학교, 병원, 문화시설, 공원 등을 계속 만들 수 있다. 지속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줄어드는 일단은 세금 낼 사람이 적어지지만, 성장할 때 깔았던 인프라들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 줄어드는 인구에 맞춰 인프라를 축소할 수 없다. 그 도시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방에서 이런 위기에 처한 도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 면적의 88%를 차지하는 비수도권 도시들을 골고루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마 교수는 책에서 지방을 압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거점개발방식이다
▶사실 도시계획 학자가 ‘거점개발’에 대해 주장하기 쉽지 않다. 1970년 이후 경제개발을 위해 진행된 ‘거점개발방식’이 결과적으로 ‘불균형 발전’을 초래했다. 대다수의 학자들이 ‘거점개발’에 대해 말하기 꺼려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메가트렌드라고 불리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현상이 이미 도래했다. 또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인구가 대도시로 집중된다. 메가트렌드는 우리나라가 거스르기 힘든 현상이다. 이 추세 속에서 지방도시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방식은 지방도시의 몇몇 거점 도시들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성장한 도시들이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사진=더리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시간이 지나면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나
▶공간을 극복할 수 있는,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도시 거점뿐만 아니라 중소도시거점, 농어촌거점 등을 구축하고 그 거점들을 네트워크로 잇는 방식이 돼야 한다. 대도시거점이 중소도시거점이나 농어촌거점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대도시와 상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포용적 지역정책’이다.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는 따뜻한 정책이 있듯, 공간적으로도 소위 잘나가는 도시가 그러지 못한 도시를 포용해야 한다. 거점 간 네트워크를 잘 구성하면 도시를 끌어안는 정책이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대도시에서 발전되는 어떤 것들을 중소도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기술이 활용되는 게 목적이다.


-지금 우리나라 지방은 어느 정도까지 쇠퇴했나
▶지방도시는 예외가 없을 정도로 원도심이 쇠퇴하고 있다. 원도심이 쇠퇴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중소도시들이 외곽을 심하게 개발했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중소도시에서 외곽을 개발하면 중심부 인구는 빠져나가 원도심이 빠르게 쇠퇴한다. 앞으로도 쇠퇴하는 지역은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쇠퇴하는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대가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되는 돈이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도시재생은 기본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중소도시들, 농어촌 지역에 빽빽하게 교통의 결절점에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혁신도시를 광역시나 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혁신도시 취지에는 크게 공감한다. 혁신도시가 전국에 10개 정도 있다. 사실상 지역마다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혁신도시가 생각했던 것보다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도시가 아닌 논밭이나 다름없는 곳을 혁신도시라고 새롭게 신도시처럼 만들었다. 만약 기존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이 됐다면 좀 더 효과적이었을 듯싶다.


-정부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5년 동안 500곳에 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잘못됐다는 판단인지
▶50조 원이라고 하니 감이 잘 안 잡힐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두 배나 되는 돈이다. 이 돈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모든 지역에 골고루 배분되면 안 된다.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데 써야 한다. 도시가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도록 빽빽하게 만드는 데 써야 한다. 지금처럼 쇠퇴한 지역을 모두 살리겠다고 하면 끝없는 예산낭비만 있을 뿐이다.


-거점도시개발을 위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할 텐데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참 어렵더라. 거점 간 연계하려면 광역화된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 선거구 문제와 맞물리니 민감하다. 이를테면 행정구역 개편은 생활권, 문화적 동질성, 정치적 수용성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거점 간 연계를 통해 지방도시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구가 어느 곳에 집중돼야 하나
▶교통 결절점에 인구가 모여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주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취약계층, 청년들, 고령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교통 결절점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교통 결절점에 주택을 공급하려고 하는 민간인이 있다면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건설 단가를 맞춰주는 방식으로 주택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주택을 많이 공급될 수 있게 하면 교통 결절점으로 인구가 모일 수 있다.


또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따라오는 산업이 서비스업이다. 특히 체인점이 생긴다. 대도시와 달라지는 게 없다. 지역성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지역성을 죽이는 체인점에 대한 규제가 생겨야 한다. 체인점이 지방도시에 제한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특색에 맞는 가게가 많아져야 한다. 지역색에 맞게 소상공인들이 많아지면 지역성을 띠고 발전하게 된다. 지금은 지방도시들이 대도시 스타일을 따라한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마 교수는 ‘도시파산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떤 것인지
▶도시파산제도가 있는 나라는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있다. 도시를 통째로 파산시키는 나라는 없다. 파산제도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도시를 회생시키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중앙정부의 개입이 강해진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도시파산제도의 도입은,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구역 개편의 전 단계에서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우 인프라 투자가 계속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별했다. 일본 유바리의 경우 도시 인프라를 줄이고 인구를 특정 지역에 모으는 정책을 펼쳤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도시파산제도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사진=더리더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서울시 영등포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도시및부동산개발연구위원회 위원장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위원회 위원
한국지역개발학회 이사
중앙대학교 도시부동산연구소 상임연구위원
現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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