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존귀함' 통해 사회 변화 꿈꾸다

“존귀함을 전합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소셜 벤처’ 마리몬드는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기업이다. 윤홍조 대표는 대학생 시절 일본군‘위안부’(*이하 따옴표 생략) 할머니를 만나고 ‘존귀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너무나 중요하지만 종종 과소평가되는 저마다의 존귀를 재조명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브랜딩화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녹록지 않은 창업 생태계에서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가수 겸 배우 수지가 공항패션으로 잠시 비춘 마리몬드의 꽃무늬 휴대폰 케이스 덕이다. 해당 제품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보기 드문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실제로 마리몬드는 매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위안부 관련 단체에 기부한다.

반짝 관심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던 이벤트였다. 하지만 소비를 통해 기부도 할 수 있다는 기업의 특성은 매력이 됐고,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입소문을 바탕으로 마리몬드는 어느새 연매출 100억원대의 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이들이 소비한 건 단순히 휴대폰 케이스를 비롯한 잡화가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존귀함’에 대한 공감이었으리라. 지난 12일 <더리더>는 꽃으로 가득한 성수동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윤홍조 대표를 만났다. 마리몬드의 정체성 그 자체이자 제품과 사내문화에 짙게 배어 있는 윤 대표의 진정성 있는 운영 철학을 들어봤다.

-마리몬드 브랜드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마리몬드(Marymond)라는 단어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Mariposa’와 고흐의 명화 <아몬드 나무>에서 따온 ‘Almond’의 합성어다. 새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아몬드 나무와 나비를 결합해, 존귀함을 널리 전하기 위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마리몬드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특히 주력하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콘텐츠를 배포하며 그들의 존귀함을 전하고 있다.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간접적으로나마 브랜드를 알게 된 고객들이 할머니 한분 한분의 인생을 존경하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소셜 벤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건 아니다. 대학생 때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을 계기로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과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관여하는 일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브랜드 창업을 하게 됐다.

-‘존귀함’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했을 당시에는 막연히 할머니들과 좀 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여러 해 함께하다가 느낀 것이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소중한 인생을 살았던, 또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할머니들은 인권 운동가, 혹은 예술가라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켜내며 앞에 놓인 생을 살아가고 계셨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유한 가치와 특징을 지닌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그런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더욱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금처럼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동반자’라고 표현한다. 어떤 의미인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하나는 일본의 공식적 사과와 법적 배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할머니들이 영원히 기억되면서 존경받는 것이다. 마리몬드는 후자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통한 여론을 형성해 완전한 해결에 기여하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추진하는 꽃할머니 프로젝트는 마리몬드의 주력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시즌마다 위안부 할머니 한분을 선정해서 진행하는 일종의 휴먼 브랜딩 프로젝트다. 할머니의 삶과 꼭 닮은 꽃을 도출해 이를 소재로 패턴을 디자인 한다. 다시 이 패턴을 다양한 제품에 입혀 판매하고 있다.

-왜 꽃이었나
▶할머니들의 심리 치료 차원에서 시작된 압화 만들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할머니들의 뛰어난 예술성 발견하곤 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압화 작품을 소개하는 작업을 했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작품을 직접 만든 할머니들만 소개된다는 한계가 있더라. 더 많은 할머니들의 이야기 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지금의 ‘꽃할머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할머니들의 인생을 마치 위인전을 읽듯 공부한 뒤, 그 특징과 가장 어울리는 꽃을 선정해 패턴을 만든다. 현재 S/S, F/W 시즌마다인 1년에 2번 주기로 새로운 패턴이 출시되고 있다.
또 브랜드를 리뉴얼 하는 과정에서 접한 ‘꽃이 아름다운 이유’라는 시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꽃은 다른 꽃의 모양이나 색깔을 닮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만의 향을 발산하기에 아름답다고 나와 있다. 이는 사람들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마리몬드의 메시지와도 통한다고 생각해서 꽃을 모티브로 삼았다.

2016년 하반기 마리몬드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는 윤홍조 대표./사진=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는 매년 영업이익의 절반과 캠페인 순수익금을 모금해 관련 민간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2012년 10월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의 총 모금액은 1,788,608,881원이다. 이중 작년 상반기까지의 모금액인 16억 가량이 전달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에 전해진 기부금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복지 기금과 관련 행사비로 사용된다.

-기본적인 사업 외에도 여러 캠페인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시작한 ‘소녀상 공공조형물 지정 촉구 30만 서명 캠페인’도 벌써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아까 언급했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 조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위안부 소녀상 위안부 소녀상(평화의 소녀상)은 전국 각지에 99개가 설치돼 있다. 이에 반해 공공조형물로 지정된 것은 단 10개뿐이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상징하는 소녀상을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선 공공조형물로 지정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관리할 의무가 생기고, 함부로 철거하거나 이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명 캠페인을 진행 중이고 마감 시 이를 각 지자체에 전달할 생각이다. 이외에도 영업이익의 100%가 기부되는 제품을 통한 ‘handXhand’와 같은 위안부 문제 해결 관련 기부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마리몬드의 새로운 동반자가 생긴다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시작으로 동반자는 앞으로 계속 누적되며 확장될 예정이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르침이었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며 그것이 본인들이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마리몬드도 그를 실현하기 위해 두 번째 동반자를 학대피해 아동으로 정했다. 올해부터 그들을 상징하는 ‘평화의 씨앗’ 패턴이 나올 예정이다.

☞일본군‘위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