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더 큰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머니투데이 더리더 차동길 교수 입력 : 2018.02.01 09:52

얼마 전 해병대는 눈물겹도록 감격스러운 행사를 가졌다. 상륙기동헬기 2대를 인수하는 행사이다. 헬기 2대를 인수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해병대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해병대사령관 전진구 중장은 감격스러운 심정을 “45년 만에 우리 해병대가 다시 날개를 달았다”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 말에는 해병대의 오랜 회한(悔恨)과 함께, 억울함, 서러움 같은 감정적 의미도 담겨있는 듯하다. 해병대가 아니고는 격한 감정을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해병대는 해방 이후 군(軍)에 침투한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여순(여수•순천) 반란사건을 계기로 1949년 4월 15일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380명이라는 소수의 병력으로 창설되었다.


“민(民)에게는 양이 되고, 적(敵)에게는 사자가 되자”라는 신현준 초대사령관의 지휘방침 아래 출범한 해병대는 창설 이후 진주, 제주도 공비토벌과 한국전쟁 그리고 월남파병 등 전쟁의 역사 속에서 해병대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내면에 자리 잡았고, 이것이 씨앗 되어 그들만의 성격과 기질, 문화를 형성하며, 명성을 드높였다. 오늘날까지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된 ‘귀신 잡는 해병’, ‘무적 해병’, ‘신화를 남긴 해병’ 등은 선배 해병들이 전투현장에서 해병대 명예와 호국충성(護國忠誠)의 피 값으로 얻어낸 명성이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누구나 해병대원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도전정신과 ‘호국충성해병대(護國忠誠海兵隊)’로서의 애국심을 예비역이 되서도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정신으로 지켜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병대는 1973년 7월 10일, 창설 24년 6개월 만에 해군에 통폐합되는 시련을 맞게 되었다. 군 조직의 경제적 운용이라는 정무적 결심에 따른 조치로써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고, 교육 및 행정•군수부대가 해군에 통폐합되었으며, 전투부대는 개편되어 해군참모총장 지휘 하에 들어갔다. 이후 현역 및 예비역의 눈물겨운 원상회복운동으로 14년만인 1987년 11월 1일, 해병대사령부를 재창설하고,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발의된 해병대지휘권 강화를 위한 법률개정(국군조직법, 군 인사법, 군수품 관리법 등)안이 2011년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이 작은 날개를 단 해병대가 되었다.


그러나 순수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해병대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해병대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핵심 역량으로, 3% 남짓의 국방비를 사용하는 가장 저비용•고효율의 다목적 운용이 가능한 군이다. 둘째, 해병대원들은 대한민국에서 정신적•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하고, 고학력이며, 스스로 지원한 자원들로서 정신전력과 전투체력 그리고 전투기술과 전장적응력이 뛰어나고, 해병대원으로서의 명예심과 집단적 가치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다. 셋째, 해병대는 지상•해상•공중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전장전환과 각 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합동성에 유용한 군이다. 넷째, 해병대는 태생적으로 본성이 공격적이고, 필사적(desperate)이며, 집단적 가치를 중시 여기는 집단의식이 강한 군대이다. 따라서 해병대원들은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공동의 목표를 향한 팔로워십(followership)이 매우 적극적이다.


마지막으로 해병대는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이다. 귀순자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대한민국 해병대를 “창군 이래 단 한명의 월북자도 없는 괴뢰군 중에 괴뢰군”이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해병대의 공격에 대비하여 후방 동•서 해안에 전투력을 분산 배치하여 방어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해병대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면 국가안보태세는 더욱 효율적으로 공고화될 것으로 본다.


해병대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언
해병대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는 해병대 스스로의 변화는 물론 국방부와 합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해병대는 스스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해병대 운용 개념을 발전시키고, 국방부 및 합참은 그에 역량을 갖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병대와 관련된 중요 정책 결정은 대부분 정치권에서 제기하여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국방부 및 합참은 해병대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해병대 1개 사단을 증편하여 해병1사단과 함께 북한 동•서해안 종심 지역으로 상륙을 준비케 함으로써 북한군의 전투력 분산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휴전선 일대의 지상군 마찰력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겠다. 만약 1개 사단 증편이 불가하다면 김포•강화지역에서 해•강안 경계 작전에 투입된 해병2사단을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전략도서 방어부대에 중•저강도 분쟁 시 전략 목표를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병력•부대•전력구조를 갖추게 해야 한다. 현재 한국군은 전면전과 침투 및 국지도발을 축으로 하는 대비태세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고, 전략목표는 전면전 시에만 설정되어 있다.


넷째, 전략도서를 공격발진기지화하고, 평양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지대지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배치하며, 전략도서 방어부대에 공격 능력을 구비시킬 필요가 있겠다. 이는 서북도서지역일대에 대한 긴장 수위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략도서에 대한 거부적 억제전략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섯째, 서북도서지역에 대한 적 기습강점도발 억제력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신속대응부대를 함정에 탑재하여 상시 배치•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섯째, 해병대는 생존전략의 틀에서 벗어나, 두려움 없이 해병대 정체성에서 비롯된 집단적 의식과 특별함을 되살려, 해병대 기질이 되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동안 해병대는 1973년 통폐합으로 인한 집단적 트라우마로 매사를 해병대 생존의 문제와 결부 지음으로, 자신감을 잃고 머뭇거리는 경향이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말은 있으나 행동을 주저하게 했고, 상부 제대로 갈수록 해병대만의 울타리에서 머물기를 좋아했으며, 하부 제대로 내려갈수록 자신감과 소신을 잃어버리는 등 그야말로 해병대답지 않는 현상으로 나타난 면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일곱째,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현재의 운용개념을 다목적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겠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상륙작전 무용론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 해병대가 상륙군(Marine Amphibious Force)을 원정군 (Marine Expeditionary Force) 개념으로 확대함으로써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발전할 수 있었던 데서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병대는 유연한 조직풍토 조성이 요구된다. 위료자(尉繚子)는 “천하무적의 군은 물의 형상과 같다.”고 하였다. 물은 그 자체로는 매우 유약한 것 같지만 그 물이 닿는 언덕은 반드시 무너지게 마련인데 이는 물의 성질이 단순하여 오직 낮은 곳을 향해서 한 곳으로 성실하게 그 힘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물의 형상과 같은 부대는 지휘통솔 면에서 민주형(民主型)을, 조직풍토 면에서는 소통의 원활함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형상으로 나타내게 된다. 이상과 같은 해병대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해병대 운용개념을 확대한다면 해병대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국가안보전략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차동길 교수
前 해병대교육훈련단장
(예비역 해병준장)
現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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