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성과와 과제

한국행정연구원 박준 부연구위원입력 : 2018.02.01 10:44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사진제공=한국행정연구원
청탁금지법의 도입 배경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인맥을 통해 공직자에게 청탁을 하거나 촌지나 떡값, 스폰서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 제공이 공공부문에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사회는 학벌이 좋고 인맥이 두텁고 재산이 많아 고위공직자에게 접근하기가 더 쉬운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는 불공정한 사회일 것이다.


2016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국민들의 79.9%가 한국의 중앙정부가 청렴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해악이 크다.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한국국민의 64%가 한국에서 법집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중앙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불과 24.6%에 머물렀다.

 

한국의 공공부문이 청렴하지 않다는 국제사회의 인식도 강한 편이다. 2016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 조사에 따르면, 한국 공공부문의 청렴지수는 10점 만점에 5.3점으로, 전체 조사대상 176개국 중 52위에 머물렀다.


청탁금지법은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만연해 있던 부정부패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가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2015년 3월 제정되었고,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시행되었다.


이 법에 따라 인·허가, 공공입찰 등 그간 청탁이 빈발했던 14개 분야에서 부정청탁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단,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위해 예외적으로 3만 원 이내의 식사, 5만 원 이내의 선물, 10만 원 이내의 경조사비는 허용했다. 또 과거에는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물죄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직자가 1회 100만 원 이상,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 유무와 상관없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바로 부정부패 근절이다. 공직사회에서의 반부패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공무원의 81%가 인맥을 통한 청탁이 감소했고, 90%는 직무와 관련된 접대나 선물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공무원의 86%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의 공정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교육계 부정부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촌지도 거의 근절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조사에 의하면 학부모의 83%, 교직원의 85%가 금품수수가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교육현장에서 촌지관행이 사라지면서 학부모님들의 청탁금지법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다.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환경이나 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청탁금지법은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경영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법 시행 이후 기업의 접대비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상장/외감기업의 접대비 추이를 분석해보니, 법 시행 이후 판매관리비 대비 접대비 비율이 0.3~0.6%p 감소했다. 접대비 비율 감소폭은 공공부문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체일수록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기업인의 74%가 법 시행 이후 기업을 경영하기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공정성 향상, 접대비용 절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청탁과 접대에 관대했던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78%, 공무원의 82%가 관행화된 청탁이나 접대를 법 시행 이후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청탁금지법은 건전한 소비문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접대와 선물이 줄어들면서 메뉴의 가격 거품이 빠지고 중저가/실속형 선물세트 매출이 증가했다. 또 공무원의 73%가 직무 관련자와의 식사에서 각자 내기가 일상화되었다고 응답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까지 경제적 피해를 비롯해, 업무수행과 사회생활에서의 불편, 법 해석상의 혼란 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법 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절대다수 국민들은 청탁금지법을 우리사회에 필요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일반국민의 89%, 공무원의 95%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이 전반적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일반국민의 87%, 공무원의 93%에 이르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경제적 영향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농축수산물 관련 업종은 피해를 입었다. 청탁금지법의 경제적 영향이 법의 성과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청탁금지법이 본래 입법 취지대로 한국사회의 부정부패 관행을 얼마나 바꾸고 공직자의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얼마나 제고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다만, 입법 당시 예상한 수준보다 과도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식사, 선물 등의 상한액 규정 때문에 관련 업종에서 소비 위축에 따른 피해를 호소해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여러 산업별로 법 시행 후 1년간의 경제지표 추이를 분석해보니, 한우, 화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법 시행으로 인해 한우, 화훼, 음식숙박업에 발생한 생산감소액은 4,36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산업 전반에 미친 직접·간접적인 피해는 생산감소 9,020억 원과 고용감소 4,200명으로 추정이 된다. 전체 산업에서의 생산감소액 9,020억 원은 한국의 총 산업생산의 0.02% 수준이다.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큰 피해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 피해가 일부 업종에 집중된 것이기 때문에 피해 업종에 대한 구제 조치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12월 12일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소위 3-5-10 가액기준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음식물 상한액은 3만 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선물 상한액은 현행 5만 원을 유지하되 농축수산물의 경우 10만 원까지 인정된다. 경조사비는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되, 화환/조화만 할 경우 10만 원까지 인정된다.


향후 과제
일각에서는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인상한 이번 개정안을 두고 청탁금지법의 원래 취지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여기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은 가액범위를 일부 조정한다고 해서 청탁금지법의 본래 취지가 후퇴하는 것은 아니며, 공무원의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면 일체의 음식물이나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정을 계기로 가액범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청탁금지법 본래의 취지에 맞춰 반부패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공직자의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방지 신설 등 법의 본질적인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가청렴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편법 행위에 대해 해석 기준을 강화하고 관계 기관과 편법 사례를 공유해 음성적인 금품수수를 적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도입되었을 때 너무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있었지만, 한국사회는 법 시행 후 지금까지 새로운 법제도에 잘 적응해왔다. 비슷한 사례가 1990년대 도입된 쓰레기 종량제(가정과 업소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수거 비용을 쓰레기를 담는 규격 봉투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책정)와 공직선거법(공직선거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향응 제공 금지)이다. 이 제도들이 시행될 때에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피해 등 부작용을 우려했지만 잘 정착되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나오고 사회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청탁금지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정부가 이러한 사회갈등에 잘 대처하면 청탁금지법도 한국사회의 청렴도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법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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