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의 청소년 모의선거는 어떤 모습일까

[이종희 정치살롱]독일·스웨덴·캐나다·한국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입력 : 2018.02.08 15:39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전 세계 190개국의 선거권 연령은 만 16세에서 21세까지로 다양하며, 이 중 약 148개국은 만 18세를 선거연령으로 정하고 있다. 최근 선거연령을 조정한 국가로는 오스트리아, 이란, 아르헨티나, 일본 등이 있다. OECD 국가 중 선거연령 기준이 가장 낮은 오스트리아는 2007년 선거권 연령기준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 조정한 한편, 이란은 2011년 15세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을 상향 조정하였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선거권 연령기준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 조정하였고, 일본 역시 2015년 선거권 연령기준을 20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하였다. 우리나라는 2005년 20세에서 19세로 조정한 이후 현재까지 만 19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별 선거연령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은 정치적 현안에 대한 참여 주체로서 점점 더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즉, 청소년들은 정치 이슈에 대해 즉각적이고 실제로 관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권을 부여받기 이전의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는 대표적인 예로 ‘청소년 모의선거’를 꼽을 수 있다. 청소년 모의선거는 청소년들에게 실제의 정치 환경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연습을 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함과 동시에 건전한 시민의식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독일 ‘청소년 모의선거(Juniorwahl, 유니어 발)는 독일 최대 규모의 학생 대상 프로그램이다. 독일의 청소년 모의선거는 연방총선, 주의회선거, 유럽의회선거에서 실제 선거일 7일 전부터 실시되며,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실제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 정당에 대해 투표할 기회를 갖는다. 모의선거 결과는 실제 선거 당일 정식 투표가 종료된 직후 발표되어, 독일 시민들은 실제 선거 결과보다 청소년 모의선거 결과를 먼저 알게 된다.


청소년 모의선거에 참여하는 학교는 약 한 달간 후보자 공약집과 토론회 등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은 후보자와 정당의 공약을 비교, 평가한 후 투표한다. 투표는 투표용지를 통한 오프라인 투표와 온라인 투표,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선거 관리 역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독일 청소년들은 모의선거를 통해 선거과정을 체험하고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것이다. 모의선거 참여 여부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며 참가비용은 무료이다.


독일의 청소년 모의선거는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2002년 연방총선에서는 연방 정부와 연방정치교육원의 협업으로 독일의 모든 주에서 청소년 모의선거가 실시되어 약 8만 명의 청소년들이 모의선거에 참가하였으며, 86%의 투표 참가율을 나타내었다. 또한, 2004년 유럽의회선거에서는 세계 곳곳의 독일 국제학교와 연계하여 폴란드와 오스트리아에서도 청소년 모의선거가 실시되었다. 2009년 연방총선거에는 총 1,043여 개 학교가 청소년 모의선거에 참여하여 약 24만 6천 명의 학생들이 투표하였다. 2017년 9월에 실시된 연방총선 청소년 모의선거에는 전국적으로 3,490개 학교가 참가했으며 총 958,462명의 학생들이 투표하여 83.1%의 투표 참가율을 나타내었다.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청소년 모의선거 진행 모습 (사진 제공- Juniorwahl)

▲스웨덴
대규모 정치박람회 ‘알메달렌 위크’, ‘학습동아리 민주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민주시민교육의 강국 스웨덴 역시 청소년 모의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투표(School vote, Skolval)’라고도 불리는 스웨덴의 청소년 모의선거는 중·고등 수준의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선 기간에 실시되며, 학생들은 스스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제 선거 방식과 동일하게 투표와 개표를 진행한다. 청소년 모의선거의 개표 결과는 총선 결과와 함께 신문과 TV 등의 매체에 발표된다. 이렇게 스웨덴 청소년 모의선거를 통해 학생들은 선거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민주주의 원리와 시스템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스웨덴의 청소년 모의선거는 2002년 스웨덴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처음 실시되었으며, 2014년부터는 유럽의회 선거 기간에도 실시되고 있다. 시행 초기인 2002년에는 34.3%의 고등학교 학생들만이 선거에 참여했으나, 2006년에는 86.66%로 참여율이 대폭 상승했다. 2014년에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1,800여개 학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정부는 2018년 총선거와 2019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청소년 모의선거에 약 500만 스웨덴 크로나를 출연하였으며,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학교도 모의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청소년 모의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캐나다
캐나다의 학생 선거 프로그램, ‘스튜던트 보트(Student Vote)’는 2003년 10월 온타리오주에서 처음 실시되어 43%의 주내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후 학생 선거 프로그램은 캐나다 전 지역으로 점점 확대되어 2006년 연방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학생 선거에서는 2,500개 학교에서 468,00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지난 2015년 10월 캐나다 연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학생 선거에는 6,662개 학교에서 922,000명의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했다.
캐나다의 학생 선거 프로그램은 비정당성(non-partisan)을 원칙으로 청소년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는 정부 인가 자선단체 ‘CIVIX’에서 운영한다. 실제 선거일을 1주 정도 앞둔 시기에 ‘전국 학생 투표 주간(National Student Vote Week)’이 지정되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2015년 캐나다 연방 선거 기간에는 선거일인 10월 19일을 앞두고 10월 13일부터 16일이 학생 투표 주간으로 정해졌다.


이 기간 동안 캐나다의 학생들은 후보자, 정당과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조사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정치 토론을 벌인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맡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후보에게 투표한다.
‘스튜던트 보트’의 자체 참여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에 참여한 교육자의 100%가 학생 투표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학생의 83%가 미래에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부모의 90%는 이 프로그램이 가족들에게 정치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밝혔고, 28%는 이 프로그램이 그들의 투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대답했다. 

▲_ 캐나다 학생투표 진행 모습 (출처- studentvote.ca)

▲한국
우리나라에서도 YMCA 주관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법 여부에 대한 질의 과정을 거친 후,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청소년 모의대선투표가 실시되었다. 4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약 한 달간 청소년 선거인단을 모집하여, 60,075명의 청소년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가운데 이 중 86%인 51,715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사전 투표일은 5월 4일부터 5일, 본 투표일은 대선일과 동일한 5월 9일이었다.
투표일에는 지역거점 투표소를 통한 오프라인 투표와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투표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지역거점 투표소는 실제 투표일에만 운영되었다.


청소년 모의대선투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39.14%의 지지를 받아 최다 득표자가 되었으며, 2위는 36.02%의 득표율을 얻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차지했다. 청소년들은 문대통령 취임 100일인 지난 8월 19일 청와대를 방문해 청소년들이 뽑은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했다.

 
이와 같이 청소년들은 모의선거를 통해 정치를 체험하고 경험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적극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주장을 펼치며 민주주의를 생활화하게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민주주의 체험을 생활화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면, 향후 이 청소년들이 선거권 연령에 도달하여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때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관심사와 공익적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정치의 질도 한층 더 향상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실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청소년 모의대선을 주관한 YMCA 김진곤 국장은 “민주주의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귀족에서 천민으로, 지배계층에서 민중으로 참정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어온 그리고 이끌어 갈 청소년을 위하여 ‘청소년이 보이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국 청소년 모의대선투표 진행 모습과 당선증 전달 장면(사진제공- YMCA)

《자료 출처》 <자료 정리: 박소엽>
(1)김진곤 (2017), “청소년이 직접 뽑은 대한민국대통령 모의투표의 의의와 과제”, 『청소년정치참여확대 및 활성화 방안』, 진선미의원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최, 선거연수원 후원 세미나 자료집, pp. 3-15.
(2)이종희 (2017), “청소년의 정치참여 확대 및 활성화 방안 - 토론문”, 『청소년정치참여확대 및 활성화 방안』, 진선미의원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최, 선거연수원 후원 세미나 자료집, pp. 55-56.
(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2015), 『각 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
(4)Milner, Henry (2010), The Internet Generation: Engaged Citizens or Political Dropouts. Medford, MA: Tufts University Press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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