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상생 중심 기업생태계 만들 것”

불공정거래 조정 통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사회 조성이 목표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6.06 09:00
#’초특가’, ‘특급배송’으로 무장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갑질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판매실적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 최저가 판매 명목하에 했던 할인 비용 등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것이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에 대한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본사는 가맹점들에게 점포 환경개선에 돈을 쓰게 한 후 가맹본부 부담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광고비 명목으로 신선육과 기름 공급가를 인상해 영업이익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기업-중소기업과 가맹점 간 ‘갑질’ 사건들이다. 그동안 관례처럼 이어져 왔던 갑질들이 곪다 터져나온 것이다. 갑질에 피해를 본 을들이 소송을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 산하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이런 불공정거래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신동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은 최근 갑질이 사회 전면에 떠오르는 상황은 “투명한 기업생태계로 가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며 공정한 기업문화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어떤 기관이고 언제 생겼는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하 조정원)은 2007년 12월3일에 설립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산하 공공기관이다. 일반인에게는 주로 공정위가 공정거래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한다고 각인돼 있어 조정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조정원은 크게 네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업무는 불공정거래 분쟁조정이다. 대규모 유통, 하도급, 가맹사업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에 따른 분쟁이 생기면 조정안을 만들어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한다.
두 번째는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분야별 시장연구라든지, 사업자 거래행태에 관해 조사·분석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통해 공정위의 합리적인 경쟁정책 수립과 효율적인 법 집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를 준수하도록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급평가를 하고 있다. CP등급평가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내부준법시스템을 매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맹사업의 경우 창업자들이 정보가 부족해 사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가맹점을 하려는 창업자가 신중하게 가맹본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를 공정위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경쟁정책’과 ‘공정거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경쟁정책은 학술적인 표현으로 일반적으로는 잘 안 쓰는 말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시장에서 경쟁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정책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정거래법’의 정식 법 명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공정거래법 중 독점규제에 해당하는 규정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고, 기업담합을 금지하며, 기업이 결합해서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반독점정책’이라 볼 수 있다. 시장의 독점을 방지하고 독점력이 있더라도 남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게 하는 협의의 경쟁정책이다.
또 하나는 공정거래다. 거래 과정에서의 불공정 수단, 불공정거래 내용을 통해 공정성을 해치는 일들을 규제하는 것이다. 독점규제가 자유경쟁을 추구하는 데 비해 공정거래는 공정한 경쟁을 추구해 서로 모순되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즉, 공정거래는 경쟁수단과 거래 내용의 불공정성을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쟁의 자유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협의의 경쟁정책과 공정거래정책을 포괄해서 ‘경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쟁 조정 사례를 하나 들어준다면
▶조정원 사례 중 가맹사업 불공정 조정건수가 많다. 주로 영업지역에 관한 분쟁이 많다. 사례 하나로 가맹점사업자인 A는 치킨 가맹본부 B와 가맹계약을 체결하면서 A매장 중심으로 반경 1km내를 A의 영업지역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얼마 후 B가 A 매장에서 600m 떨어진 지점에 추가 가맹점을 개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는 영업지역 내에 신규 가맹점을 개점하지 말 것을 B에게 요구했으나 B는 해당 가맹점이 A의 매장과 별개의 상권에 위치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B가 신규 가맹점을 개점하자 A 매장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A는 B가 영업지역을 침해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조사해보니 신규 가맹점을 설치한 것과 매출액 감소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B가 신규 가맹점이 폐점할 때까지 생기는 A 매출 감소분에 대해 식자재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조정안이 제시됐고, 쌍방이 수용해 조정이 성립됐다.
또 한가지는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판매촉진비용 전가 조정 사례다. 농업협동조합원 A는 대규모유통업자 B와 1995년 계약을 체결하고, B의 대형마트에 농산물을 납품해왔다. 그런데 A가 2017년 초 계약을 종료하면서 정산을 해보니, 판촉사원 인건비 대부분을 A가 부담해 온 것을 알게 됐다. A는 판매촉진 인건비를 동등하게 부담할 것을 요구했지만 B는 A가 납품하는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판촉사원을 고용한 것이므로 그 비용은 A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면서 A의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A는 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조정원은 “A가 판매촉진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도록 한 B의 행위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금지조항을 위반했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B는 A에게 4억5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조정이 갖는 효력은 얼마나 되나? 만약 조정 결과를 피신청자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나
▶조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자율적인 조정 의사를 전제로 진행하기 때문에 만약 피신청인이 조정원이 제시한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거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조정이 거부되는 경우에는 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다시 피신청인을 공정위에 신고하면 공정위가 피신청인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신청인 역시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실제로도 조정 조사 과정에서 합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약관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쟁사건은 조정원에서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을 조정조서로 작성한 경우 해당 조서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한다. 즉, 한쪽 당사자가 조정조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별도 소송 없이 바로 법원에 강제집행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정이 법적인 강제 효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조정신청과 피해구제 성과액은 얼마나 되는가
▶조정신청 수와 피해구제 성과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총 3354건을 접수해서 3035건을 처리했고 947억 원 상당의 피해구제 성과를 거뒀다. 이는 2016년보다 38%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도 4월까지 통계를 보면 지난해 4월까지 동기간 대비 50% 증가한 1220건을 접수해 1084건을 처리했고 359억 원 상당의 피해구제 성과가 있었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가 강조되는 분위기와 함께, 요즘 갑을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불공정거래 관련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 조정원이 공정거래 연구와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구기능 강화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그동안 조정원의 공정거래 관련 시장연구 및 조사·분석 기능은 분쟁조정 기능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심지어 조정원이 연구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일반 국민은 잘 몰랐다. 하지만 공정거래 분야는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공정거래법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 형사법인 살인, 강도, 폭행, 절도처럼 바로 판단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 정말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경쟁을 제한하는지 등을 분석해 봐야 한다.
특히 요즘은 과거와 같은 제조업 중심 산업환경이 아니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기술·산업 간 융복합이 일어남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 사회의 분석 방법이 맞지 않는다. 이렇게 디지털경제가 도래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합당한 경쟁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정원은 전문적인 시장 연구와 실제 사건 처리에 활용 가능한 경제분석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키워드는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소득주도 성장’이다. 지난 1년간 정부의 공정거래를 위한 정책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J노믹스나 사람 중심 경제에 대해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현 정부의 중요한 기조 중 하나가 공정경제다. 공정경제의 핵심은 공정거래정책이다. 요즘 갑을 문제 등이 사회적으로 폭발하고 있는데 그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은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가맹, 유통, 하도급, 대리점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다만 대책을 발표한다고 끝이 아니라 입법화도 해야 하고, 집행을 통해 시장에 정착되는 과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대책이 실행으로 구체화돼서 나중에 실제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정말 바뀌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예전과 달리 대기업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가 초고속 성장을 해오면서 그동안 목표만을 향해 뛰다가 웬만한 부분들은 지나쳐왔다. 그동안 지나쳐왔던 것들이 사회가 점차 투명해지고, 불법적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로 가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현상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공정한 기업문화가 형성된다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거라고 본다.
기업들도 갑질 같은 불법적 관행이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도록 자발적으로 공정거래 준법감시시스템(CP)을 만들어서 운행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봤을 때도 ‘저 기업이 정말 공정거래에 관심이 있고 잘하는 기업이다’고 느끼면서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신 원장은 지난 3월 제4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갑질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기업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이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언급한 것으로 조정원이 불공정거래 행위 기업을 제재하거나 처벌하는 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조정원은 ‘조정’이라는 수단, 즉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기에 해결하고 정상적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이 있어 상생하는 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앞으로도 조정을 통해 상생하는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조정원의 새로운 리더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직원들과 소통하고 대화할 것인가
▶조정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정말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을 당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분들한테는 적극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사명감을 가지라고 하기 보단, 불공정거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수시로 대화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조정원은 사실 큰 사업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일을 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거창하게 구호를 내걸기보다는 조직의 부족한 부분을 임기 동안 채워주고 싶다. 조직이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서로 연구도 하고, 나중에 번듯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보태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에 관한 일이기에 사람에 대한 교육이나, 조정에 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신동권
現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독일 마인츠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교대학원 법학박사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국장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경쟁위원회 의장단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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