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통적 안보위협과 hindsight bias

[이일환의 情(정보의 눈으로)•世(세상)•思(바라보기)]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이일환 교수입력 : 2018.07.06 09:18

하인드사이트 바이어스(hindsight bias)는 특정 현안이 발생해서 결과가 나타난 뒤에 그 결과를 토대로 현안이 왜 발생했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그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책결정자들이나 정보전문가들이 판단을 어떻게 미스했는지를 평가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편견’을 말한다. 한마디로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달걀을 책상 위에 세워 놓아 보라고 했을 때 누구도 달걀을 깨고 세워놓는 법을 생각지 못하다가 누군가가 이를 실행하면 “아 그렇지”하고 동의하는 것이 쉬운 비유가 된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하고 나서야 반성한답시고 무릎을 꿇고, 해체를 선언하는 등 북새통을 떠는 것이 하인드사이트 바이어스의 적절한 예가 된다. 사후약방문인 것이다.


문제는 결과가 나타났을 때 평가는 쉽지만 사전에 이를 예측하고 행동에 옮기는 일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대의를 보지 못하고 소리(小利)에 집착하여 세상의 트렌드와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염려스러운 점은 안보 분야, 특히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 이 같은 하인드사이트 바이어스가 나타날 수 있는 계절인 여름이 왔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일본뇌염이 처음 출현하고, 부산항에서 붉은불개미가 나타난 것은 비전통적 안보 분야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안보 하면 군사 중심의 전통적 안보 중심으로 사고한다.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카드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거론되듯이 전통적 안보가 안보 분야의 전부처럼 인식되고 있다.


세계는 그러나 기후변화•테러리즘•사이버 공격•신종 감염병 등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들이 전통적 안보에 못지않게 글로벌 차원에서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상 또한 익명적이며, 파괴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습공격(surprise attack)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신종 감염병은 인간의 초동대응을 어렵게 하여 정보 실패를 유발하기도 한다. 3년 전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가 생생한 실례가 된다. 비전통적 안보 위협 중 주목해야 할 대상 중의 하나가 보건안보다. 세계화로 인해 언제, 어디서 ‘여권이 필요 없는 전염병’이 비행기를 타고, 물류에 실려 전 세계로 확산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30년 동안 새로운 전염병은 기습공격처럼 돌출했다. 메르스, 니파(Nipah), 헨드라(Hendra) 등이 있고, 조류나 포유동물이 최대 82만7000종의 미확인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고 있다.


사스(SARs)는 불과 6개월 만에 29개 국가에 퍼져 8000여 명을 감염시켰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는 수준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전염병으로 수 천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경우, 새로운 전염병을 겪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레이건은 HIV를, 클린턴은 WEST Nile 바이러스를, 부시는 사스를, 오바마는 메르스, 에볼라와 말년에는 지카바이러스 등 가장 많은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였다.


글로벌 전염병은 먼저 국내정치에 파장을 가져온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사회적 대응체제가 흔들리고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포괄적인 거버넌스의 난맥상을 표출하기도 한다. 2013년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한동안 국민에게 발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공중보건 인력은 바이러스 접촉자들을 확인하지도 못함으로 인해 공포감이 증폭되어 국가 능력이 심대한 불신을 받은 바 있다. 관광객 유입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여 발병 사실을 감추려는 국가도 있었다. 이 결과, 2만8000여 명이 감염돼 1만1000여 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나아가 경제를 망가뜨리고 공중보건 체계를 무너뜨렸으며,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다.


두 번째는 국제정치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특정 국가의 경계 내에서 발생한 질병 문제가 이웃 나라와 다른 나라의 보건 문제로 연결되는 구조 하에서 소위 ‘질병학적 주권 영토공간’이 해체될 수 있다고 신범식 서울대학교 교수는 주장한다. 세계 각국의 경제 발전과 국내 거버넌스의 문제가 공중보건과 연계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에 저항하는 국가들에 대한 강제조치 내지 격리조치라는 강경책이 글로벌 거버넌스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북한의 보건안보 취약성이 야기하는 갈등 가능성이다. 콜레라•말라리아와 같은 북한 내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남한에 유입되어 확산되거나, 남한에 발생한 전염병이 북한지역으로 유입될 경우 남북관계의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물론 남북 보건당국자 회담이 즉각적으로 열려 대책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적•인적 남북교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보건환경과 의료 및 의약품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다. 에볼라 및 메르스 사태 당시 북한은 외부자의 출입을 차단하고, 어쩔 수 없이 입국한 입국자들은 잠복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에 격리하는 등 외과적인 대처밖에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중국 해안지방에서의 전염병 발생과 그 통제의 실패는 동북아 지역의 커다란 안보 도전요인으로 등장할 소지도 있다.

 
신종 전염병 대처에 고민스러운 점은 앞서 강조한 것처럼 하인드사이트 바이어스가 생길 가능성이 다분한 데다, 전문가나 정책담당자들이 망각상태(forgetfulness)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에볼라만 하더라도 새로운 세대는 에볼라로 인한 공포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사실은 뼛속 깊이 각인되지만, 문서로만 겪은 사람은 체감도가 낮다. 전염병은 조기 탐지와 즉시적인 경보가 무엇보다 긴요한데, 이를 놓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도시 인구는 점점 더 팽창하여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쉬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대상이 사이버 안보 문제이다. 누구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무덤덤하고 둔감한 분야가 사이버안보이다. 피해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고 체감되지 않는 것이 둔감화 현상의 근원이다. 보건 분야는 사람이 죽어나가거나 환자가 발생하여 고통받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나타나지만, 사이버 분야는 불편함이 잠시 느껴질 뿐 그 피해와 폐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개인정보 노출을 염려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개인의 사진 등을 거침없이 게시한다. 신용카드 사용 행태만 분석해도 특정인의 습관과 행동패턴, 그리고 라이프사이클을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집으로 매월 날아오는 신용카드 사용실적을 보면 흠칫 놀랄 때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갈수록 아날로그처럼 살아야 한다”는 시대역행적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갈수록 사이버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진다. 윤봉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이버 공간이 정치•경제•사회•군사적으로 핵심 영역을 차지하고, 정부뿐 아니라 개인과 민간 영역에서 사이버 위협 요인이 증대하고, 사이버 군사화(cyber militarization)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드루킹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버상 여론 조작과 선전선동은 건전한 여론 형성을 무너뜨리고 공론을 왜곡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으며, 북한의 해킹조직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편 영국에서는 사이버 안보문제를 GCHQ(정보통신본부)와 같은 정보기관이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비전통적 안보 분야는 이주안보•기후안보 등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기에 비전통적 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정책자들은 자칫 정보적 감각을 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사태가 돌출하면 정책적이고 사회적인 시각으로만 대처할 우려도 높다. 한반도의 급변하는 전통적 안보환경에만 매몰되지 말고 비전통적 안보 분야도 다시 점검하여 하인드사이트 바이어스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갈량이 강조했다. “艱險歷盡博得脚跟 站穩前道坦 夷 豈能够棹輕心以(힘든 곳은 모두 나와 발끝이 편안해졌다. 여기서부터 평안한 길이지만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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