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 원장 "공정과세 통한 국민복지·사회안정 방향성 가져야"

조세재정연구원, 재정건전성 증대 위해 장기 비전 제시에 힘 쏟을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9.10 09:29
조세(租稅)라는 두 글자에는 모두 곡식을 나타내는 벼 화(禾)자가 들어있다. 조세는 과거 백성들이 수확한 곡식에서 쓸 만큼의 몫을 빼고 나머지를 관청에 바치는 것이었다. 오늘날은 곡식 대신 금전 형태로 거둬들이고 있는 조세를 통해 국가는 공공재원을 마련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나라 살림을 하려면 세금을 얼마나 거둬야 할지, 그리고 거둬들인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짜야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가의 재정분야, 특히 조세·공공지출·공공기관 운영정책을 조사하고 연구 분석해 국가의 조세재정 정책을 지원하는 연구기관이다.

지난 7월 30일 기획재정부가 ‘2018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3대 중점분야는 ‘소득재분배·과세형평 제고,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지원, 조세체계 합리화’라고 밝혔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국민이 낸 세금의 효용성이 극대화된다. 앞으로 세제개편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재정총량과 지출구조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먼저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의 전반적인 현황을 이야기한다면
▶조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국가 재원조달기능이다. 다음으로는 재원조달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세금을 얼마나 공정하게 부과하는가 하는 공평성이 중요하다. 세번째는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개인 혹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하지 않는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조세정책은 오랜 기간 동안 분배보다는 경제성장에 우선을 뒀다. 기업 투자, 고용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조세지출을 활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평성 측면이 다소 왜곡됐다. 앞으로는 공평과세에 대한 지향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특히 부동산 보유나 기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이 앞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재정은 재정총량에 대한 이슈와 개별 분야에 대한 이슈로 나뉜다. 재정총량 이슈는 수입과 지출 규모를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재정적자를 통해 부채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가 된다. 세입을 감안하면서 재정지출을 어떻게 할것이냐 하는 것이 총량에 관한 문제다. 최근 세수가 순조롭게 늘어나면서 총량으로 봤을 때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총량을 떠나 개별 분야에서 재원 사용 구조가 변화했는가 하는 측면도 지금까지 정부는 기업활동과 경기부양을 위한 SOC투자에 집중했고, 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면서 R&D투자에 지원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재정확대와 재원사용의 구조변화를 통해 국민 복지와 사회안정, 인적자원개발 쪽으로 예산사용의 무게이동이 필요하다.

-지난 7월 30일 정부가 ‘2018년도 세법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첫째가 소득재분배고, 두 번째가 경제활성화 추구, 셋째는 조세제도 합리화다.
사실 소득재분배 측면의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번 개편에서 고소득자의 누진세 구조는 손대지 않았고 근로장려세제 부분이 상당히 강화되었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세금환급 형태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해 근로의욕을 장려하는 것으로 큰틀에서 소득재분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기존의 기업들에 대한 조세감면을 유지, 확대하였다. 세 번째는 조세제도 합리화 명분하에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혹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소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개편안에 대해 핀셋증세라는 비난도 있다. 이달 정기국회에서 개편안 심사가 이뤄질 예정인데 어떻게 예상하나
▶사실 ‘핀셋증세’라는 것을 야당이 이야기 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과거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증세에 소극적이었다. 핀셋증세라고 비판하는 부분의 내용은 보유세 강화, 특히 종합부동산세 일부 세율구간을 인상한 것 때문이라고 보인다. 사실 강화된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의 납세자 숫자는 제한적이다. 과세표준 6억원 초과 주택 세율을 0.1~0.5% 인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가 20억원 정도 되는 고가의 부동산에 적용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여러가지 고심을 했지만 소수의 납세자에 대해 세율을 올리는 정책을 택한 것 같다.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용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국회에서 세율 구간을 대폭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소폭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

-기재부와 행안부의 세수전망에 따르면 올해 조세부담률이 사상 처음 20%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고려될 것으로 보이는데
▶조세부담률은 바뀐 세법개정안을 통해 과세당국이 성실히 이행할 경우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세수를 말한다. 또한, 경제활동수치인 GDP가 집계되면 GDP 대비 총 세수비중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19%가 될 수도, 21%가 될 수도 있다.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면 분모에 해당하는 GDP 비중이 커져 조세부담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조세부담률은 결과로서 보는 것이지 구체적인 정책변수가 아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현재 수준에서 복지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서 우리가 증세를 더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재정적자를 늘리면서도 복지는 확대하되 증세는 소폭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증세를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7월 30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GDP 대비 부동산 보유액이 상당히 높다. OECD 국가들의 평균 GDP 대비 부동산 보유 규모가 3~4배 수준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5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민이 본인들의 경제활동에 비해 자산을 부동산에 편중해서 보유하고 있다. 그로인해 가구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주거비 비중이 높아져서 생활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경제성장도 저해하는 효과가 생긴다. 평균 근로소득자들이 자기가 번 돈을 하나도 쓰지않고 저축했을 때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연한이 압도적으로 외국보다 길다. 그러면 사람들의 생활이 불안해진다. 나는 이 부분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연금제도의 취약성으로 미래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이 됐을 때 자신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 자식을 키우는데 혹시 내 자식이 다른 사람 자녀보다 교육을 제대로 못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고 사교육에만 투자하는 것, 그리고 주택마련을 위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만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저축과다 현상은 경제의 중요한 장애요인이다.
주택정책을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중요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국가가 적절하게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임차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임차료가 높은 것도 부동산이 비싸기 때문이다. 여러 경제 주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안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동산가격 안정화와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적절히 세금을 내는 공정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는 것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들은 갈수록 장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높은 카드 수수료 때문에 가중되는 어려움으로 수수료 인하에 대한 목소리도 높은데
▶현재 신용카드 시스템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과표양성화 수단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해주면서 활성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물론 신용카드 사용이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한계와 피해도 있다. 신용카드는 금전을 대출받아 지불하는 수단이다. 대출과 지불 두 가지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은행에 잔액이 있으면서도 습관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이런 불필요한 대출과 소비를 막기 위해 직불카드 사용을 권장하지만 가맹점이 적고 은행 공동망 가동 시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불편함 때문에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체크카드는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24시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신용카드사가 중간에 끼어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의 경우 직불카드가 활성화되어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직불이나 체크카드 사용자보다 월등히 많다.
직불카드 수수료가 1%대 수준이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일반적으로 3~5%다.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정책이 전환되려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직불카드만 소득공제를 해주어야 한다.

-조세재정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5개월이 됐다. 신임 원장으로서 재정건전성 증대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재정건전성 증대는 중요한 경제적인 목표이고 장기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이 유일한 목표라기보다는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야 하고 그 속에서 납세자이자 경제활동의 주체인 일반 국민이 만족할 만한 생활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금부담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재정건전성이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일시적으로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재정확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임 원장으로서 기관 운영에 대한 포부라면 연구원이 국가정책에 기여하고, 중요한 국가과제에 대해 가중치를 좀 더 두고자 한다. 우선 조세와 재정을 연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세제개편의 장기적인 방향에 좀 더 시간을 쏟아 집중하고 연구해서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국가지출이 어떻게 쓰이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아이디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조세·재정 정책이 잘 운용되기 위해 어떤 것이 바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분석의 틀과 재정지출의 편익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분석자료를 잘 만들고 싶다.

-‘세금=국민행복’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국민은 증세와 복지가 비례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세금에 대한 인식 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세금이야말로 국민들 입장에서 피할 수도 없고 개개인에게는 아주 어려운 부담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부담을 지고 낸 세금이 모여서 국가의 재정지출로 사용됐을 때 개별 국민에게 돌아오는 효용은 막대하다. 그런데 국민들이 그런 효용을 당연시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의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이용하는 도로, 교량,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들, 국민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나 소방대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얻는 효용이다. 정부가 국민로부터 걷는 세금은 국민 입장에서 불만스럽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효율적인 측면이 많이 내재되어 있다. 재화는 사적인 재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공공재가 있다. 공공재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효용성 증대를 가진다. 어떤 사람이 이런 공공재가 없어 자기가 가진 돈으로 사설 경비를 고용하고, 사설 소방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가져올 비효율은 엄청나다. 국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비용을 거둬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커다란 효율성이 증진이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

1957년생(대구광역시)
서울대 원예학과 졸업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경제학 학사
독일 함부르크대 경제학 석·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세무대학원 교수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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