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을 담보로 맺은 남 북 군사합의 발효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입력 : 2018.11.01 14:30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는 심리전과 사상전을 통한 혁명전쟁을 강조했고, 전쟁 수행 방식은 철저하게 공포감 조성과 선전·선동을 통한 정신 붕괴와 조직 붕괴였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이 히틀러와 유사해 보인다. 핵무기를 이용한 전쟁 위협으로 남한을 강압하는 것이나, 무기 대신 언어를 사용하고, 탄환 대신 선전을 통해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며 그들에게 유리한 남북 군사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히틀러의 공갈 수단을 이용한 심리전·사상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은 평화에 대한 기대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계속되고 있지만, 남북 군사합의는 국민적 합의 과정도 없이 예정대로 2018년 11월 1일부로 발효되었다.


정부가 국가 안보라는 생존권을 담보로 적대 관계에 있는 북한과 맺은 평화 목적의 합의이기에 군(軍)의 대비 태세 약화를 우려하면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약속 이행을 바랄 뿐이다. 비행 금지 구역 확대로 대북 정보 수집에 제한을 받게 되었고, 전방지역에서의 부대 훈련도 제한받게 되었다. 동·서해에는 적대 행위를 중지하는 완충 수역의 설정으로 해상 기동훈련이 금지되며,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고 모든 포구에 덮개를 씌워야 한다. 만에 하나 적이 도발이라도 한다면 1차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1차 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조치라는 5단계 대응 약속을 지키려다 초기에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곧 구성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서해 완충 수역 내에 평화 수역과 공동 어로 구역을 설정하게 될 것이고, 우리 군(軍)의 신무기 도입 등 북한 핵무기에 대응한 재래식 무기 증강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이 뻔하다.

남북한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합의이기에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발생한 대부분의 남북간 군사적 충돌은 북한의 의도적 도발에 기인한 것으로 결코 우발적 충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약속파기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면에서 남북 군사합의는 북한에 적극적·공세적 전략 환경을, 남한에는 소극적·수세적 전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박한기 합참의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열어가는 정부 정책의 모멘텀이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선승구전’(先勝求戰: 이겨놓고 싸운다)의 강한 국방력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며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적극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손과 발이 묶인채로 ‘선승구전’한다는 말이 타당하기나 한가. 전투력의 3요소 중 유형 전투력인 물질력은 운용에 제한을 받고, 서북 도서는 고립되었으며, 무형적 요소인 정신력은 긴장 완화로 자칫 정신 무장 해이(解弛)가 우려된다. 정신력은 부대를 구성하는 개인 및 조직의 심신 양면의 능력으로서 평시에는 계량적으로 표시할 수 없어 실전 외에는 실험적으로 입증이 불가하다. 또한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유형 전투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면서 승패를 좌우하는 근본 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지휘관의 개인적 철학과 의지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군 장성을 비롯한 지휘관은 국가안보라는 기본적 사명을 인식하여 개인의 사리사욕(私利私慾: 사사로운 이익과 개인적인 욕심)을 떠나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의 자세로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군인으로서 군사적 판단을 해야 한다. 전쟁이 정치의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군은 정치적 영향력 아래 있다. 그럼에도 군 지도자는 정권이 아닌 국가를 최우선시해야 하고,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치 지도자에게 자신의 상황 판단 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필요하다면 반대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평화’를 위해 군은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다. 전쟁과 평화는 이란성쌍둥이이다. 힘이 없는 평화는 비겁함이고 허구이다. 전쟁의 목적도 결국은 새로운 평화이다. 따라서 군 지휘관은 부대의 전투력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교육 훈련에 전념하여 장병들이 평화 분위기에 도취되어 정신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긴장과 공포, 교만과 방심, 해이와 문란은 정신력을 약화시키는 심리 현상이다. 손자(孫子)는 “용감한 장수 밑에 약한 병졸 없다”고 하여 지휘관이 부하에게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강조하였다. 나폴레옹도 “갈리아를 정복한 것은 로마 군대가 아니라 카이사르(Caesar)였으며, 로마를 전율케한 것은 카르타고 군대가 아니라 한니발이었다”고 하며 지휘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셋째, 이럴 때일수록 군 조직의 지휘 체계를 확고히 하고 군을 단결시켜야 한다. 군 지휘 체계에서 지휘관은 두뇌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로 통찰력과 결단력이 요구되며, 이를 바탕으로 상하 신뢰를 구축하여 부대의 단결력을 강화해야 한다. 프랑스의 군사 사상가 아르당 뒤 피크는 “신뢰할 수 있는 군대란 단결을 확고히 한 군대로서 단결만이 병사들을 진정한 군인으로 만든다”라고 하였으며, “상호 각자를 알지 못하는 4인은 감히 사자에게 덤벼들지 못하지만, 서로 잘 알고 있는 용감치 못한 4인은 책임감과 상호 협조를 확신하여 과감히 사자를 공격할 수 있다”고 신뢰와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넷째, 군사 대비 태세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말만 앞서는 ‘선승구전’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왜군의 포위망 속에서도 행주산성을 끝끝내 사수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전투는 지휘관의 리더십과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부대의 단결력, 그리고 국민과 함께한 군민의 일치단결이 성스러운 국가관과 사명감을 돋보이게 하는 역사적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곧 구성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와 그들의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북한은 벌써부터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으며 대남강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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