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학 먹튀방지법 (개정 사립학교법)의 내용과 의의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국회 교육위원회 정재룡 수석전문위원입력 : 2019.02.02 08:00
▲정재룡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종래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횡령 등 비리로 인한 학교 폐쇄 및 법인 해산의 경우에도 잔여재산은 정관에 지정된 자에게 귀속되었다. 그러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되었다. 서남학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횡령액 333억원의 회수 등 시정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교육부는 일련의 절차를 거쳐 2017년 12월 서남대 폐쇄명령 및 서남학원 해산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서남학원의 정관에 따르면 잔여재산의 귀속자는 신경학원과 서호학원으로 모두 이홍하씨가 설립한 또 다른 비리법인 이다. 이 경우 법인의 이름만 바뀔 뿐 이홍하씨는 해산된 법인의 잔여재산까지 활용 하여 지속적으로 비리를 저지를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7년 9월 박경미 의원과 유성엽 의원이 각각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경미 의원의 안은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중 횡령·회계부정 등을 이유로 회수를 요구하는 관할청의 감사처분이 있는 경우 그 금액에 해당하는 재산을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국고 등’)로 귀속시키려는 것이었다. 

유성엽 의원 안은 학교법인의 임원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 등의 횡령, 회계부정 등을 이유로 해당 학교법인이 관할청의 시정 요구를 받았으나 미 이행 상태에서 교육부장관의 해산 인가 또는 해산 명령을 받은 경우 해당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 등에 귀속시키려는 것이었다. 두 개정안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박경미 의원 안은 감사처분 해당액만 국고 등에 귀속시키는 것인 반면 유성엽 의원 안은 잔여재산 전부를 귀속시 키는 것이었다. 두 개정안은 교육문화체육 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에서 2018년 11월 22일 1차 소위원회 심사를 갖게 되었다. 

당시 교육부는 입법 취지에 찬성하되, 법무부및 현장의 반대 의견을 감안하여 학교법인의 재산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 로, 국고 등에 귀속되는 잔여재산의 정도를 시정되지 않은 미 이행 금액 상당으로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두 개정 안에 대해 외부에 의뢰한 법률자문에 따르면 수단의 적합성이나 최소 침해성 측면에서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재산권과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라고 판단 받을 소지가 높다고 사료된다는 의견이 있었는 바, 단순히 국고 등에 귀속되는 잔여재산의 정도를 축소하는 것으로는 위헌 소지 해소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소위원회 심사에서 학교법인이 시정 요구를 이행 하지 않고 해산한다고 하더라도 법령을 위반한 사립학교 경영자 등과 해당 학교법인은 법인격이 구분되므로, 학교법인의 잔여 재산을 국고 등에 귀속시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두 개정안은 위헌 소지라는 난관에 봉 착하게 되어 필자와 교육부는 1차 소위원 회의 위임에 따라 두 개정안의 그러한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마련하게 되었 다. 대안은 회수 등 재정적 보전을 필요로 하는 시정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해산되는 학교법인이라 하더라도 그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조건 국고 등에 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관으로 지정한 잔여재산의 귀속자가 일정한 조건에 해당될 때만 그 지정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결국 잔여재산이 국고 등에 귀속되는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이 경우 정관으로 지정한 잔여재산의 귀속자가 그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잔여재산이 그대로 귀속된 다. 특히, 정관으로 지정한 자가 복수인 경우 그중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 자에게 잔여재산이 귀속된다. 잔여재산에 대한 정관의 지정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경우는 해산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해산일 기준으로 10년 이내의 기간 중주요 보직을 맡거나 맡았던 법인 등 또는 다른 비리법인이다. 원안과 대안을 비교해 보면 원안은 직접적으로 국고 등에 귀속시키는 것이고 대안은 간접적으로 국고 등에 귀속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대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특히 소급적용의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교문위는 세 차례의 소위원회 심사 끝에 마침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한 학교법인에 대해서는 공공성 측면에서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다만, 교문위는 2017년 12월 20
일 대안을 의결하면서 이례적으로 타협책 로 “공공복리 및 고등교육기관의 책무성 제고 측면에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 안(대안)을 의결했으나 여전히 소급적용과 관련한 위헌 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음”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2018년 2월 20일과 28일 두 번의 대체토론 에서 대안의 위헌성에 대하여 논의했다. 사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는 설립자의 비리를 이유로 해산되는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은 위헌이 라는 지적이었는데, 이것은 대안보다는 원안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고 대안은 그런 문제를 보완하여 제안된 것인데, 그 점이 소홀히 취급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2018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대안의 위헌성에 대한 법률자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다행히 3곳의 법무법인에서 모두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법률자문 결과를 쟁점별로 살펴볼 때, 먼저, 헌법상 과잉입법 금지 위반 여부를 보면, 대안은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귀속에 관해 학교법인 설립자 및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해산한 학교법인의 법령 위반 및 관할청의 시정 요구 미이행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일정 범위에 속하는 자들을,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귀속자에서 제외하고 있는 바, 대안은 일정한 경우 잔여재산을 공익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목적이 정당하며, 잔여재산의 귀속방법에 대하여 정관상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 국고로 귀속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 이고 적절한 방법이며, 기존 설립자가 임의로 잔여재산을 처리함으로써 비리사학 부조리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문제점을 시정함에 있어 대안보다 덜 침익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고 보아 피해의 최소성을 위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비리사학의 지배권이 계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저지할 공익적 필요성과 해당 학교 법인이 해산 시점에 자신의 잔여재산을 정관에 따라 처분할 자유를 비교형량해 볼 때 법익의 균형성이 무너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다음으로, 헌법상 연좌제 금지 위반 여부를 보면, 연좌제 금지는 “친족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친족이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대안은 비리사학에 대한 지배권이 세습되어온 양태를 반영하여 ‘양자 간 실질적 경제적 관련성’에 근거한 것이고, 잔여재산 귀속자로 정해진 법인의 경우 해산한 학교법인과 무관하게 스스로 형성·유지한 재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오로지 ‘친족관계’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헌법상 자기책임 원칙 위반 여부를 보면, 자기책임 원칙은 스스로 결정한 결과에 대해서만 기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는 아니며, 스스로 결정한 결과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까지 책임을 지도록 범위를 한정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학교법인과 임원은 법률적으로 독립된 주체이나, 학교법인의 임원은 학교법인의 운영을 결정하는 주체 이므로 임원 및 설립자가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하여 시정 요구를 받는 등 학교법인의 기관으로서 잘못을 저지른 경우 기관의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교법인 역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으므로, 법인의 의사를 결정하는 임원 등이 학교법인의 설립, 운영과 관련하여 잘못을 저지른 경우 해당 법인에 그 책임을 물어 정관상 지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위반 여부를 보면, 해산되었으나 아직 청산사무를 종결하지 않은 법인에 대해 개정안을 적용 하는 것은 아직 진행 중인 법률관계에 대한 입법으로서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되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부진정소급입법은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하게 된다. 대안의 경우 학교법인의 책무성, 교육재정의 건전성 등의 공익성은 매우 큰 반면 비리사학의 재산이 재차 비리 사학으로 이전되는 것에 대한 신뢰의 보호 가치는 크지 않으므로 대안을 위헌적 소급 입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이와 같이 위헌이 아니 라는 법률자문 결과가 나왔음에도 대안을 방치하고 있다가 2018년 12월 두 번의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마침내 12월 26일 대안을 가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안의 자구 이외에 내용에 대한 수정은 없었다. 이어서 다음 날 대안은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대안이 교문위에서 가결된 이후 무려 1년여가 소요된 끝에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개정 사립학교법을 ‘비리 사학 먹튀 방지법’이라 칭하고 있다. 이 법은 비리법인이 해산될 때 그 잔여재산을 국고 등에 귀속시키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다만, 잔여재산이 해산법인과 특수관계 법인 등이나 다른 비리법인으로 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고 등에 보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대학이 폐쇄되었을 때 정관에 지정된 자가 없어 잔여재산이 국고로 귀속된 사례가 다수 있다. 반면, 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이 법의 입법으로 이제 사학비리를 저지른 자가 폐교를 통해 그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비리사학 재산의 되물림도 방지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사립학교의 재산권 보호와 운영의 자유가 강조되면서 사학의 책무성이 훼손되고 비리가 방조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학교 법인의 재정은 공공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학교법인의 재정은 등록금, 국가지원금, 기부금 등이 함께 포함되어 형성된 것이므로 교비 횡령 등으로 학교 재정상태를 위험에 빠뜨리고 결국 해산에 이르게 된 학교법인에 대해서는 잔여재산의 처분 권한에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도 사립학교에 대해 운영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국·공립학교와 유사한 공공성을 요구하며 사립학교 재산에 대한 일정 범위 내에서의 국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법은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하여 비리사학의 재산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한 조치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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