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에 흔들리는 군(軍) 대비 태세 비핵화 협상 전략인가 동맹 전략의 변화인가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차동길 교수 입력 : 2019.04.01 09:01

미 군(軍)은 키 리졸브 연습(Key Resolve)을 대체한 ‘19-1동맹(Dong Maeng,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지휘소 연습)’ 연습을 지난 3월 4일부터 12일까지(주말 제외) 7일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과 미국 조선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새로운 합동 군사 연습 개시’ 제목의 기사에서 “북미 공동성명과 북남 선언들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면서 반발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동맹 연습은 방어적 성격의 한미연합 지휘소 연습”이라며 “이 연습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 언론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합 방위 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훈련 성과에 대해서는 “우리요구 수준에 충족할 것이지만, 외교적 노력에 여지를 마련해주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확대된 규모의 현시(顯示) 전략(show strategy)을 축소된 규모의 은밀(隱密) 전략(covert strategy)으로 전환해 억제 효과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번 연습은 관련국 입장 등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는 관련국 입장이다. 먼저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연습 축소 및 훈련 폐지 등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대해 정치·경제적 압박(방위비 분담 등)을,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협상의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동맹 약화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인식하며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 축소가 비핵화 전략에 따른 부분적 성공이지만 향후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디딤돌로 삼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 및 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전망이다.

둘째는 한미동맹의 관점이다. 동맹이라는 관점에서 한미연합연습은 한미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연습 자체만으로 존재 이유이고 기본가치다. 따라서 연습 명칭과 내용의 변경(축소·유예·폐지 등)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곧 주한미군 철수라는 등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동맹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전쟁 억제와 경제·사회 발전의 문제이다.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그 자체로써 전쟁을 억제하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제공함으로써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 따라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축소 폐지는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한 가지 연습의 일시적 축소·폐지가 아니라 주요 연습 및 훈련 대부분을 축소·폐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부실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가능성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은 한국 군이 능력을 갖추었을 때 전환할 계획이지만, 한국군의 능력은 연습을 통해서만이 배양될 수 있다. 당장 올 후반기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서 최초운용능력(IOC) 검증이 이루어진다. 한국군으로서는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연습의 방향도 설정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어느 국회의원의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 관련 질문에 대해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않았고, 일부 유예하거나 조정해서 시행하며, 대대급 이하로만 훈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마치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변경(축소·유예·폐지)은 미국이 아닌 한국의 요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귀를 의심케 하는 답변이다. 장관이 공군 출신이기에 그가 말하는 대대급이 공군의 비행대대인지, 지상군의 대대급인지 알 수 없지만, 연합훈련의 핵심이 한미 간 상호 운용성과 공동의 전술관(戰術觀), 정보 공유 및 표적 처리 시스템의 연동성에 있음을 고려할 때 동의할 수 없는 답변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연합상륙훈련 폐지는 전쟁 억제력의 핵심 세력을 무능케 하는 조치이기에 안타깝다. 로버트 넬러 미(美) 해병대사령관은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현역 군인을 배치하거나 보안시설 강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전용하는 것이 전투 준비 태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 이 뉴스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국대학교 차동길 교수
예비역 해병 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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