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을 가장 잘 이해하는 ‘주화파’

[칭찬합시다]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김민우 기자 입력 : 2019.06.03 10:04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다부진 어깨에 부리부리한 눈, 후덕한 턱선까지 겉모습은 여지없이 장군상이다. 싸움도 잘할 것 같지만 국회 내에서는 소통 잘하는 의원으로 통한다.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정양석 의원의 이야기다.


지난달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에게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전해주자 “저는 대여 협상에서 늘 미니멈(여당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한다”며 “우리 당 내부에서 주화파와 주전파가 있다면 내가 주화파”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의원은 “국회가 아무리 얼어붙고 원내대표들이 각 당의 입장을 강한 발언으로 대변하더라도 수석들은 물밑에서 대화를 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전월 머니투데이 더리더(the leader) ‘칭찬합시다’의 주인공이었던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 의원을 다음 칭찬할 대상으로 꼽은 것도 바른정당 원내수석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였고 정 의원은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립으로 정국이 꽉 막힐 때면 정 의원이 나서서 항상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현재 국회는 여야 4당이 한국당을 제외하고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해 얼어붙은 상황이다. 얼어붙은 국회를 녹이기 위해 각당 수석부대표들 간의 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 의원은 서로 상대 당에 대한 이해가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원내수석이 상대를 이해하지 않아서는 협상이 안 된다”며 “원내수석이 되면 한국당 내에서 민주당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을 만나 향후 국회 운영에 대해 들어봤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물밑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조율 중이라고 들었다
그러려고 한다. 나는 대여협상에서 늘 미니멈을 제시한다. 그리고 들어가자고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농담할 때 하는 얘기인데 우리 당 내부에 주화파와 주전파가 있다. 내가 주화파다.

-당내에서 국회 정상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나
아무래도 나나 나 원내대표는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보니 유권자들이 강한 투쟁보다는 합리적 투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국회를 열고 안에서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강경투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아무래도 영남권 의원들은 더 강한 투쟁을 요구한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한국당의 요구조건을 더불어민주당에 전했나
제가 주도해서 여야 3당 수석부대표들이 만났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이런저런 카드를 맞춰보자는 거다. 선거법을 숫자로 밀어 붙이고 이 과정에서 비의회주의적 사보임이 발생했다. 이것에 당내 의원들이 화가난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완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의견이 다양하지만 내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했다. 일단 그쪽의 의견을 들어봐야 원내대표랑 협의하고 당의 총의도 모아볼 수 있지 않겠나. 여야가 샅바싸움을 하면 당연히 당내 의견이 갈린다. 그럼 원내대표단이 소신껏 협상해보고 ‘이 정도면 됐다’고 판단이 들 때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다. 파행이 장기화됐을 때 득실도 생각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에 대해 지적할 것이 많기 때문에 국회를 열더라도 손해가 아니다.

-각 당 원내대표들은 여전히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간다. 국회 정상화가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원내대표들이 각 당의 입장을 강한 발언으로 대변하더라도 수석들은 물밑에서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는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원인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 의견을 전달했다. 민주당 내에도 강경파가 있고 온건파가 있으니까 디테일한 부분은 조정이 필요할 거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강경하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고도 의지가 없다. 여야 협상과정에서 청와대가 새로 취임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려면 개입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데 이 원내대표의 입장이 난처하다.
대통령이 추경, 5.18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에 너무 나서면 이 원내대표의 재량권이 적어진다. 여기에 이해찬 대표까지 나서면 여야가 대화를 재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칭찬합시다’의 주인공으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천했다
제가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를 할 때 박 의원이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였다. 원내수석이 되면 상대를 이해하게 되니 가까워진다. 원내수석이 상대를 이해하지 않아서는 협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원내수석이 되면 한국당 내에서 민주당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바른정당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할 때와 지금의 차이는
책임이 막중하다. 당시 바른정당에서는 결정권이 없었다. 입바른 소리만 하면 됐다. 훈수 두듯 때로는 양비론도 내고 했는데 제 1야당의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럴 수 없다. 대표하는 의원수도 많고 책임감이 다르다. 

-나경원-정양석 원내지도부가 꾸려진 후 한국당 지지율이 올랐다
두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본다. 한 번은 2.27 전당대회 때다. 다른 한 번은 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발언했을 때다.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국민들이 집권 여당의 국정 실패를 보면서도 한국당에 대한 신뢰는 없었던 것 같다. 우리를 대안세력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는데 국민들이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안정감이 생겼다고 본 것 같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도 숨죽이던 보수의 목소리를 시원하게 대변하면서 황교안-나경원 투톱과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4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어떤가
원내수석은 외부의 다양한 분위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욕먹는 부분, 잘하는 부분 모두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원내대표에게 쓴소리를 의무적으로 많이 해야 하는 자리다. 그래야 오판하지 않는다. 원내대표는 아마 저를 불편해할 것이다.(웃음)

-전반기 국회 출석률 100%를 유지하다가 후반기 국회 들어서 깨졌다. 이유가 있나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을 때는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다. 19대 총선에서 떨어져보니 내가 여기에 얼마나 오고 싶었는지 느껴지더라. 의정 활동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이 느껴졌는데 낙선이 주는 학습효과다. 또 재선의원이 통상적으로 가장 열정이 높지 않나. 그러나 한국당에 복당한 후에는 당론 때문에 출석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간절히 돌아오고 싶었던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나
민방위법 개정안을 냈다. 통과됐다. 낙선 시절 그분들 애환을 들었다가 수고를 덜어드리게 됐다. 서울 지역은 민방위 교육통지서를 호별 방문해서 돌렸다. 근데 제가 법을 바꿔서 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도록 했다. 통장님들은 박수를 많이 보내주셨다.

-정치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어려서부터 정치를 하고 싶었다. 서로 토론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법안에 반영하는 역동적인 정치의 장이 좋았다. 그 당시에 바로 정치를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정당 공채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민주정의당 사무처 당직자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정치를 배우고 정치인으로서 저를 숙련시켜나갔다. 그런 생활들이 저를 있게 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도움을 준 사람이 있나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제가 당협위원장에 임명되도록 도와주셨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극렬하게 대립할 때인데 저는 애매한 친이였다.
이재오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총무일 때 제가 원내행정국장이었다. 그 인연으로 함께 일하며 가깝게 지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저를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그 인연으로 정 대표가 대선과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 도와드렸다. 지금도 정 대표와는 종종 만난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꼭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안이 있나
여당이 증세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증세는 곤란하다. 오히려 기업하기 좋게 법인세나 세금을 깎거나 합리화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서 시장경제가 죽었다. 대기업도 힘들다. 국민부담경감3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탄력근로제 개편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시급하다. 국회만 정상화되면 바로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직접 발의한 법안 중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안은
국가안전보장회의법 개정안을 하나 발의했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NSC가 소집되는데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사람만 모이다보니 외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NSC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정보위원장, 국방위원장이 배석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이 통과되면 국회와 소통되는 외교·안보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또 한 가지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 개정안이다. 북한에 지원할때 남북협력기금을 심의하는데 행정부가 심의의 중심에 있다. 부처 차관들과 통일부 국장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심의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 남북협력기금을 투명화할 수 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1958년 전남 보성 출생
살레시오 고등학교 졸업
전남대 물리학과 졸업
서강대 정치학 석사학위 취득
국회 정책연구위원
18·20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비서실 실장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
자유한국당 정책위부의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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