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청문회 활성화 방안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국회 교육위원회 정재룡 수석전문위원 입력 : 2019.06.03 15:15

▲정재룡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1년 6월 보건복지위원회는 종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라는 한의약의 정의 중에 의료행위 앞에 일부 조문 정리를 거쳐 ‘현대적으로 응용·개발한’을 추가하는 것이 주 내용인 2건의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윤석용 의원 대표발의, 최영희 의원 대표발의)을 심사하였다. 개정안은 한의약의 현대화를 원하는 한의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 개정안에 대하여 양의업계에서는 한의를 최대한 전통에 가두어두기를 원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한의와 양의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매우 간단한 사항에 불과한 개정안의 심사에 소위원회 2번 총 6시간여, 전체위원회 1시간여 도합 7시간여가 소요되었다. ‘현대적으로’를 빼자, 넣자, 바꾸자 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심사결과를 말하자면 개정안은 소위원회에서는 ‘현대적으로’ 대신 ‘시대 발전에 맞게’라고 수정되었고 전체위원회에 가서는 ‘시대 발전에 맞게’라는 구절이 법조문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과학적으로’라고 수정되어 통과되었다. 이 사례는 입법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치열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입법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이 반영은커녕 수렴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1년 6월 국회는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용희 의원 대표발의)을 가결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4년 만인 2015년 6월 청구인들의 알 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 선고하였다. 2011년 6월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그 개정안을 심사할 때 회의록을 보면 이 사안의 위헌성과 관련한 논의 자체가 한마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 반대의견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에서 2011년 6월 초순경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어느 의원실에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하여 반대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입법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있어서 중대한 흠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당시 그 개정안의 심사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수렴되었다면 위헌성 있는 그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9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학평의원회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동섭 의원 대표발의)을 심사하여 다른 개정안과 통합하여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개정 내용에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의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법률 개정 이후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를 중심으로 이것은 대학자치에 반하기 때문에 재개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서명운동을 벌여 청원을 제출하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이 사안에 있어서도 공식 회의에서 이해관계자인 교수들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이 사안은 필자가 검토한 것인데, 검토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작 이 개정안의 검토보고서에 반대의견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유사 법률안이 19대에도 발의되었고, 「사립학교법」과 동 시행령 규정 사항을 국·공립 대학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보고 가볍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과정의 현실을 보면 소위원회 과정을 제외하고는 전체위원회나 본회의 등 여타의 과정이 형식화되어 있다. 소위원회도 앞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 사례에서 보듯 쟁점 법률안을 제외하면 충분히 논의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입법의 경우는 소관부처에서 법률안을 입안한 이후 관계부처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문제사항을 삭제하거나 수정·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인 후 국회에 제출한다. 반면,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유사한 절차가 전혀 없고 입안만 하면 언제든지 발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가 낮다. 따라서 국회가 법률안을 충실하게 심사하도록 입법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입법과정에 이해관계자 등 국민의 참여를 늘리는 쪽이어야 한다. 현재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는 국회의 분위기는 법률안 처리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법률안 심사의 충실성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회 입법과정에 국민 참여를 제고하는 것은 ‘숙의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시대 분위기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현재 일반국민이 국회의 입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청원과 입법예고라고 할 수 있다. 양자를 비교할 때 청원은 능동적으로 어떤 입법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이용하는 것이고, 입법예고는 발의된 법률안에 대해 수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때 이용하는 창구이다. 한편, 국회의 각 위원회가 실시하는 공청회는 일반국민이 참여할 수는 없고 위원회가 선정한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다.

종래 청원은 의원의 소개가 있어야 의안이 될 수 있었는데, 지난 4월 국회법 개정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의원의 소개가 없더라도 의안이 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현재 국회가 실시하는 의원입법의 입법예고는 발의 이후 소관 위원회에서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입법예고를 의원입법 발의 전에 해당 의원실에서 실시하도록 하고 정부입법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입법예고 기간의 경우 정부입법은 40일인 점을 감안하여 현재 10일 또는 15일에서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부입법은 의견이 제출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하도록 하고 의견제출자에게 그 의견의 처리결과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회 입법예고에 관한 규칙」은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제출된 의견이 소홀히 취급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의원입법의 입법예고에도 「행정절차법」처럼 제출된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고 의견제출자에게 그 의견의 처리결과를 통지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의 수렴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아예 외면되는 경우도 있다. 「한의약육성법」 개정안 사례에서도 당시 의사 출신 의원이 그 위원회에 있었기 때문에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지 않고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그 직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의견의 수렴을 필수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경우 절차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입법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의 수렴은 단순히 의견제출로는 입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미흡하기 때문에 이 경우 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각 위원회는 공청회는 실시하지만, 입법청문회는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는데, 입법청문회를 실시하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면 보다 합리적인 입법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회법상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는 위원회와 소위원회 모두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으로 개회할 수 있기 때문에 청문회 활성화에 별다른 법적 제약도 없다.

미국에서 청문회는 입법과정상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고 사실상 필수절차라고 할 수 있다. 청문회 개최 결정은 그 법률안이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은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원들은 자신이 제안한 법률안이 입법화되도록 하기 위해서 동료들에게 편지를 발송하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청문회가 개최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청문회를 개최한 결과 해당 법률안의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되면 그 법률안은 폐기될 운명에 처해진다. 청문회의 주요 증인으로는 정부관리, 이익단체 등 이해관계자, 일반 시민 등이다. 청문회의 기능으로는 법률안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정도를 측정하거나, 행정당국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법률의 시행상황을 점검하여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위원장이나 위원의 역할을 홍보하며, 시민들이 의원에게 직접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나 어젠더를 개발할 수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하여 직접적인 체험을 가진 증인으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공공문제에 대하여 인간적인 면모를 불어넣을 수 있다. 때로 위원회는 법률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유도하거나 평가하기 위하여 전국에 걸쳐 현장 청문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위원회 심사가 존중받는 것은 의원들이 청문회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하여 면밀히 조사·검토하여 그 결과를 공식적인 기록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의견이 다른 증인들로 패널을 구성하여 청문회에서 다양한 관점을 듣고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여 관련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수집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하원의 경우 청문회를 연간 평균 약 2,000건 정도 실시하고 있다. 위원회보다는 소위원회가 개최하는 청문회의 비중이 높은데 하원의 경우 80% 내외에 달한다.

국회법은 공청회는 이해관계자 또는 학식·경험이 있는 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자리이고, 청문회는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는 자리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공청회는 찬반의견이 갈릴 때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을 때 개최하고 있다. 이런 공청회와 달리 입법청문회를 활성화하려면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가 각 사실과 주장을 입증하기 위하여 논쟁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운영되도록 입법변론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입법하려는 법률안을 미리 공지하고 입법변론에 참가할 사람이나 단체 등의 신청을 받아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하여 찬반양론의 쟁점화와 그에 대한 공정한 참여 및 발언권 부여, 순수 비영리 민간대표자 등 일반국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만약 입법청문회가 실시되었다면 앞서 살펴본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나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이해관계자는 입법청문회에 참여하여 반대의견을 적극 개진했을 것이다. 따라서 입법청문회가 활성화되면 법률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의 수렴이 사실상 필수화되는 것이고 입법과정에 대한 일반국민의 이해와 관심이 증진될 것이다. 법률안의 홍수 시대에 입법청문회는 입법 필요성을 기준으로 법률안을 걸러주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 국회도 의원 개인적으로 입법 관련 다수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률안 심사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를 미국처럼 소위원회(위원회) 차원의 입법청문회로 전환하면 충실한 법률안 심사를 도모할 수 있고 중계방송 등을 통해 법률안 자체와 국회의 입법활동에 대한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하는 국회의 바람직한 방향이고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 향상의 길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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