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미래 100년은 지구 중심 시대”

[김택환의 넥스트월드&코리아]난민·기후문제 심각… 시대의 변화 만드는 핵심은 세대교체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09.10 11:06
편집자주김택환 경기대학교 특임교수가 대담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밑그림을 제시한다. <편집자>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사진=더리더
참여정부 시절 2003년, 40대 여성이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주인공은 강금실(법무법인 원, 지구와사람 대표) 전 장관이다. 지금 떠올려도 타 부처가 아닌 법무부에 40대 여성 장관 인사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쇼트 커트 헤어스타일에 야무진 생김으로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개혁 추진으로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엔 서울시장 출마, 대통합민주신당의 최고위원을 지냈다. 2008년 이후에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법조계 복귀 후엔 ‘지구와사람’ 포럼 대표를 맡았다. 유리천장을 격파하면서 터득한 지혜를 지구와 환경 문제 해결에 쏟아내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산업화 속에 배제되었던 지구와 땅,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지금까지 이어온 휴머니즘의 시대는 과거의 유산이 되고 미래 100년은 지구 중심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순을 넘기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며 젊은 세대를 위한 일을 하는 게 버킷리스트라고 말한다. 지난달 22일 강남에 위치한 법무법인 원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보다, 패러다임의 변화
-‘지구와사람’의 대표를 맡고 계신데, 단체가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
▶앞으로 100년의 미래 변화에 주목했다. 과거 물질적 삶은 과학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팽창했지만, 지구는 황폐해졌다. 인간 외의 모든 존재를 사물화하는 이분법적 가치관으로 자연을 무한정 동원했고 인간의 지향점은 ‘더 나은 기술과 물질적 삶’이라는 단일한 차원으로 수렴되고 있다. 미래 관점에서 거론되는 생명 생산, 인공지능 발달 역시 지금 문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문명은 빈곤과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했고 심각한 기후변화와 폐기물로 가득 찬 세계에 직면했다.
보통 피부로 실감하는 건 기후변화와 생태변화인데, 최근 2~3년 사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느껴지기 이전에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우리 사회가 둔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예측한 미래가 모두 현실화되고 있다.
‘지구와사람’은 문명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됐다. 그 대안은 지구와 생명 중심적 사고로 지구와 사람이 조화롭게 생존할 수 있는 통합적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명의 대안을 찾아내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과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구공동체로 시야를 넓혀서 인간만의 문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구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은 각 개인에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열린 삶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생태적 세계관 정립과 생태적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학술교육문화’ 활동을 주로 한다. 또 지구상 모든 생명이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구법으로의 법 체제 전환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실행하고 있다.
창립 때부터 지속적으로 컨퍼런스를 해왔고 작년부터는 산업 문명이 향후 어떻게 가야 하는지 경제 문학, 철학 등을 두고 국제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적 전환’을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파주에서 3일간 개최했다.
올해엔 강원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춘천에서 지구 거버넌스를 주제로 2박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은 낯선 주제로 국제 사회에서는 비주류지만 차츰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래는 과거로부터의 연결이다. 과거 100년의 키워드와 미래 100년의 키워드를 뽑아본다면
▶우리의 과거 100년사는 일본의 식민지로 기술과 경제력에서 뒤처졌었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이 융성해져 자동차 대량 생산, 석유 화학, 플라스틱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제도적으로는 산업 패러다임을 뒷받침하고 보완할 수 있는 법치주의가 성장했다. 20세기 중후반을 지나 지금까지 그 당시 패러다임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혁명은 노동, 자본 땅이라는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이 일하고, 자본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과학 혁신이 크게 일어났다. 모든 게 확장되고 진화했지만 땅, 즉 자연은 배제된 채로 성장했고, 그 결과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것이 과거 100년을 말할 때 큰 틀이라고 본다. 앞으로 미래는 이 문제들과 산업을 지탱하는 요소를 어떻게 혁신하고 조정할 것인지가 과제다.
1960년대 유럽에서 발생한 68혁명(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연합하여 벌인 대규모의 사회변혁운동)과 미국의 여성 페미니즘 문제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일어난 이슈들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거 100년사에 어떤 것들이 바뀌고 새롭게 등장하는가를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는 바로 ‘난민문제’다. 난민문제는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지금은 심각하게 일반화되고 있다. 그 다음이 ‘기후변화’다. 필연화되고 있고 향후 재앙을 몰고 올 것으로 과학적 검증이 끝난 상태다. 이 키워드를 빼고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

-앞으로 어떤 변화를 예측하시는지
▶휴머니즘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앞으로는 땅을 존중하는 시대, ‘어스센트리즘(earth-centrism)’ 시대가 올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만드는 핵심은 바로 세대교체다. 산업혁명을 이끈 세대가 있듯 또 다른 신드롬을 일으킬 세대가 있다. 유럽 곳곳에서 기후 비상사태 시위와 페미니즘 시위를 이끄는 세대가 바로 10대 소녀들이다. 이들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당장 상품 선택부터 소비자나 생산자로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회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앞선 감각 돋보여
-노무현 대통령과 그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현상은 선거 직전 2002년 월드컵이었는데 어떻게 보시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단순한 정치 현상이 아니라 월드컵 신드롬 이후 일어난 사회 현상이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2002년 월드컵 당시 TV에서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BTS나 김연아, 반기문 같은 세계적인 사람들이 종종 나오지만 그땐 다른 나라에 무언가를 내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식민지와 독재시대를 겪으면서 피해 의식이 국민 정서로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국민들의 자긍심이 고취되면서 각종 분장을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문화가 그대로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이전에 볼 수 있던 ‘한’의 축제가 아니라 진정한 축제의 현장이었다. 기억하고 계신 노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시대를 앞선 감각으로 탁월한 국정운영을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주로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언급되는 것은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이다. 이 외에도 그 당시 불법 체류자 단속 논란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든가 건설교통부 장관에 환경 전문가를 기용하고자 했던 파격적 시도는 시대를 앞선 감각을 보여준다.

-언급하신 검찰개혁 중에 평검사와의 대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도 동석하셨는데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많았지만 노 대통령이 당시에 보여주고 싶었던 건 ‘토론하는 대통령’이었다. 지금 젊은이들이 원하는 게 그런 것 아닌가? 상명하복 관계에 있어서도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또 여성 법무부 장관을 선택함으로써 분명한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소파와 테이블을 바꾸는 것이었다. 장관이 밑으로 일렬 종대로 앉는 테이블을 원탁으로 바꿨다. 그런 걸 보면 국정 철학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했던 거 같다. 인권활동을 한 여성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선택한 건 이유가 있었을 거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돌궐제국 명장 톤유쿠크(Tonyuquq)의 비문 마지막 문장처럼 검찰 개혁 구조나 문화적 접근에서 융통성을 늘리고 계속 소통하고자 애썼다. 민주적 검찰 개혁을 위한 정책위원회와 정책기획단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당시에 정책적인 부분에 외부 전문가가 들어가는 게 최초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직을 제안할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시나
검찰이 전부 사표 내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시며 각오가 돼 있냐고 하길래 물론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국민의 꿈이 국정 과제로 반영되어야 할 때
-정치인 최다 후원회장에 이름을 올리셨다

인연 때문에 그렇게 됐다. 여성 국회의원 4분은 인연이고, 충북제천 이후삼 의원과는 과거 서울시장 선거 때 홍보 담당을 맡아줬던 관계가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선거에서 참패를 했지만 그때 선거 캠프원들끼리 똘똘 뭉쳐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부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을 위해 어떤 혁신과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패권국가는 될 수 없고, 문명국가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교체와 기술혁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술을 혁신할 때는 사람 중심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마음껏 상상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
최근 한옥 사무실 마당에서 특강이 있었다. 한옥 마당에 의자를 딱 줄 맞춰서 놓은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우리는 한번 흐트러져볼 필요가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1960년대 문화혁명에서 대변혁을 겪었다. 당시 기성세대를 반대하는 히피 문화가 유행했고, 지금 유명 학자들 대부분이 당시 히피 문화에 심취했었다. 히피 문화 자체로 사회를 유지할 수는 없지만 한번 흔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좁고 그럴 여력이 없었지만 국민들의 수준이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
미래 100년을 위한 구호를 ‘마음 가는 대로’로 제안하고 싶다. 마음껏 발휘하고 마음껏 생각하는 게 우리의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돈 몇십만원 지원이 아니라 꿈을 꿀 수 있도록 투자하는 방식으로 스케일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라이프스타일을 다 뒤집어야 한다.

-정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앞서 100년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깜깜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정치권이 안고 있는 비전과 문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선 에너지 변환이 필수인데 이런 비중 있는 문제들이 정치권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고 정치적인 다툼만 하고 있다. 어느 당이 이기냐 마냐의 차원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나오는 국민들의 꿈이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정치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의 회의 스타일부터 바꾸는 게 좋겠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 와이셔츠 바람으로 커피를 들고 나온 모습이 신선하지 않았나. 그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란
▶훌륭한 리더에 주목하기보다 리더가 나오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세대 간 갈등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100년은 지금 젊은 층이 끌고 가야 한다. 이들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이들을 설득하고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리더가 훌륭한 리더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

-살아오면서 큰 보람은 무엇이었나
▶국민들께서 ‘검찰개혁’과 ‘검사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또 과거에 법무부 장관으로 여러 무모하고 과감한 선택을 좋게 추억해주시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개인적으로 국정운영에 직접 참여해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지면서 한 단계 성장했던 거 같다.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앞으로 열심히 일하고 그 후엔 젊은 세대를 위해 나의 역할을 찾아볼 생각이다. 또 거창한 꿈은 아니지만 책을 쓸 수 있다면 한두 권이라도 써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 내가 겪은 여러 이야기를 아직 외부에 해본 적이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꺼내어 책으로 꼭 남기고 싶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
1957년 제주 출생/서울대 법대 졸업/사시 23회 합격/서울 고등법원 등 판사 역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제55대 법무부 장관/연변조선족자치주 경제특별고문/지구와사람 대표/법무법인(유) 원 대표변호사

대담| 김택환 경기대 교수
국가비전 전략가로 독일 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4차 산업혁명 및 독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등 다수의 역작을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독일을 뛰어넘어야 다시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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