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와 東西洋의 민속

한국예문화연구소 하중호 소장 입력 : 2019.09.13 19:57

▲ 하중호 교수(略歷) 한국예문화연구소장
예전에 우리는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믿었다. 어려웠던 시절 방아 찧는 상상만으로도 풍요로웠을 것이다. 인도와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우리처럼 달에서 토끼를 보았으나 유럽에서는 보석목걸이를 한 여인의 옆얼굴이나 거울을 들고 있은 여인을 상상했으며, 두꺼비 당나귀 사자의 모습을 그린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의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며, 또한 정월 대보름(1.15)이나 유두(6.15) 백중(7.15) 한가위(8.15) 등 음력 보름을 기리는 민속 절이 많다. 서양의 달은 종종 마귀할멈 늑대인간이나 악령과 연관되기도 하 듯, 민족과 관점에 따라 동서양의 세시풍속이 이처럼 다른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금년 한가위는 9월 13일(음 8.15)로 연휴가 이어진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인 '한'과 '가운데'라는 '가위'가 합쳐진 우리말로 8월 가운데의 큰 명절을 뜻한다. 가배(嘉俳)란 신라의 시발인 영남에서 가운데를 ‘가분데’라고 한데서 연유하며, 추석(秋夕) 중추절(仲秋節)은 한자식 표기일 뿐이다.


 중국의 수서(隋書)나 구당서(舊唐書)에 신라는 8월 15일을 중히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며 활쏘기 대회를 했다는 기록과 일본인 승려 원인(圓仁)은 신라인들이 한가위를 즐겼다고 하였다. 한가위는 신라와 관련이 깊고 오래된 고유한 우리의 명절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한가위는 서기 32년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王女)가 그들을 이끌며 한 달 동안 삼베길쌈 짜기를 하고, 8월 대보름에 짠 베를 심사하여 진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케 하였다고 한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강강술래(강강수월래x) 등 노래와 춤을 추며 놀았다.


서기 2019년인 올해가 1988회째 맞는 역사적 한가위이다. 동서양의 어느 문헌에도 거의 2000년 전 민속이 이처럼 생생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희귀한 일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고유민속이다.


   시절음식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토란국 등이 있으나, 송편이 대표 절식이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며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으로 송편을 만들었고, 반월(半月)의 모양은 점차 만월(滿月)이 되리라는 미래지향적 희망을 뜻하였다. 민속놀이로는 강강술래 소싸움 닭싸움 씨름 등 풍년을 자축하는 것들이 많다.


이같이 한해의 수확에 감사하며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차례에는 밥 대신 계절식 송편을 올리며 가족들이 모여 민속놀이를 즐겼다. 이러한 풍습은 중국 일본에도 있으나, 우리나라는 예부터 유독 大명절로 치르고 있다.

우리의 三大명절은 설, 한식, 한가위이다. 설이 한해의 출발을 경축하는 산자의 명절이라면, 한식(寒食)은 사초 등 산소를 살피는 죽은 자를 위한 명절인 셈이다. 한가위는 한해의 결실을 차례(茶禮)로 조상께 고(告)하고 가족이 모여 즐기는 산자와 죽은 자를 위한 大명절로 본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는 큰 명절을 맞아 그 유래를 다시금 음미하여 본다. 한가위까지 넘보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아니라도 우리 것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전통과 고유문화도 남의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역사와 전통은 지키는 자의 몫이다.


하중호 교수 (略歷) 국립목포대 초빙교수
- 한국예문화연구소장
- 연세대 상대 및 동 대학원, KEB 외환투자자문 대표이사 역임
- 국내외 기고활동과 한국의 전통 및 동서문화 등 강의활동
- 삼성 해외현지직원 교안(Kor_Culture & Values) 단독집필
- 저서 : 한국의 명품문화, 공자가 살고 싶어 한 나라

pyoungbok@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