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반응한 90년대생을 잡아라

이념과 정당보다 ‘인물’이 먹히는 20대, 여성 참정률 증가세 주목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19.10.01 09:17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은 젊은 세대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젊은 층에게 ‘인기’는 매우 중요한 강점이 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전의 젊은 세대와 다르다. 1990년에서부터 1999년대생까지, 90년대생들에 대한 분석이 쏟아진다. 이들에 대한 책도 많다. <90년대생이 온다> 책에서는 90년대생들에 대해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표현했다. 90년대 생들은 대체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간단하며, 워라밸을 중시한다. 그 이전 세대는 수직적 조직에 공동체 중심이 강하다는 특징과 반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책을 선물하며 “새로운 시대를 알아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90년대생은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두고 가장 주목받은 세대기도 하다. 조국 장관의 청문회 때 딸 입시 의혹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권에서는 이 부분을 가장 크게 공격했다. 조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20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입시문제’를 건드렸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20대도 반응했다. 서울대•고대•연대는 조국 반대 공동집행부를 지난달 구성했다. 각 대학에서 대학생이 주최하는 촛불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남•녀 지지율 격차 가장 큰 20대

특히 ‘20대 남성’에서 지지율 이탈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에서 성별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세대는 20대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수행에 대해 대체적으로 ‘잘한다’(매우 잘함+잘한 편)라고 응답한 20대 남성은 23.6%였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51.4%였다. 20대 남성의 경우 ‘못한다’(매우 잘못+잘못한 편)는 65.5%였다. 여성의 경우 33.5%만 ‘못한다’고 답했다.
남성의 경우 ‘잘한다’와 ‘못한다’의 포인트 차이는 41.5%p였다. 여성의 경우 17.9%p밖에 나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잘한다’와 ‘못한다’의 차이가 비등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다른 연령대도 ‘잘한다’와 ‘못한다’의 포인트 차이는 비슷했다.


30대와 40대 남성의 경우에는 ‘잘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약 10%p 높았다. 30대 남성의 경우 ‘잘한다’가 49%, ‘잘못한다’가 38.4%였다. 40대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잘한다’는 51.3%, ‘잘못한다’는 41.2%였다. 반면 50대, 60세 이상은 ‘잘못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50대의 경우 ‘잘한다’가 41.8%, ‘잘못한다’가 52.9%로 나왔다. 60세 이상은 ‘잘한다’가 34.9%, ‘잘못한다’가 57.2%다. 둘의 포인트 차이는 22.3%다.


30대와 40대 여성의 경우 ‘잘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30~39세 연령층에서는 ‘잘한다’가 56.2%, ‘잘못한다’가 41.9%로 조사됐다. 40대는 ‘잘한다’가 63.7%, ‘잘못한다’가 32.1%였다. 둘의 포인트 차이는 31.6%다. 50세에서 59세까지, 그리고 60세 이상에서는 ‘잘못한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50대는 37.3%가 ‘잘한다’고, 58.4%가 ‘잘못한다’고 답했다. 60세 이상에서는 24.1%가 ‘잘한다’고, 59.4%가 ‘잘못한다’고 답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찬/반 조사에서 19~29세 남성의 경우 찬성이 11.7%, 반대가 77.6%였다. 같은 연령 여성의 경우 찬성이 21.5%, 반대가 57.5%였다. 남성의 찬성과 반대의 포인트 차이는 65.90%p, 여성의 경우 36.2%p였다.

▲3차 서울대인 촛불대회.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조국 교수에 대한 촛불집회가 열렸다./사진=뉴시스
◇정치권, ‘20대 표’를 잡아라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 이탈 현상은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민주당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난 4월 8일 민주당 현대화추진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를 초청해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강연을 열었다.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당-정-청은 청년정책 당정협의를 연 바 있다. 민주당은 청년 정책 컨트롤타워인 ‘청년미래연석회의’를 만들고 2030세대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경선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20대 여성에게 주목하고 있다. 정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부터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급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19세의 경우 남성은 74.8%, 여성은 80.9%를 기록했다. 20대 여성은 79.1%에 비해 남성은 75.4%였다. 지난해 7회 지방선거에서도 20대 여성의 지지율이 앞섰다. 19세 여성은 56%를, 남성은 52.4%였다. 20대는 여성이 54%, 남성이 52%를 기록했다.
대학생 이 모씨(22세, 여)는 “데이트 폭력이나 불법카메라 같은 사회적인 문제와 여성의 사회진출 유리천장 문제를 바꾸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고 설명했다.

◇20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못한다’는 응답률이 65.5%로, 60세 이상(57.2%)보다 높았다. 그렇다면 20대 남성은 60대 이상만큼 보수적일까. ‘20대 남성은 보수적이고, 여성은 진보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베 등 보수 커뮤니티의 주 연령층이 20대 남성이라고 알려진 것도 크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 2월 “보수 정부에서 교육받아 20대 남성이 보수적인 것”이라고 언급, 당 내부에서는 20대 남성의 보수화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20대들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고 말한다. 대학생 김씨(23, 남)는 “정치를 잘 알지 못하고 경험도 없기 때문에 내가 보수인지 진보인지 모르겠다”며 “보수정당이나 진보정당, 어느 정당을 선호한다기보다 둘을 아우를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20대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에 이후 달라진 게 없어서다. 대학원생 최 모씨(27세, 남)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박 전 대통령 탄핵사건”이라며 “이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그는 “보통 정치 뉴스를 커뮤니티를 통해 접하는데 드루킹 사건과 조국 장관 사태를 보고 많이 실망했다”라며 “민주당도 한국당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30대까지만 해도 이념에 대한 게 먹힌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프레임’”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30대들이 고등학생~대학생이었다. ‘좌’의 상징은 노 전 대통령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대에게는 그렇게 특징적인 사람이 없다. 보수나 진보를 나누더라도 그렇게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20대는 30대에 비해 이념적 성향이 떨어진다. 오히려 정서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잘못한 것 아니냐’는 정서적 반감이 작동하는 것이지 이념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청년 내세우는 더불어민주당(위)과 자유한국당(아래)/사진=뉴시스
◇‘이념’보다는 ‘공정’, ‘정당’보다는 ‘인물’
기성세대의 표심을 자극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지역갈등과 색깔론이었다. 지역갈등은 3김 시대부터 시작됐다. YS의 “우리가 남이가”, DJ의 ‘충청도 핫바지론’은 지역주의를 부추긴 유명한 일화다. 기득권 세대를 자극하는 다른 하나는 북풍을 이용한 색깔론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바른미래당 김홍균 청년대변인은 9월 23일 <더리더> 좌담회에서 “기득권 세대는 직접 전쟁을 겪었거나 기억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민감하겠지만 20대는 그러지 않다”며 “직접 북한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이 기성세대보다 적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이념적인 성향이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물’을 본다. 정당이 아닌 후보를 보고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기성세대와 다른 성향이다. 후보에 대한 정책과 공약을 살필 가능성이 높다. 20대는 대체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기억한다. 기성세대의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시대와는 다르다.


이택광 교수는 “20대에게 가장 강력한 정서로 자리 잡은 것은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다”라며 “민주당은 이 프레임을 지난 선거부터 선보였다. ‘다르다’는 인상을 줬는데 어떻게 보면 만든 분들도 기득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 20대가 실망으로 느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0대가 이제 막 자기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했다”라며 “당분간은 정치권에서 20대의 표는 의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청년문제는 소외될 것이라고 본다. 기존 정당에서는 청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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