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 시인 홍경흠, 5번째 시집 ‘감정을 읽는 시간’ 출간

‘그림자는 미친듯이 희망곡을 듣는다’ 후 8년만의 신작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입력 : 2019.10.31 16:19

-교직 은퇴 후 민족혼의 지사 정신’ ‘취준생의 비애’ 등 시 80여편에 담아, 첫시집 ‘푸른 생각’ 美 워싱턴대학 소장


홍경흠 시인(70)이 다섯 번째 시집 『감정을 읽는 시간』(‘넓은마루’)을 출간했다.


홍경흠 시인은 교단에서 1949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체육학과와 동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I. A. E. University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 시인의 등단은 독특하다. 체육 교사 시절 틈틈이 시를 써온 그의 시를 눈여겨본 동료 국어 교사가 적극 추천해 시인 등단을 꿈꾸게 됐다.

현대시문학 신인상(2003)을 받아 시인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첫시집『푸른 생각』(2004)을 낸 후 언론의 조명을 받고 워싱턴대학에도 소장되는 인연을 맺으면서 인기 칼럼니스트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림자는 미친듯이 희망곡을 듣는다』는 Wopular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기도 했고, 제7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특선, 에피포도문학상, 한국창작문학 작가상, 화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국제펜클럽 저작권위원이자 한국문인형회 해외문학발전위원이기도 하다. 원고료는 모두 형편이 어려운 후학들에게 쾌척하면서 따르는 후배들도 많았다.

이번 신작은 2011년 교단을 떠난 후 우리 사회와 가족, 청년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신작『감정을 읽는 시간』에 담긴 ‘태극기적으로’(14편), ‘봄으로 가기 전’(13편),‘일흔의 가을’(7편) 등 다수의 작품이 연작시 형태이다.

홍 시인의 시 쓰기 전략이자 스타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에서의 주제는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는 말라르메의 말에 비추어 본다면, 시적 진실의 깊이와 넓이를 한껏 승화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김나영 박사(시인)은 홍경흠 시인에 대해 “시인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필연적인 고통의 과정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번 시집 『감정을 읽는 시간』은 연작시가 절반이 될 정도로 홍 시인이 치열한 시적 호기심과 그 상상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집에서 홍 시인은 크게 ▲민족혼에 기반한 지사 정신 ▲병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지한 감정 ▲인생의 가을에서 바라본 몸의 연대 등의 주제를 보여준다.

봄날의 봄꽃으로 살아 보자고/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날/짓찟긴 태극기 핏덩이 같은/그 자리/자국자국 솟아나는 역사 왜곡/손에 손에 든 태극기 햇살 틔워/푸른 시대로 가는 길 여는 함성(「태극기적으로·1-3·1절 기념일에」 전문)

홍 시인의 연작시 「태극기적으로」를 보면 민족혼에 기반한 지사 정신이 시 저변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한강」과 「착한 척 오지 마라」에서도 그의 민족적 자존과 자의식은 잘 드러난다.

그런가하면 「봄으로 가기 전·12-병원에서」에서는 ‘이게 죽음이구나/그 들꽃 같은 눈빛이 아득히 묻히고//눈부신 햇살이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며 ‘병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토해낸다.

「일흔의 가을」연작시에서는 일흔 나이가 된 홍 시인이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시간 앞에서 느끼는 한계를 보여준다. ‘나는 낙엽과 한 몸이 되고/낙엽도 나와 한 몸이 되어/우리가 누너지는 소리를 듣는데...’(「일흔의 가을·2」중)

제자가 많았던 그는 「황량한 벌판에 서다」연작시를 통해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취준생의 비애를 그리기도 했다.

‘졸업과 동시에 취준생으로 견디는 동안/영하 70도/꽝꽝 언 시간은 짝짝 갈라지기 직전이다’.../아프리카 킬리만자로로 이민이나 갈까’(「황량한 벌판에 서다 3」 중)

홍 시인은 “퇴직후 시간 여유 속에 이번 시집을 내고 보니 겨우 입문서를 낸다 싶다”면서 “그동안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접했던 체험과 3·1절 기념식에서 얻은 영감, 아내가 아파서 병원을 오가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 그리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되는 실태 등 현 삶의 애환을 그렸다”고 말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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