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결론 제시가 필요한 이유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입력 : 2019.11.04 18:28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현재 국회사무처의 일반적 인식은 전문위원 검토보고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고, 현재 국회 각 위원회의 법안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각 사안에 대한 전문위원의 의견을 명확하게 가부 결론을 내려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요성이 낮거나 부차적인 사항 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제시하는 반면, 오히려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어느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결론을 제시하는 것을 대역죄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실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검토보고서의 유형은 찬반 의견을 균형적으로 적시하거나, 검토의견의 마무리가 “∼점들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음”, “법안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다만 ∼점들을 고려하여 심사할 필요가 있음” 등의 형태로 끝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검토보고서는 전문위원이 쟁점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의원들에게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검토해서 처리하라고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위원 중에는 이런 유형의 검토보고서도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찬반 의견을 균형적으로 적시한 경우는 찬반 의견 중 나중에 나온 것이 그 검토보고서의 결론이라고 한다. 또 고려할 사항을 적시한 유형은 결론으로 부정의견을 제시한 것이고, 고려할 사항을 단서로 적시한 것은 긍정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경우에는 적시된 쟁점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봐야 비로소 가부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쟁점사항들을 적시한 것을 결론 제시라고 할 수 없고 더구나 쟁점사항들의 적시 순서나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현재 법안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결론 없는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처리와 입법의 품질 제고에 기여하기 어렵다. 박범계 의원은 313회 임시회 2차 법제사법위원회(2013년 2월 19일)와 2015년 12월 16일 ‘의원입법의 발의 전 절차적 제도 도입과 입법실무의 개선’ 세미나에서 검토보고서의 부실문제를 국회의 첫 번째 개혁과제라고 지적하고 결론 없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적시하는 검토보고는 조속히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결론 제시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의에 참석하면서도 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서는 소관부처나 전문위원은 같다. 그런데도 소관부처는 결론을 제시하는데 전문위원은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미리 법안에 대한 소관부처 의견을 받는데, 전문위원이 결론을 제시하지 않을 바에는 소관부처 의견을 받을 필요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소관부처에 대한 견제도 전문위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론 없는 검토보고서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심층 검토 없이 주요사항에 대하여 결론을 제시할 수는 없다. 역으로 결론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면 굳이 힘들게 심층 검토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결론 제시 없는 검토보고서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의원이 심사에서 고려할 사항들을 열거하고 끝내는 검토보고서 유형의 경우 단순히 고려할 사항들을 나열할 뿐 그게 진짜 문제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 단서에 주요쟁점을 적시하는 유형의 경우도 주요쟁점을 단서에 적시하여 넘어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의원입법의 양산에 따라 심사의 효율성이 중요한데, 결론 없는 검토보고서는 심사의 효율성에 기여하기 어렵다. 검토보고서가 결론 없이 애매모호하게 작성된 경우에는 소위원회에서 혼란이 오게 되고 오랜 시간 논의하다가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끝날 수 있다. 특히, 단서에 주요쟁점을 적시하여 가부 의견을 모호하게 처리한 검토보고서는 가부 판단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넷째, 법안은 단순히 찬반으로만 처리되는 게 아니라 그 취지를 반영하여 수정안이나 대안으로 가결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정안이나 대안을 마련할 수가 없다. 물론 소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수정안이나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검토보고서에서 미리 결론을 내리고 수정안이나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전문위원의 업무에서 안건에 대한 검토보고는 단순히 의원들이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 식견으로 판단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회법(42조)과 국회사무처법(9조)을 보면 전문위원 검토보고는 자료의 수집·조사·연구 및 그 자료의 제공과 별개로 규정하고 있고, 국회사무처에서 발간한 ‘국회법 해설(2016)’을 보면 검토보고는 안건의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조사·검토하여 보고하게 함으로써 안건심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검토의 의미는 그 사안에 대한 가부 결론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안건심사에서 제일 중요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위원회에 굳이 전문위원을 두어 검토보고를 하게 할 이유도 없다.

여섯째, 일반적으로 안건심사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방향이 있다고 볼 때 전문위원이 심층 검토하여 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안건이 그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어렵고 복잡한 안건의 경우 전문위원이 그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전문위원이 그런 역할을 의원들에게 미루는 것은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전문위원이 그런 역할을 의원에게 미룰 때 그런 역할은 결국 의원이 아니라 의원실 직원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일곱째, 전체 위원회의 안건심사에서 제안자의 제안설명에 이어 전문위원이 검토보고를 한다. 이어서 대체토론이 실시된다. 이들도 엄연히 안건심사의 일환이다. 검토보고서에서는 결론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소위원회에서는 결론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와 달리 소위원회에서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소위원회 위원과 소위원회 위원이 아닌 다른 위원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검토보고제도의 취지에서 볼 때 옳지 않다. 더불어 그것은 전문위원 검토의견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

여덟째, 미국은 입법청문회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법안 가결에서 입법청문회 개최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물론 법안이 입법청문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의 전문위원 검토보고제도는 미국의 입법청문회와 유사하게 문제 있는 법안을 여과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검토보고서에 결론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런 기능은 불가능하게 된다. 

아홉째,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소관 위원회에서만 필요한 자료가 아니라 그 안건을 심사하는 법사위원회 위원들과 전체 의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따라서 검토보고서의 효용을 소관 위원회 내로 국한해서 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검토보고서는 모든 의원이 법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결론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반면, 검토보고서가 결론을 제시하지 않으면 스스로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열째, 전문위원이 법안 중 일부는 결론을 제시하면서 나머지는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예산안이나 결산 검토보고서에서는 예산증감이나 시정요구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법안의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일관성이 없다.

열한째,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국회에서 영구 보존되는 소중한 자료이다. 따라서 검토보고서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에서 결론을 제시하지 않아 핵심적 사항을 결여한다면 스스로 검토보고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열두째, 검토보고서의 품질을 평가한다면 최소한 결론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결론에 대한 근거와 이유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제시되었는지 여부나 그 안건의 처리에서 결론의 반영 여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결론 없는 검토보고서는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 또한, 결론이 제시된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입법 이후 사후적 입법평가의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열셋째, 위원회 소속 위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에는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에서 결론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현실적으로 해당 위원회 위원장 또는 법안심사소위원장 등이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고 볼 때 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배려하여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럴 경우 전문위원을 위원회 소속으로 두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할 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마땅히 가부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모든 사안에 대하여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야간 대립 갈등이 첨예하거나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사항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결론을 유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문위원 검토보고의 기능을 정보 제공이라고 보고 법안의 주요사항에 대하여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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