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정곤 한국국악협회 이사 “전통은 정확히 살려야 하는 우리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11.22 12:01
▲박정곤 한국국악협회 이사/사진=더리더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추억이 된 1980년대 한 제약회사의 CF에서 인간문화재 박동진 명창이 <제비 몰러 나간다>를 부르며 했던 말이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제비 몰러 나간다>를 열창했고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는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1993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또 한번 국악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국악은 메스컴에서 실종됐다. 국악 아이돌 송소희가 통신사 CF로 잠시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우리 국악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국악협회에서 행정 실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박정곤 이사를 만나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는 1961년 창립 이래 반세기 가까운 오랜 전통을 이어오며 명실공히 국내 대표 국악단체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박 이사는 CF와 연극배우로 활약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여성국극의 매력에 빠져 연출을 하다가 한국국악협회와 인연을 맺고 8년째 협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국악인은 아니지만 국악 패밀리의 일원이다. 예인에서 예술 행정가로 활약하면서 4대째 판소리 가족으로 국악의 명맥을 이어가는 홍성덕 이사장이 바로 그의 장모다. 부인과 딸까지 판소리 명인과 신동이니 국악 활성화는 어쩌면 그의 사명일지도 모른다.

-한국국악협회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2012년부터 25대 홍성덕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국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국악제’는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로 실내에서 하던 것을 창덕궁 앞에서부터 묘동 4거리(국악의거리)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더 많은 사람이 전통 모습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다양한 공모사업 역시 국악협회의 중요 업무다. 종로구청에서 후원하는 국악로 국악 대축제, 서울시에서 하는 서울시 국악인턴사업, 그리고 국악로 토요상설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문화체육 관광부 산하에 교육진흥원에서 서울시 국악 예술강사 사업 역시 우리가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2012년도 홍성덕 이사장 취임 후 달라진 변화다. 이 외에도 모든 국악인에게 열린 도움을 주는 행정을 이끌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국악인 DB작업을 통해 홈페이지 열람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TV프로그램 쿼터제를 실시해 국악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또 국악이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도록 1년에 2~3번씩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공연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국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관계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제일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나 역시도 국악인은 아니다.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가 1997년부터 사단법인 한국여성국극협회에 스태프로 일했다. 그러다 여성국극에 매료되어 2002년에 정식 연출로 입문을 했다. 주위에 사람들은 국악은 우리 음악이니까 으뜸이라고 말하지만 아시다시피 매스컴에서는 국악 프로그램이 잘 다뤄지지 않는다. 그나마 몇 개 있던 프로그램도 다 사라지는 추세다. KBS 국악 한마당을 제외하고는 이제 프로그램이 전무후무하다.
메스컴의 영향력이 큰데 그곳에서 국악을 알리는 기회가 많이 없어졌다. 무대 공연은 많이 하는데도 메스컴 속에선 일반 대중가요 등에 밀려났다. 그런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국악계를 위해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악인은 아니지만 국악 가족이다. 아내와 딸이 모두 국악을 하고 있고, 홍성덕 이사장님은 장모다. 처가집이 4대째 판소리 집안이라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간다.
1대는 ‘김옥진’ 명창이시고, 2대가 ‘홍성덕’ 이사장이다. 남원 전국국악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장원을 하셨다. 3대가 아내인데 ‘김금미’라고 국립창극단 단원이다.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4대가 내 딸인데 지금은 국립전통예고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있는 박지현이다.
딸아이도 국악신동으로 알려지면서 3~4년 전에 국악 아이돌로 출발했다. 한때 살짝 붐이 있다가 사라지더라. 자식이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도 많았지만 자기가 노래를 안 하면 4대가 끊긴다고 하더라.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박정곤 한국국악협회 이사/사진=더리더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에서도 지원이 중요한데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다. 해마다 지원이 늘다가 올해엔 약간 줄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전통문화공연진흥재단이나 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지원을 한다. 방식은 공모 방식인데, 정식적으로 심사를 보고 뽑힌 팀에게 지원금을 주는 형태다. 사실 알리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고 공연을 하기 위해 다양한 공모전에 응모하고 있다.
전통을 살리고자 지원하는 것이라면 정확히 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최근에는 4차산업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것을 자꾸 원한다. 공연 형태도 전통을 보전하는 형식보다는 퓨전을 원한다.
국악은 정악과 민속악 두 가지를 합쳐 국악이라고 한다. 정악은 가곡, 가사, 시조, 궁중음악, 종묘제례악 같은 것을 말하고 민속악은 말 그대로 대중이 하던 음악이다. 한국국악협회에서는 가야금, 명창, 판소리, 민요 등 13개 분과가 있다. 이것들이 합쳐진 게 국악이다.
이분화가 되어 정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관할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국악협회는 민속악을 중심으로 보존하고 알리는 활동을 주로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집착이 너무 크다. 전통은 전통 그대로 보존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요즘 보면 전통은 바닥만 깔고 새로운 것만 나와서는 어설픈 것이 돼버리는 거 같다.

-직접 연출을 맡았던 여성국극은 일반인들에겐 생소한데, 소개를 부탁한다
▶내가 하는 여성국극은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만들어진 현대 장르로 한때 호황을 누렸었다.
여성 소리꾼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여성국악동호회’에 의해 여성만 출연한 일종의 창극으로 시작해 195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1970년대 넘어오면서 메스컴이 발달하다 보니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1986년부터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으로 임춘행, 김진진, 김경수, 조금행, 박미수, 홍성덕 같은 분들이 여성국극에서 활동을 했었다. 이런 좋은 배우들이 매년 큰 무대를 만들어오다가 1990년대 넘어오면서 베이스는 전통인데 퓨전 작품만 나오고 있다. 국악과 마찬가지로 퓨전이 판치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여성국극이 가지는 전통적 매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유사한 공연으로는 일본의 ‘다카라지카’와 중국의 ‘월극’이 있다. 모두 여성으로만 이뤄진 공연이다. 중국의 ‘월극’과 우리의 여성국극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다카라지카’는 현대물을 중심으로 한다. 오사카 한쪽에 한신전철역 옆에서 상설 공연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극단이 되어 있다. 그런 부분이 마음이 아프다. 여성국극도 71년 차로 문화재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제 등재에 대해서도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100년이 안 됐는데 말이 되냐는 반대의견이 있지만 70년 넘게 해온 전통 장르로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자체적으로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악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동호인이나 애호가들도 무척 중요하다. 국악을 부르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야 더욱 활성화가 된다. 2년 전부터 종로구 17개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국악 배우시는 분들이 무대에서 전문 국악인과 호흡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국악제 무대에 문을 낮춰 함께 무대를 꾸몄다. 동호인들과 전문 국악인들이 어우러져 반응이 무척 좋았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종로문화재단 우리소리도서관에서 작년부터 여성국극을 가르치고 있다. 종로에 살거나 여성국극을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생각보다 관심이 뜨거워서 멀리는 인천이나 의정부에서 오는 분도 있다. 20대 중후반에서 7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여성국극에 대해 가르치는 일 역시 홍보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진도에서 대한민국국악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반응이 어땠나
서울에서 대형버스 2대에 80명 출연진이 새벽같이 진도로 내려가 공연을 준비했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두 시간 공연을 준비했는데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40분이나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800석이 넘는 공연장에 60% 정도가 진도 분들이고 나머지는 여행 오신 분들, 인근 지역 주민들이 왔다. 관광 오신 분들이 버스에 탑승하는 것을 잊고 단체 관람을 하는 바람에 버스가 지연되어 사회자가 안내방송까지 하는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였다. 전통이 강한 지역인 만큼 호응은 최고였다.

-국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법적 제도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보나 
▶사실 오래전부터 그런 작업을 해왔다. 2013년에는 강동원 의원이 ‘전통국악진흥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었다. 또 2017년에는 김두관 의원이 ‘국악문화산업 진흥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 아직 계류 중이다. 그런 법안들이 일단 통과되어 제도화되면 훨씬 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공연이 있다면
▶공연은 올해는 마무리 단계다. 10월 24일에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국악 대축제 공연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간다. 내년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인 포부나 꿈이 궁금하다
▶국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용극장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대중과 국악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 공연장이 늘어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주말공연뿐만 아니라 상설공연 그리고 저녁공연 등을 할 만한 장소가 늘어나 많은 분들이 국악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지만 나 역시도 국악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고 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듣고 경험하다 보니 국악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악계 큰 인물이 되기보단 힘이 미치는 한 국악의 활성화에 도움 되는 일에는 발 벗고 나설 계획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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