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특정지역 독식을 청산하기 위한 대안… "출신지역 차별인사금지 특별법안"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1.20 15:01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전 국회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필리버스터 과정을 거쳐 통과했다. 그런데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 당선자를 확보하기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이 제도 도입의 취지가 변질될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당을 비롯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는 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 수를 75석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초 원안도 폐기하고 현행대로 47석으로 하기로 했고 그나마 47석 중 30석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서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취지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영호남에 지배정당의 텃밭이 형성되어 그곳의 국회의원은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사실상 임명제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이 박탈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분란이 야기되는 것도 바로 사실상 임명제로 운영되는 영호남지역 때문이다. 소선거구제가 시작된 1988년에 비하여 대한민국은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 사실상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선거제도는 폐해가 큰 소선거구제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정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호남에 변화가 있었지만 종래 여야 양대 정당은 각각 영호남지역에 장벽을 형성해서 독식하고 나머지 지역을 가지고 경쟁해왔다. 문제는 현재 영호남지역의 의석수가 65 대 28로 너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현재의 선거구도에서 지역대결은 필연이다. 그리고 동서장벽은 그만큼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에게 절대 유리하다. 

소선거구제로 인한 영호남장벽은 여야의 지역대결을 야기하고 영남 독식 정당의 호남배제와 차별의 정치로 이어진다. 결국 소선거구제는 지역감정을 심화시키고 호남차별을 야기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지역감정을 심화시키는 선거제도를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러한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하여 의원 정수 300명 중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확대하고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이번에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필자가 국회사무처 재직 중 목격한 것으로서, 지역대결정치가 야기한, 입법 사안을 가지고 전개된 이해하기 어려운 한 사례를 소개한다.
박혜자 의원이 2014년 1월 대표발의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국가의 재정지원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① 국가는 … 아시아문화원이나 관련 법인 또는 단체에 매년 인건비, 경상적경비, 시설운영·확충비, 콘텐츠개발 및 사업비 등 문화전당의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예산규모 및 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지원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특별히 문제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 조항은 2014년 12월 1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소위원회 심사에서 별 문제 없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소위원회 이후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 규정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잘못 통과되었다고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후 교문위의 모든 의사일정이 보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음 해인 2015년 2월에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갑자기 6개월여 만에 경질되었는데, 소위원회에서 그 법안에 잘못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그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 올려지게 되었고 협상결과 1항과 2항에 있는 “지원하여야 한다”와 “산정하여야 한다”가 “지원한다”와 “산정한다”로 수정되어 2015년 3월 통과되었다.

그런데 교문위는 그 법안에 앞서 정의화 의원이 2014년 5월 대표발의한 인성교육 진흥법안을 2014년 12월 5일 통과시켰다. 그 법안에는 인성교육 예산 편성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인성교육 예산으로 편성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 예산 편성 규정은, ① 헌법에서 정한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 우려가 있고, ② 포괄위임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인성교육 지원, 인성교육프로그램 개발·보급 등 인성교육 진흥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되었다. 

두 법안의 원안을 비교하면 인성교육 진흥법안이 훨씬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 우려가 컸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인성교육 진흥법안의 수정안과 비교하더라도 그 수정안은 여전히 지원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결국 교문위는 같은 시기에 유사한 입법 사안에 대하여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그럼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 규정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광주에 과다 투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성교육 진흥법안과 비교할 때 그 조문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지 광주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만약 지역이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당 의원이 소위원장인 소위원회를 이미 통과한 사안에 대하여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원은 의석이 영호남 간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상대 지역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풍토에서 야기된 일이라고 본다. 결국 이것은 지역대결정치가 입법상 갈등과 왜곡을 가져온 생생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단순히 소선거구제의 승자 독식 문제를 해소하거나 다당제를 도입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으나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승자 독식은 어디에서나 원칙이기에 그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고 양당제보다 다당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진정한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제도에서는 특정 지역에 집중하고 특정 지역을 배제하는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에 불리하게 된다. 

정당은 비록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더라도 정당투표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득표할 때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당은 선거에서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영호남 텃밭에 집착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를 부정하면서 그와 반대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여 그 취지가 무력화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당은 지역대결정치를 버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위성정당을 추진하는 한국당도 문제지만 국정운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민주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지역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이 수포가 된다면 한심한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선거제도 개편이 어렵다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그런 고민의 결과로 출신지역 차별인사금지 특별법안이 입안되었고 2017년 9월 27일 유성엽 의원 등 121인이 발의하였다. 종래 지역대결정치가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었던 근원은 그것이 정권획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별로 손쉽게 지지자 여부를 구분하여 보상과 차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지자 보상은 그들을 결속시켜 다음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법이 제정되어 출신지역 차별이 금지되면 정권을 획득한 정당의 지지자에 대한 인사상 보상이 어려워진다. 보상과 차별은 동전의 양면처럼 패키지로 운영되어왔는데, 차별이 어렵다면 보상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대결정치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그 결과 결국 동서장벽이 해체되면서 망국적인 지역적 대립과 갈등이 극복되어 국민통합이 이루어지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은 국민통합과 정치혁신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결국 출신지역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을 통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병폐를 해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 법 제정이 필요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국회는 실효성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어서 출신지역 차별인사금지 특별법안을 통과시키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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