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신뢰보호의 원칙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2.03 11:20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개정안)이 마침내 지난 1월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유치원 3법은 원래 박용진 의원이 2018년 10월 23일 발의했다. 그해 11월과 12월 소관 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7차례의 소위원회 심사가 있었고, 이후 임재훈 의원이 12월 24일 발의한 법안들이 12월 27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이 법안들이 지난 1월 13일 본회의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통과됐다. 

박용진 의원안과 임재훈 의원안은 사립학교법에서 교비의 목적 외 사용에 대하여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같으나, 박용진 의원안은 유아교육법에서 국가의 무상교육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여 목적 외 사용 시 보조금 관련 법률 위반과 형법상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임재훈 의원안은 그것을 삭제했다.

사실 유치원 3법은 필자가 검토보고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박용진 의원은 비리 유치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입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었고 정부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유치원 3법은 소위 쟁점법안이라고 할 수 있기에 필자는 처음에는 그 법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보고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너무 문제가 많았다. 

그 문제들을 놔두고 그대로 입법하게 되면 그야말로 부실입법이 되고 만다. 유치원 3법은 의원입법이지만 당정협의를 거쳐 발의된 것임에도 교육부는 그 문제점들을 수정·보완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고 발의 이후에도 필자의 검토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정부측의 의견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평생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켜온 필자로서는 부실입법을 막기 위해서 일정한 범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치원 3법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문제점들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내기로 했다. 쟁점법안일 뿐 아니라 당시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필자가 의견을 내는 것은 위험을 떠안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필자의 검토보고서가 나오게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후 전체 위원회나 소위원회 심사과정에서 필자는 검토보고와 관련하여 특별히 지적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필자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을 내놓자 그제야 교육부는 소위원회(2018년 11월 12일)에서 그 내용들을 대폭 수용하여 수정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임재훈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은 필자의 검토보고와 교육부의 수정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치원 3법은 필자의 경험상 매우 특이한 입법과정을 거쳤다. 박용진 의원이 비리 유치원 명단을 발표하자 그것이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박용진 의원은 언론을 통해서 그 이슈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위원회에서 유치원 3법을 심사할 때는 항상 수십 명의 기자가 진을 치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소위원회를 7차례나 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사상 최초로 전체 회의장에서 소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원래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이 아니었지만 유치원 3법을 위하여 소위원회 위원이 됐다. 국회 역사상 특정 입법 사안 때문에 의원 개인이 이렇게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박용진 의원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유치원 3법의 취지인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찬성한다. 그러나 입법은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유치원 3법은 여론의 압력을 등에 업고 이해관계자인 사립유치원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입법의 내용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한데 그 측면에서는 아쉬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립유치원이 너무 강경하게 반대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재판에서도 여론 재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듯 입법에서도 여론 입법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유치원 3법은 여론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배제된 최초의 여론 입법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 설립은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시설·설비 등 설립기준을 갖추고 교육감이 수립하는 유아배치계획에 적합하면 당연히 인가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종래 유치원 설립을 권장했고 누구나 쉽게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그 운영에서도 규제가 크지 않았다. 사립유치원의 설립과 운영에서는 그만큼 민간의 자율성과 영리성이 인정되어온 것이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쉽게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의무화하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종래 사립유치원에 대해 그렇게 해왔던 국가가 유치원 3법의 입법을 통해서 갑자기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방향전환이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종래 사립유치원을 경영해온 사람들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유치원처럼 만 3〜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같은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입법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법적 안정성은 삶에 질서와 평화를 가져다주는 법의 존립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입법은 법에 의하여 형성된 법질서를 전제로 다양한 생활을 영위해가는 국민의 신뢰와 예측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요청이 발생한다. 따라서 새로운 입법조치를 함에 있어서는 종래의 제도로부터 새로운 제도로의 전환이 부드럽고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도적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긴급 시행의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포일과 시행일 사이에 적절한 유예기간을 두어야 하고, 기득의 권리 내지 지위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보호하기 위한 경과조치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판례는 변리사 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 조항을 1차 시험 실시를 불과 2개월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즉시 시행하도록 한 것은 수험생들의 신뢰이익 침해의 정도가 극심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즉,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 정당함에도 입법자가 법적 안정성과 당사자의 신뢰 보호를 위해 경과조치를 두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에서 보듯 신뢰보호의 원칙은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된다. 그 내용은 입법 시 구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입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새로운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뢰보호 원칙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유치원 3법의 경우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립유치원의 의견이 배제되면서 기득의 권리에 대한 보호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임재훈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은 교비의 목적 외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을 1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마저도 본회의에서 삭제됐다.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인정하더라도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학교법인이 소유권을 갖는 초등학교 이상의 학교와 달리 개인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경과조치 등을 통해 그 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실제로는 유치원 3법 발의 이후 국정이 오히려 그와 반대로 진행됐다.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의 사용 의무화는 유치원 3법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정부는 여론의 압력이 높아지자 종래 방침을 바꿨다.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교육부령)을 개정해 2019년 3월부터 원아가 200명 이상인 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도입하고 2020년 3월부터는 그것을 모든 유치원에 의무화했다. 2019년 8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폐원할 때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유치원 폐원을 어렵게 만들었다. 유치원 3법 통과 후에도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다시 개정해 폐원 인가 처리 기한을 현행 15일에서 연장하기로 하는 등 폐원을 더욱 어렵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유치원 무단 폐원에 대하여 손배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유치원 3법에 대해서는 국민의 세부담 증가, 유치원 교육의 획일화 등의 문제점을 들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특히 유치원을 초등학교 이상의 학교처럼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도록 전환하지 않으면서 유치원의 회계에 다른 학교와 같은 수준의 관리·감독을 가하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는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종일반을 운영하고 통학 차량을 제공하는 반면, 국·공립유치원은 그러지 않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을 더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에 학부모 부담금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도 지원되는 상황에서 종래처럼 사립유치원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본다. 판례도 개인 소유 외국인학교의 교비회계에서 강사료 명목 등으로 특정인의 개인 생활비, 자녀 과외비, 가정부 월급 등을 지급한 것을 교비회계의 타 회계 전출·대여로 보아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유죄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 그 판례에 따르면 유치원 3법이 아니더라도 사립유치원도 교비의 목적 외 사용에 대하여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종래 누구나 쉽게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왔기 때문에 유치원 3법이라는 새로운 법제도에서 유치원을 계속 경영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경과조치 등을 통해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사립유치원 폐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유치원 3법뿐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 경우 사립유치원 폐원의 폭증을 염려할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이 추진된 것도 문제이지만, 향후에도 신뢰보호의 원칙에 대하여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유치원 3법은 결코 좋은 입법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3법 통과 이후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 소유 사립 유치원에 그것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그렇다면 결국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에 불리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인데, 입법과정에서는 왜 사립유치원을 설득하지 못하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입법하게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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