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정치인의 성적표, 유권자의 성적표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편집장 입력 : 2020.03.02 11: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심각합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더니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화려한 이름을 가진 이 몹쓸 바이러스, 언제쯤 사라질까요. 코로나19는 우리 경제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소비와 산업 생산, 수출 위축 등 경제 주체들의 시름은 깊어갑니다. 증시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고통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휴일 저녁, 가족과 함께 집 근처 삼겹살집에 갔습니다. 주말이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던 맛집인데 테이블 하나에 손님 2명이 전부이더군요. 북적이던 거리에 사람의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고 '불금'의 골목길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 역시 비상입니다. 1명만 확진돼도 업무를 전면 중단하고 사내 층간 이동을 제한하거나 무급휴가를 권장하는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온통 코로나에 쏠리면서 4월 총선(15일)을 앞두고 분주해야 할 정치권도 움츠러든 모습입니다. 지역 민심을 살피고 민의를 들어야 할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유권자와의 '스킨십'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합니다. 정치인들 사이에선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는 '주먹인사'까지 등장했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얘기했던 '1인치의 장벽', 마스크로 가려진 유세 현장에서 실감합니다.


각 당에선 야심 차게(?) 새 인물을 영입하고 있고 차기 대선주자급이 맞붙는 '빅매치' 선거구가 등장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소식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벌써부터 투표율 하락을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총선 연기론을 거론합니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극심한 정당 난립으로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수십 개의 정당이 생겨나면서 투표지 길이는 지난 20대(33.5㎝)의 2배가 넘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출마를 했던 개인과 집단(정당)은 성적표를 받아쥡니다.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의석수 배분 방식이 복잡해지면서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예상 의석수 발표도 늦춰질 것이라고 합니다. 선거 당일 정치인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성적표 발송이 지연되는 셈입니다.


유권자의 성적표는 어떤 것일까요. 투표 행위는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과 ''견제'의 기능으로 작동합니다. 동시에 내가 선택한 정치인의 의정활동 결과가 곧 우리 유권자의 성적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지하는 정당과 인물의 됨됨이, 그가 약속한 공약 등을 따져보며 선택한 결과가 4년 뒤 우리의 성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지요.


감염증의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총선 시계는 흐르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3월 중 후보가 대부분 결정됩니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후보자 등록도 3월 안에 마쳐야 하고 4월 2일 0시부터 4월 14일 자정까지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입니다. 새롭게 선출된 300인의 국회의원 임기는 2020년 5월 30일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선거에서 올바르게 선택해 훌륭한 성적표를 받았던 경험이 있고 잘못된 결정으로 그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스크 가려진 ‘1인치의 장벽’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후보자들의 발언을 더욱 세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sdw70@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