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자주포 'K-9' 무인 '로봇 곡사포'로 진화한다

[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0.03.28 09:00


명품 자주포 'K-9'이 또다시 진화한다. 1993년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6월 야전군 배치를 완료했지만 후속모델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K-9 진화형'은 3단계로 이뤄진다. 첫번째 개량형은 K-9A1으로 이미 일선 부대에 일부가 전력화됐다. 포탄 사거리를 늘리고 포탑을 원격운용할 수 있는 K-9A2가 개발되고 있고 완전한 무인화 자주포인 K-9A3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행사에서 k-9 자주포를 살펴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 사진 = 뉴스1

◇'K-9' 어떻게 개발됐나 = 우리나라 국가대표 무기체계인 K-9은 1992년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 창원 사업장에서 탐색개발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탐색개발이란 연구개발의 첫 단계로 주요 구성품에 대한 위험분석, 기술 및 공학적 해석이 진행된다. 무기체계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모형이 만들어지고 이후 본격적인 체계개발로 이어진다.

체계개발은 1993년 착수됐다. 반드시 1990년대에 전력화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Korea를 뜻하는 K와 숫자 9를 합친 K9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세계적으로 32 구경장 자주포가 대세였다. 구경장이란 포신 길이와 포구 직경의 비율을 뜻한다. 포의 구경을 1단위로 해 포신의 길이를 나타내는 말인데 32구경장은 포 구경이 1일 경우 포신 길이는 32라는 얘기다. 구경장이 클수록 포탄을 멀리 보낼 수 있고 정확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무게와 기동능력, 적재능력 등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 연구진은 1998년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52구경장 자주포 K9 개발에 성공한다. 52구경장 자주포는 독일의 'Pzh-2000'이 유일했던 만큼 독자기술로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K9은 1999년부터 전방 부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의 포병 화력이 획기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원년이다. 기존 견인포의 경우 운용에 필요한 인원이 13명이었지만 K-9은 5명으로 줄었다. 최대 사거리는 30km에서 40km로 향상됐다. 2005년에는 K9에 포탄을 자동으로 보급하고 운송할 수 있는 K10 탄약운반차가 개발돼 K9의 작전능력과 효율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지난 2018년 11월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k-9 포격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격 명령 접수 30초 안에 첫발, 3분에 18발 발사 = K9의 전투 중량은 47톤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67km에 달한다. 시속 67km면 그다지 빠른 속도로 느껴지지 않지만 47톤의 쇳덩어가 이 속도로 주행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진다. K-9은 55mm 강선포와 K-6 기관총으로 무장한다. 강선포는 포신 내부에 탄두를 회전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강선이 있는 포를 말한다. 포탄에 회전력을 부여해 비행 안정성을 높여 사거리를 증가시키고 정확도를 높인다. K-9의 탄약 1회 적재량은 48발이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를 갖췄고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를 탑재해 사격 명령 접수 30초 이내에 초탄을 발사할 수 있다. 15초 안에 최대 3발, 3분 안에 연속으로 18발을 사격할 수 있다. 장갑은 국내에서 개발한 고강도강철(High strength steel)로 입혔다.

산악이 많은 한국 지형부터, 넓고 광활한 평원, 눈 쌓인 설원, 정글, 사막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K-9의 우수성이 세계시장에 알려지면서 여러 나라에 수출됐다. 2001년 한국 방산업체로는 처음으로 터키와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에는 폴란드와 2017년에는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에 연이어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00문의 K9 자주포가 운용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는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강 자주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독일 PzH 2000보다 높은 수치다. 

설원 위에 우뚝 서 있는 k-9 자주포 / 사진제공 = 한화디펜스


◇포병화력, 전장의 종결자 = 전쟁사를 펼쳐보면 포병 화력이 운용되면서 지상작전의 혁신적 변화가 왔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화포의 성능은 전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보장해줬다. 포병무기는 산업혁명 이후 발달된 기술과 자원을 바탕으로 혁신적 발전을 거듭했다. 강철 제조방식 변경과 탄도학의 발달은 현대 포병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 시켰고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군은 창설 후 미군으로부터 M3화포를 인수받아 사용했던 반면, 북한군은 자주포를 포함해 한국군의 8배 이상에 달하는 포병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화력지원이 절실했던 우리 군은 한국 전쟁 이후 포병무기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70년대까지는 주로 외국군으로부터 무기를 원조받거나, 외국군의 무기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105mm 견인곡사포와 155mm 견인곡사포 등 견인포를 개발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첨단 전투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군사력의 우위는 주로 공군력에 의해 평가된다. 하지만 포병 화력은 여전히 전장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제공권을 장악했더라도 '보병이 꽂는 깃발'이 승리의 최종 공식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기체계의 수출 측면에서도 자주포는 유망한 분야다. 세계적으로 전면전 위협이 낮아지면서 국지전에 투입할 수 있는 자주포 같은 재래식 무기는 방산시장에서 여전히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K9, 어디까지 진화하나 = K9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K9A1'이다. 지난 2018년 초도 양산이 진행돼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K9A1은 주 엔진의 도움 없이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보조동력장치(APU)를 새롭게 달았다. 조종수의 야간 잠망경을 '열상형'으로 교체해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신속한 임무수행을 할 수 있다. 운영체계를 업그레이드한 '자동사격통제장치'는 디지털 지도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탄약 현황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2차 성능개량 사업인 K9A2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K9A2는 포탄 사거리를 최대 54km로 늘리고 분당 사격 속도를 높이며 운용병력을 더 줄이는 게 목표다. 특히 부분적 무인화와 자동화를 통해 '로봇화 한 곡사포'로 포의 성능을 개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무인화를 통해 운용병력 없이 원격 조종으로 목표를 수행하는 K9A3에 도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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