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 사법의 상호관계…"혁신 이슈의 주도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4.01 09:56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현행 택시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플랫폼 운송사업을 제도권에 포함시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지난 3월 6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2월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체들 간의 갈등이 불거진 지 1년여 만이다. 그동안 검찰 고발과 택시기사 분신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케이에스티(KST)모빌리티 등 6개 모빌리티 업체들은 개정안에 대해 “택시와 플랫폼 업계 간의 충돌과 갈등이 사라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환영했다. 반면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미래의 편에,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와 국회가 170만 명의 국민 이동을 책임졌던 서비스를 문 닫게 했다”며 서비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 사례처럼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사업이 잇따라 등장할 것이고 그때마다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운송업의 혁신을 위해 종래처럼 규제의 예외로 둘지, 아니면 현행 제도의 테두리 안에 넣어서 기존 택시업계 등 신·구 사업자 간 갈등 요소를 줄이면서 연착륙시키는 방향으로 갈지는 정책 철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국토교통부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성급하게 법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개정안이 국토교통위를 통과할 때는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업은 허용하지 않아 ‘타다 금지법’으로 불렸다. 하지만 타다가 2월 29일 1심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법사위에서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의 영업 방식도 허용하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국토교통부의 차량 운행 대수 관리를 받고 기여금을 내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타다는 국토교통부가 운행 대수를 제한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이 사례에서 국회는 혁신보다는 기존 택시업계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타다가 1심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면 국회는 끝내 타다의 영업 방식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례는 입법과 사법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국회는 법을 만들고, 법원은 국회가 만든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입법에 법원이 관여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 보듯 실제에 있어서는 법원의 판결이 입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입법과 사법이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국회 재직 중 경험한 것으로, 입법과 사법의 상호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군인은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으로 사망한 경우에만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다. 그런데 종래 국방부는 자살로 사망한 경우는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9년 9월 고승덕 의원은 매년 많게는 80여 명에 달하는 군 복무 중 자살자에 대한 민원 대책의 일환으로 자살자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필자는 검토보고에서 개정안을 징병에 의한 의무복무자의 군 내 자살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책임으로 긍정적으로 봤다. 자살했다는 군인의 시신을 유가족이 인수하지 않아 오랫동안 군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가 그 정도 처우는 해줘야 한다고 봤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자살자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나라가 많다. 이미 경찰 등에서는 자살자를 순직으로 인정한 경우도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은 자살자를 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국립묘지의 하나인 국립호국원에 안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고승덕 의원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는 군 복무 중 자살자를 군대라는 특수한 여건을 무시하고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나약함 탓으로 보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이처럼 자살자에 대한 처우에 소극적이었다고 본다. 반면, 법원은 당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 함)에 자살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이 우울증이나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이미 해왔다. 

이에 2011년 4월 박선숙 의원은 그러한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그런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대한 심사과정에서 국가보훈처는 그 취지를 수용하기로 하되 개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보훈심사과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그 대신에 자살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도록 한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법은 그렇게 개정됐다. 

그런데 2011년 8월 국회가 국가유공자법을 그렇게 개정한 후 다시 군 복무 중 자살자에 대한 처우에 큰 변화가 발생하게 됐이다. 개정법이 2012년 7월 시행되기 직전인 2012년 6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판결을 내려버렸다. 즉, 대법원은 종래 군인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거나 또는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할 정도에 이른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면 국가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군인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국회의 국가유공자법 개정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개정 국가유공자법이 시행되더라도 국회가 군 복무 중 자살자의 국가유공자 인정 범위의 확대를 예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법원은 국회의 그런 입법 취지에 구속되지 않고 전향적인 판결을 해버린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회는 종래 판례를 법에 반영하는 정도로 생각했을 뿐인데, 법원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사실 엄밀히 볼 때 종래 판례는 모순적인 측면이 있었다. 국가유공자법의 관련 규정이 자해행위를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자해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살은 모두 어느 정도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면서 그와 동시에 완전한 의미의 자유의지, 즉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식과 판단 아래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정신착란이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을 자살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대법원 2012.6.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의 보충의견). 

한마디로 종래 판례는 자살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도록 한 법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어거지 논리밖에 안 되는데, 법원은 그렇게 해서라도 국가가 자살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국회가 국가유공자법에서 자살자를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삭제하자 그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판례를 변경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 종래 국방부는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에 따라 자살자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국회의 국가유공자법 개정과 이후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라 이를 훈령에 반영해 군인의 순직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2012년 7월 훈령을 개정해 공무 관련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도 순직으로 인정하고, 2014년 3월 다시 훈령을 개정해 자살의 순직 인정 기준을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확대했다. 순직 인정 조건도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고쳤다.

이 사례는 군 복무 중 자살자의 처우와 관련해 국회와 법원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회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군 복무 중 자살자에 대한 처우에 소극적인 반면, 법원은 법 규정의 한계 내에서 군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위로와 보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그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것이다. 

이처럼 입법과 사법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국정의 중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회는 이해관계자 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개선책을 추구하는 반면,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혁신적 방향을 지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국회가 마냥 혁신 이슈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데 국회는 국민 여론에 영향을 크게 받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론 재판은 나쁘다는 공감대가 있다. 재판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론 입법에 대해서는 별로 부정적인 인식이 없다. 오히려 그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여론에 휘둘리는 입법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입법도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해야 한다. 특히 국회는 혁신 이슈가 있을 때 그 주도권을 법원에 양보해서는 안 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 위상을 생각할 때 국회의 자각과 분발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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