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총선'…김세환 선관위 사무차장 "철저한 방역대책 수립"

그는 이번 총선의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구획정안 법정 제출 시한을 넘긴 지 1년이 다 되도록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여야 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획정위는 지난달 3일 국회의장에게 독자적으로 마련한 획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정치권은 뒤늦게 획정안이 공직선거법 기준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획정위는 정치권과 합의해 획정안을 마무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획정안이 완성됐지만 코로나19가 총선의 또 다른 난관으로 떠올랐다. 김 사무차장은 전례없는 전염병 상황에서 안전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더리더>와 인터뷰에서 그는 “코로나19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이 큰 상황이다. 선거 참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는 국가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유권자 여러분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하겠다”며 “꼭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Q: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관위의 준비 상황을 말해달라
▶법과 원칙에 따라 완벽한 선거관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확한 투표와 개표 관리를 위해 각종 절차와 인적, 물적 자원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공정선거가 실현되도록 조사와 단속에 마지막까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 갑작스러운 변수로 작용한 코로나19에 대비해 확진자도 거소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든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하러 올 수 있도록 철저한 방역대책을 수립했다. 

Q: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선 유권자가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점검을 해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어르신이나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등 다양한 상황에 처한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남은 기간에도 유권자들께 선거와 투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투표참여율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

Q: 코로나19 사태로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선관위에서는 투표 현장에서의 감염병 관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투표소 방역대책을 수립하는 등 국민 안전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투표소에 방역활동을 할 예정이다. 손소독제, 일회용 비닐장갑 등 선거인을 위한 위생물품을 비치할 계획이다. 발열과 기침 등이 있는 선거인을 대상으로 동선을 분리해 투표할 수 있도록 임시기표소도 운영한다. 선거인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올 수 있도록 안내활동도 하고 있다. 

Q: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투표가 불가능한가
▶마스크 때문에 참정권을 제한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대국민 행동 수칙을 마련해 투표하는 날까지 정보 제공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Q: 코로나19 확진자는 우편투표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통상 우편투표라고 말하는데 「공직선거법」상으로는 ‘거소투표’라고 한다. 사전투표나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어려운 유권자가 ‘거소’(본인이 거주하는 곳)에서 투표를 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신고(24일~28일) 기간 동안 확진자의 신청을 받았다.

▲김세환 선관위 사무차장/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Q: 거소투표에 투표자 선정과 투표, 개표 등은 어떻게 진행되나
▶병원이나 요양소에 머물거나,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사람은 거소투표신고가 가능하다. 본인이 거주하는 장소에서 거소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구·시·군의 장이 신고사항을 확인해 거소투표신고인 명부를 작성하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소지로 투표용지와 선거공보를 발송한다.
투표용지를 송부받은 거소투표신고인은 직접 기표한 후에 투표지를 봉투에 넣어 관할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로 회송하면 된다. 이 투표지는 개표 전까지 투표함에 보관한 후 개표소로 이송돼 재외투표, 선상투표 등과 함께 우편투표전담부에서 개표하게 된다.

Q: 코로나19 같은 돌발상황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관련 매뉴얼 준비 등 보다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향후 이런 비상상황에 대한 체계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이번 선거관리에서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법 체계를 정비하는 절차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관계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대비를 하겠다.

Q: 최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선거구획정의 전제조건인 시도별 의원정수 등 획정기준이 지연돼 선거구획정안 제출이 늦어졌다. 앞으로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인구의 도시집중화, 농산어촌 인구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농산어촌 지역대표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인구비례 2:1 범위에서 농산어촌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만 두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명시적으로 규정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 선거구획정에 관해 많은 민원이 접수됐다. 선거구 구성에 대한 상반된 입장의 민원이 많았다.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획정 결과에 불만이 있을 것이다. 접수된 민원은 모두 선거구획정안에서 검토됐다. 「공직선거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인구 및 행정구역, 지리적 여건, 교통, 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한 결과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Q: 이번 선거에선 비례정당 창당 문제가 논란이 됐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나왔는데 이와 관련해 선관위의 기본 입장과 원칙은 무엇인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제는 종전 제도와 비교할 때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또 복잡한 의석배분방법을 유권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직접·평등 선거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도 있다. 엇갈린 의견이지만 현행 제도에 따라 엄격히 선거 관리를 할 계획이다. 또 선거결과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향후 국회에 개정의견을 제출할 생각이다. 

Q: 선거 전문가로서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선거제도는 각 국가의 역사·문화, 정치환경, 사회적 합의 등이 종합된 결과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미국·서유럽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총 선거비용을 통제하는 대신 선거운동 기간에 대한 규제가 적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방법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국회의원선거로 시작된 첫 투표 이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제도가 빠르게 안착됐다. 선거운동의 주체·시기·방법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이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각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규제 중심의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민의 정치·선거 참여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갈수록 높아지는 오늘날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규제를 완화해 선거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정당·후보자가 보다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판단을 왜곡시키는 비방과 흑색선전은 철저히 차단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990년에 들어와 올해 31년째다. 그간 수없이 많은 선거를 관리했다. 선거 관리는 절차사무가 무척 중요하다. 정확해야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관리하는 과정에서 헌법에서 부여된 공정 중립 가치를 잘 실현했다는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를 꼽는다면 1991년에 실시한 전국 시·도의회의원선거와 구·시·군의회의원선거가 떠오른다. 당시에 1960년대 이후 최초로 실시하는 지방선거였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았다. 대선이나 국선보다 후보자수가 훨씬 많은 지방선거였음에도 인력이 부족해 선거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강화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했는데 직원이라곤 단둘이었다. 게다가 3월과 6월 연속해서 선거를 실시하다 보니 매일 사무실에서 밤샘을 했다. 책임감 하나로 스티로폼을 놓고 쪽잠을 청했다. 풍로 심지를 올려 불을 지피던 시절이다.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많이 남아 아직도 사석에서 그때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열악한 여건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선배·동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Q: 마지막으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린다
▶코로나19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이 큰 상황이다. 선거 참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나라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유권자 여러분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하겠다. 꼭 투표에 참여해주기를 당부드린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