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역구 의원 ‘정책’ 아시나요”

이승환 보좌관, "시민의 권리 확장하는 정치 통제, 정책을 평가할 수 있어야 가능"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0.04.08 09:23

이승환 보좌관/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정치는 문제 발굴의 과정이고, 정책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 7가지 정책 이야기를 담은 <시민의 상식>의 저자 이승환 보좌관의 말이다. 그는 2011년 국회 무급인턴을 시작으로 현재 정병국 의원실에서 최연소 4급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정치, 정책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보좌관은 정책과 상식의 연관성에 대해 “모든 것에는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좋은 정책들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서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정책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작은 관심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도 올바른 투표를 위해서는 “후보자가 갖고 있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2011년 처음 국회 보좌관 일을 시작했다. 국회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독학사고시로 대학을 졸업했다. 20대 때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중 한 분이 시각장애인으로 전 백악관 정책차관보였던 강영우 박사였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자신의 발전과 변화보다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그 당시 27살에 <고 어라운드- 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 혁명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 88만원 세대의 당사자인 20대가 직접 이야기한 것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면서 ‘직접 정치를 하는 국회에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하니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국회 홈페이지에서 국회의원들을 찾아 전체 이메일을 뿌렸다. 국회의원 보좌진 무급인턴부터 시작해서 유급인턴을 거쳐 6,5,4급 보좌관을 지냈다. 국회보좌진은 4급이 최고위직인데 인턴부터 시작해 보좌관이 된 케이스 중 최연소 4급 보좌관이다. 지금 속해 있는 미래통합당 정병국 의원과 가장 오래 일했고, 그 전에 원유철, 정우택, 정미경 의원과도 일했다.


━
-최근 대한민국 7가지 정책 이야기에 관한 책인 <시민의 상식>을 발간했다. 책의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

▶상식이라는 단어는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고,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경제 상식을 알아야 하고, 글로벌 시대에는 영어를 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T를 알아야 하듯이, 민주사회 시대에는 정치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런데 막상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 대답하면 훌륭할 정도다. 지역구 의원의 주요 정책이 무엇이지 물으면 거의 답을 못한다.
나는 이것이 한국 사람들이 정치의 거대담론에만 빠져 있고, 진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을 등한시했다고 봤다. 민주주의 사회를 제대로 알기 위해 정책을 이해하는 ‘시민의 상식’을 짚어보고 싶었다. 내가 정책을 평가할 수 있어야 정치를 통제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시민의 권리가 확장될 수 있다. 그래서 <시민의 상식>이라고 지었다.


━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정책은 법안을 통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약 2만1000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통과율은 6%가 조금 넘는다. 경쟁적으로 정책이 남발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법안이 많지 않고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좋은 정책 하나 만들어보자’는 것이 300명의 국회의원과 2700명 보좌진의 소명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누려왔던 최초, 최고의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유일한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를 찾아봤다. 그런 과정에서 저 또한 놀라게 된 사실들이 있었고, 좋은 정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마련됐는지를 알게 됐다. 내가 공부하기 위해 알아봤던 것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 책으로 내게 됐다.


━
-책에서 소개한 정책 중 ‘금융실명제’가 우리나라 금융개혁의 발판이 됐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교육, 규제, 선거 등 어떤 개혁이 또 다른 ‘신한국’을 이끌까

━

▶금융실명제 정책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봤다. 먼저 1982년 발생한 장영자-이철희 부부어음 사기사건이라는 명백한 계기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금융실명제를 시행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한 신념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금융실명제 시행에 의지를 보이며 본인 재산 내역부터 공개했다. 이어 금융실명제 시행을 위해 철저히 준비된 관료들이 전략적 접근을 했다. 또한, 정책 시행 시기에 대한 치밀한 정치적 계산과 국민적 지지가 있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의 검찰, 교육, 규제 개혁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검찰 개혁은 선거법과 연계되면서 누더기가 됐고, 선거법은 비례정당이라는 기형적 체계를 만들어냈다. 조국사태만 봐도 대통령의 자기사람 챙기기가 앞서면서 자기헌신과 자기희생이 결여돼 있다. 교육 개혁은 평등교육을 지향한다며 자사고 폐지 얘기까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작년 사교육비 지출이 역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것 또한 실패하고 있다. 규제 개혁의 대표적인 예인 ‘타다’와 ‘인터넷은행법’은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 보여줬던 포부에 비해 실망적인 결과다. 정책에 대한 헌신, 희생, 전략이 없고 국민적 지지도 부족했다. 이런 부분들이 아쉽다. 다음 개혁과제를 찾기에 앞서 지금까지 개혁과제는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지난달 10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초등생 사교육비 총액은 9조6천억원으로 직전년인 2018년 8조6천억원보다 11.8%(1조원) 증가해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사진=뉴스1

━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와 관련해 발의되거나 제·개정된 법안에는 무엇이 있나

━

▶얼마전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임대 사업자가 상가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액의 50%를 세액공제해주는 법안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의원님과 공식 의원총회를 통해 징발법을 가동하자고 했다. 징발법은 전시상황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하에서 토지, 물자, 시설 또는 권리의 징발과 보상을 규정하는 법이다. 현재 정부는 감염병이 심각 단계이기 때문에 전시상황에 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하지만, 평시와 전시상황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거의 없다.
전시상황은 두 가지다. 군이 동원되거나, 국가의 자원과 물자를 징발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악화되기 전 ‘마스크와 병실 부족 문제가 예상되니 건물과 의료장비, 마스크 업체들을 징발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준전시상황에서 어떻게 징발할 수 있는지가 규정이 안 돼 있어 마스크 대란을 막을 수 없었다.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어떻게 개정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 반드시 군사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연재해나 이번 사례처럼 병균에 의한 안보 위협에 의해서도 전시상황에 준한다고 판단되면, 자원과 물자를 징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 중이다.


━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많은 정책의 입법을 옆에서 도왔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법안이 있다면

━

▶서울 사당역을 가보면 경기도권을 오가는 버스가 굉장히 많다. 그러나 서울시가 경기도 버스 진입제한을 하면서 노선 증편을 신청하는 경기버스의 50~60%가 잘리고 있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을 이유로 증차를 제한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중 경기도민의 비율은 상당하다. 지역 간 이기주의 행정에 따라 매일 만원버스로 운행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퇴근 시간대 버스 대기줄도 문제다. 여름에는 땡볕과 장마,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면서 기다리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환승센터를 만들 법도 한데 예산과 보조금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진행이 안 된다.
2005년 서울·경기·인천이 수도권 교통본부를 만들었지만 예산권과 집행권이 없어 논의만 되고 하나도 추진이 안 됐다. 이에 해외사례 연구를 통해 중앙정부가 관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해 정부조직법을 만들었다. 국토교통부장관 소속의 수도권 광역교통청을 만들어 2500만 수도권 시민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2014년에 발의해 5년간 세미나와 토론회만 6번을 개최했다. 결국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만드는 법안이 처리돼서 작년 3월 출범했다. 제가 최초로 제안하고 추진한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5년 동안 해와서 애정도 많다. 수도권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승환 보좌관/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정책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수요는 어떤 과정을 통해 파악되는지

━

▶정책은 정치를 통해 만들어지고, 정치는 국회의원이 하니까 국회의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있다. 내 삶의 불편한 부분들을 꼭 국회의원을 통해서만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우리와 더 가까운 구의원, 시의원을 통해 국회의원까지 전해질 수 있다. 그리고 삶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도 있다.
지난해 제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현장학습이 갑자기 취소됐다. 2018년 법이 바뀌어 6세 미만 아동이 이용하는 버스에 카시트 장착이 의무화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내도록 된 것이다. 그런데 시중 제품에는 일반버스에 장착하는 6세 미만 카시트가 아직 없더라. 국토부가 빠르면 2021년부터 출고될 버스에는 카시트 설치가 가능하도록 조치했지만 단속이 시작되면 기존 버스들은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천 건에 달하는 어린이집 계약이 다 무산돼서 버스회사와 어린이집 모두 피해가 컸다. 그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카시트 등 유아보호용 장구의 설치 및 관리주체를 운송사업자로 규정하고,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 제도가 혼란 없이 원활히 시행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어린이집의 잘못도 버스회사의 잘못도 아니라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찾고 수정한 것이다. 시민 누구나 내 생활 속 불편함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면 필요한 정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제 곧 총선이다. 정책 입안자를 뽑는 중요한 일인 만큼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선거 때는 공약을 통해 후보의 정책이 나온다. 하지만 지역에서 서로 경쟁하는 후보들의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강북은 교육 정책이, 강남은 부동산 정책이 중요하고, 그 외에 도로개설, 인프라 확대 정책은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잘할 수 있느냐 차이다.
예전에는 거리 유세를 했지만 코로나19 정국에서는 모든 후보가 SNS를 통해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12페이지의 공약집을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걸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고 후보에게 SNS를 통해서든 선거사무소에 가서든 한 번이라도 물어보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환경개선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사업의 모델을 무엇이고, 재원이나 기간은 얼마나 소요될 것 같냐”고 묻는다면 후보자나 캠프 모두 두려워할 것이다. 후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두려움을 던져줘야 한다. 유권자는 원래도 갑이지만 선거철에는 갑오브갑이다. 후보를 떨어뜨리겠다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겠다는 마음으로 한 번은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마트에서 가서 음식을 살때도 시식해보지 않나. 저는 정책도 시식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종로구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평창동에서 주민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지금까지 보좌관으로서 정책을 함께 만드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직접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할 의향은 있는가

━

▶거의 모든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말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를 정책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한다면 그게 반드시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나는 정책을 위한 팀을 만들고, 정치를 위해 그룹화하는 작업을 통해 정치 생태계를 바꾸는 데 관심이 있다. 정책을 만드는 것을 의원들에게 하게 할 수도 있고, 그런 생각을 가진 그룹을 진출시키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에 나가 배지를 다는 것만 생각한다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경직시키는 것 아닐까.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궁금하다

━

▶일단 잘 먹고 잘 사는건데…(웃음)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정병국 의원과 함께 발굴하고 공천한 청년들이 있다.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그루핑하면서 근본적 토대와 생태계를 바꾸는 것을 다음 21대 국회에서 모색해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환 보좌관/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이승환 보좌관

1983년 1월 21일 출생
고등학교 검정고시
대학교 독학사고시(행정학)
한양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바른미래당 보좌진협의회 회장
국회의장 표창 수여
국토교통부장관 표창 수여
<고 어라운드- 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혁명론>저(2009)
現 정병국 국회의원 보좌관(4급)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mail protected]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