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듣고 찾고 옮기니…‘제2의 기적’ 성큼

소통으로 현장 목소리 담아 실천, 임기 후반기 대형사업 승부수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05.06 09:54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탁 트인 영등포’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슬로건에는 영등포가 그간 갖고 있던 ‘노후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자는 뜻이 담겼다. 채 구청장이 중점을 둔 부분은 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영등포구는 2019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소통·시민참여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부터 구청 민원실에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 만남의 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다.
채 구청장은 교육·경제·안심·복지·민주도시라는 5대 목표를 내걸고 62개 공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기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평균 추진율이 63%에 이른다.


영등포1번家, 소통으로 열매 맺다



▲채현일 구청장이 구민들을 만나고 있다./사진=영등포구청 제공


영등포1번家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구축한 소통 공감 브랜드로 채 구청장의 취임과 함께 개설됐다. 영등포신문고(제안+공감), 탁 트인 소통실(민원), 찾아가는 영등포1번가(현장), 타운홀미팅(주민 공론장) 등 다양한 소통채널을 아우르는 ‘영등포구 최상위 소통 플랫폼’이다.
2019년 2월 발간한 영등포1번가 백서에 의하면 구민 의견은 오프라인(71%) 온라인(29%)을 통해 접수됐다. 분야별로는 △생활환경교통안전 56.4% △보건복지다문화 11.4% △도시 10.4% △교육문화 10.1% △자치행정 8.8% △지역경제일자리 2.9% 순으로 많은 제안이 접수됐다. 주요 키워드는 주차, 학교, 공원, 영등포역·노점상, 쓰레기 순으로 나왔다. 접수된 3975건 중 2943건(74%)이 처리 완료됐으며 나머지 1032건(26%)에 대해서도 장기 검토사항으로 분류, 숙의 과정을 거쳤다. 

채 구청장은 이 플랫폼을 통해 구민들과 직접 소통한다. 영등포 신문고는 30일 동안 1000명 이상 공감한 청원은 구청장이 직접 답변을 한다. 청원대상은 영등포구와 관련된 주요 정책이나 사회적 현안 이슈 및 자치법규 제·개정 등에 대한 발전적인 의견이다. 주민들의 직접적인 구정 참여가 요구된다. 신문고 1호 청원이 바로 ‘영등포역주변 환경 개선을 위한 노점상행정처리’ 문제였다. 

노점 상인의 생존권과 구민의 보행권 간 첨예한 대립 때문에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구민 숙원사업이었다. 취임 8개월 만에 노점 정비를 주민, 상인과 100여 차례가 넘는 대화와 소통으로 단 한 건의 충돌 없이 해결했다.
2019년 6월 진행됐던 ‘영등포 구정 인식 조사’결과에서 서울 영등포 구민 10명 중 8명이 영등포역 불법 노점상 철거에 대해 ‘잘했다’고 평가했다. 설문 결과, 50년 동안 영등포역 거리를 점거했던 노점상을 철거하고 명품거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 사업에 구민 대부분이 ‘공감한다(82.1%)’고 답했다.
▲탁트인 영중로 거리가게 상생간담회/사진=영등포구청 제공

찾아가는 영등포1번가는 적극적 소통행정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직접 구민을 찾아가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구정에 반영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이나 가정어린이집 원장들과 구청장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한다. 어린이식품안전이나 안전보안관을 찾아가기도 한다. 게릴라 거리 소통도 산발적으로 벌여 직접 주민들과 구청장이 만나기도 한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영등포1번가 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플랫폼 역시 구정 운영의 주체로서 주민 참여를 일상화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어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쪽방촌 등 영등포역 일대 개선…포용형 도시재생 모델로



채 구청장은 남은 임기 동안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서울 5대 쪽방촌 중 하나인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단지로 탈바꿈시킨다. 360여 명의 쪽방촌 주민을 내쫓지 않고 임대주택에 정착하게 돕는 게 특징이다.
사업구역을 2개 블록으로 나눠 복합시설1에는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가구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가구를 짓는다. 복합시설2에는 분양주택 등 600가구, 총 1200가구를 공급한다.
이번 공공주택사업이 완료되면 쪽방촌 주민의 주거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예정이다. 현재 1.65~6.6㎡ 크기의 쪽방의 월평균 임대료는 22만원이다. 주민은 16㎡ 크기 새 아파트에 월 임대료 3만2000원(보증금 161만원)을 내고 살 수 있게 된다. 또 이들의 자활을 도왔던 광야교회,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영등포희망지원센터가 돌봄시설 형태로 함께 자리를 잡는다. 쪽방촌 등 비주택 거주자들이 기존의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길 돕기 위해서다. 주민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 지구지정을 하고 2021년 지구계획 및 보상,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영등포 쪽방촌, 주거상업복지타운 탈바꿈 조감도/사진=영등포구청 제공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채 구청장의 진가를 보여준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쪽방촌 주민을 직접 설득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함께 사는 포용 주거의 첫 사례를 만들어냈다. 민간 개발용지에 주상복합과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오면 다양한 계층이 들어와서 함께 사는 사회공존의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인근 경인로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과 연계해 영등포역 일대 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영중로에 ‘차 없는 거리’를 시범 운영하고, 2021년까지 영등포역에 복합문화시설과 시민광장을 조성한다.
영등포역 인근 대선제분 부지에는 전시·공연장,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선다. 민간 사업자가 작년 12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으로 올해 전시관을 개관하고 내년 전체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등포 고가차도/사진=영등포구청 제공

교통사고가 잦았던 영등포로터리 고가차도는 평면 교차로로 전환된다. 고가 철거로 생긴 공간에는 서울광장 크기의 녹지공간이 만들어진다. 영등포로터리는 차량 동선이 복잡하고 위험해 서울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또 도시미관을 해치고 지역 단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채 구청장은 고가차도를 철거해 평면교차로로 전환하고 영등포와 여의도를 잇는 보행로를 설치하는 안을 내놨다. 이곳에 서울광장만 한 문화 녹지 공간과 랜드마크를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현재 해당 사업 기본 구상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며 사업 절차로서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서 이 안을 받아들인다면 2020년 말 고가는 철거되고 영등포에 대형 문화 녹지공간이 탄생한다. 

이와 더불어 소소하지만 실속 있는 도시재생 활성화 정책도 돋보인다. 공모 간판 개선을 희망하는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인로 좋은 간판 개선 지원사업’이다. 가게당 1개의 간판에 설치비 90%까지 지원한다. 영등포 중심축인 경인로에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노후 간판을 깔끔하게 개선해 쾌적한 도시경관을 조성하고자 하는 취지다.
서울 최연소 구청장인 채 구청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임기 초반부터 정책 완성에 속도를 냈다. 임기 후반에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대형사업들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끈 영등포는 다시 한번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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