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안에 법대로 해결사 ‘차산선생’, “유튜브는 내 인생의 선물”

[일류가 사는 법]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 "백세시대에 60세면 40년이나 남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05.14 10:06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박일환 전 대법관은 대법관 출신 유튜버다. 그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차산’이라는 호를 붙여 ‘차산선생법률상식’이라는 유튜버 채널을 개설해 운용하고 있다. 최근 법조인들의 유튜버 참여는 많아졌지만 대법관 출신이 유튜버가 돼서 영상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초기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30회 남짓이었다. 언론에서 ‘대법관 출신 유튜버’로 보도된 뒤 한 달만에 구독자 4000명을 넘겼다. 지난달 24일 기준 구독자 수는 4만4000명을 넘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비밀녹음’, ‘퇴직사유’, ‘부모의 빚’, ‘증인이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 박 전 대법관은 실생활에서 궁금할 법한 주제를 선정해 5분이 되지 않는 영상으로 담아 법률 상식을 알려준다. 박 전 대법관은 영상 업로드를 위해 대본을 쓸 때면 판결문 쓰던 시절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어떻게 순서를 배치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정하는 게 판결문 쓸 때와 같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소설 쓰는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결혼에 대한 법률 상식을 이야기했다가, 또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구독자는 대체로 법률 상식이 궁금한 일반 사람이다. 현직 변호사나 로스쿨 학생도 법 공부를 하기 위해 그의 영상을 구독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구독자 중 ‘미래 유튜버’도 있다고 짐작했다. “요즘 세대만 하는 유튜버를 나이 많은 사람이 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 

그런 미래의 유튜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라”다. 박 전 대법관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3년 동안 배우는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100세 시대에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언급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전 대법관을 지난달 20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법관 출신의 최초 유튜버다

▶딸이 권유해서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인생에 대한 회고록을 책으로 쓴다고 해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로 올리면 훨씬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처음 영상을 올렸을 때 반응이 어땠나

▶처음에는 구독자도 없었다. 몇 개만 용기 내서 찍었는데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변 사람에게 보라고 권유해서 20명, 30명 정도가 볼 뿐이었다. 석 달 동안 그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러다가 내가 유튜브 한다는 소문이 나더니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내가 유튜브 한다는 게 기사도 나면서 갑자기 한 달 만에 구독자 4000명이 늘었다. 지금은 4만4000명이 넘는다.

-막상 영상을 찍어보니 어떤가

▶크리스마스때 시작했는데 내 인생에 선물처럼 다가왔다. 삶에 원동력이 된다. 별천지를 발견한 기분이다. 강연을 가더라도 50명 모이기도 어렵다. 반응이 그렇게 좋지도 않다. 온라인 동영상은 그런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올려놓고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보니까 편하다. 하루 밤 사이 50명이 볼 수 있고, 100명이 볼 수도 있고, 천 명이 볼 수도 있다.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구독자가 많이 늘었는데 어떤 사람들이 영상을 본다고 생각하나
▶우선은 법률 지식이 궁금해서 볼 것이다. 특히 현직 변호사나 로스쿨 다니는 학생도 공부하기 위해 본다. 또 ‘나도 유튜버하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호기심에 보는 구독자도 있는 것 같다. 법조인 중에 30대의 젊은 사람 중에 유튜버는 있지만 50대 이상만 봐도 잘 없다. 

-주제선정은 어떻게 하나
▶이슈가 되는 사안이나 보도되는 사건이나 판례 중에서 재밌는 게 있으면 다룬다. 법률서적에서 관심이 갈 만한 주제를 선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는 영상을 찍으면서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간혹 댓글로 ‘이런 주제로 영상 올려달라’는 요청이 올 때가 있다. 그러면 그 판례를 찾아봐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조회수가 높은 주제는 무엇이었나

▶비밀녹음 관련이 4만 회, 퇴사 관련 주제가 3만7000회, 부모의 빚 주제가 2만7000회, 부동산 등기가 1만5000회 정도 조회수가 올랐다. 최근에는 증인이 법정에 나와서 갑자기 말을 하지 않을 경우, 혹은 다른 말을 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올렸다. 또 법정에 서서 증언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다뤘는데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증인과 피고인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도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유튜버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내용이 좋으면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한다. 알맹이가 있어야 요리를 하는 것 아니겠나. 콘텐츠 편집 기술이라든지, 사진 포토샵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2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짧아야 끝까지 본다. 길면 지루하다. 나도 다른 사람 것 10분 넘게 보는 게 없다. 짧아야지 인기가 많다고 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었다.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건들을 접하면서 대법관과 변호사의 시각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지
▶법률 일이라는 것은 다 비슷한데, 우선 판사는 양쪽 말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변호사는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상대방 의견까지 맞다, 틀리다를 생각하지 않다는 게 다르다. 그런 면에서 홀가분하다고 할까 그런 마음은 있다. 또 판사는 정부에서 일을 떨어질 틈 없이 항상 준다. 변호사는 일감이 있느냐, 없느냐는 자기능력에 따라 다르다. 판사는 일주일 단위로 일을 한다. 일주일에 하루 법정에 가서 심문하고 남은 시간 판결문을 쓰거나 기록을 검토한다. 변호사는 의뢰인 방문 시간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유동적인 것도 다른 점이다.

-현 정부 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못했다. 손을 봐야 하는 것은 맞다. 법원은 어떤 측면에서는 많이 고쳐놨다. 그렇지만 이 분야가 하루아침에 고쳐지질 않는다. 기존 판사를 내보내고 새로 뽑는 정도로 해야 개혁이 될 텐데 판사를 양성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하다. 개혁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다. 사법 쪽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어렵다. 제도라는 것이 하나만 고친다고 금방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개정된 선거법처럼 안 바꾸느니만 못하게 바꿀 수는 없지 않나. 취지에 맞게 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유불리 따지지 말고 취지를 왜곡시키지 않아야 한다.

-특히 개정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법은 꼭 고쳐야 한다. 일반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법이 민법이다. 지금 정해진 민법은 1950년대에 제정됐다. 50년 전과 지금 얼마나 많이 변했나. 시대가 바뀌었다. 이 시대에 맞는 계약도 많이 생겼는데 이것에 대한 법의 규정이 없다. 해방 이후 만들어진, 국민소득 100달러도 되지 않고 전 국민이 농민이던 시절에 만든 민법이 아직까지 개정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재산법에 대해서도 크게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는데 아무도 이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공수처 출범이 석 달 남았다.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나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중요하다. 또 운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공수처에 속한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해야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내 편드는’ 공수처가 아닌 진짜 일하는 공수처가 돼야 한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법률 서비스 문턱이 높다고 한다.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결국은 정부나 법원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민간 차원에서 접근이 쉽게 해야 한다. 세금 써서 지원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예전보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변호사가 많아졌다. 앞으로 졸업생도 많아지면서 접근성이 올라갈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더욱 노력해야 질이 올라갈 수 있다.

-유튜버를 비롯, 다른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야 한다. 처음에는 나도 ‘뭘 이런 것을 해’라고 생각했지만 한참을 더 살아야겠더라.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길었고 한 평생 배울 지식을 거의 다 배우지 않나.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60세부터 생각하면 40년이 남았다.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도전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간이다.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제15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 원장
서울서부지방법원 법원장
대법원 대법관
법원행정처 처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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