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식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장, “다문화 청소년, 글로벌 인재 키우자”

2개 국어는 기본적 가능…차별 없는 교육 환경부터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05.19 11:18
▲박옥식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2018년 여성가족부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의 양상이 크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10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이주민이 2009년 15.6%에서 2018년 60.6%로 대폭 늘었다. 장기 거주 이주민 증가는 이들의 ‘적응력 상승’을 의미한다. 

정부는 그동안 이주민 지원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늘리고 보완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바꿔보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장기거주민이 늘어나면서 다문화 청소년의 비율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폭력 노출 빈도가 높다. 게다가 사회적인 차별이나 편견에 민감한 시기로 관심이 필요하다. 

박옥식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주목해왔다. 박 이사장은 다문화 청소년에 대해 “정체성 혼란도 경험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2개 국어가 기본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해 작지만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박 이사장은 사명감 하나로 지난 5년을 버텨왔다. 직접 사비를 털어 운영하느라 여유는 없지만 청소년들이 그들의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종로 YMCA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다문화 청소년 문제에 주목하고 협회를 설립한 이유는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1987년부터 30여 년 활동하며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1995년에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한 피해학생의 부모가 처음으로 청소년 폭력 예방재단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함께 활동하게 됐다.
예방재단 활동을 하면서 학교 폭력의 원인과 대책을 연구했다. <사이버 폭력가해 경험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분석해보니 다문화 청소년의 피해율이 높았다. 교육부 학교폭력 피해율(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1.3%에 비해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2018년 8월) 8.2%로 6.3배 이상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드러내는 결과다. 

학교 폭력을 당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은 지금 문제라기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유럽이나 미국에 테러 폭동의 주범들을 분석해보면 이주민 2세들이 대부분이었다. 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이 그 분노를 어디에 풀겠나. 그런 학생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생각하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단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법인 설립은 시작부터가 어려움이었다. 정부에서 다 하는데 추가로 왜 기관설립을 하냐는 의견이 많았다. 2015년부터 설립 추진을 시작해 1년 만인 2016년에 법인이 설립됐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최초의 다문화청소년 단체다.
법인 설립 전에는 전국에 유수 청소년수련단체 운영을 맡았었다. 처우도 괜찮고 나름 안정적이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한국다문화청소년 협회를 설립했다. 2016년 2월 설립 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기업인이 찾아와서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부를 했다. 그때 눈물 젖은 봉투와 감동은 아직 가슴에 남아 일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체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안타까운 게 규모가 큰 NGO 단체는 일년에도 기부금이 2000억씩 들어오는데 우린 1억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 단체인데도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 소소하게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기본적인 운영비도 해소하기 힘든 수준이다. 의미 있는 작은 단체에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크게는 장학사업과 문화복지 지원, 상담센터 운영, 생필품 지원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 있는 사업은 장학금 지원 사업이다. 작은 금액이라도 장기간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6명 정도 지원하고 있다. 그 아이들 중 작년 6개 대학에 수시합격한 학생을 배출했다. 또 2년 이상 장학금을 받은 여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의 꿈인 바리스타가 되기도 했다. 취업해서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문화체험이나 활동에 대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영화도 보여주고 딸기 체험, 하이킹 체험이나 여름 캠프도 운영 중이다. 작은 규모지만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또 우리 협회의 자랑인 청소년 상담센터는 독립된 최초의 상담기관으로 전국에 우리뿐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도 상담을 의뢰한다. 다문화 가정 문제에 대해 25명의 전문 법률지원단이 상담을 돕고 있다.
▲박옥식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우리나라 다문화 아동 청소년의 증가세는 어느 정도인가



▶2019년 청소년인구(9〜24세)는 876만5000명으로 1982년 정점(1420만9000명)을 찍은 후 감소 중이다. 2018년 다문화학생은 전년(10만9000명)보다 11.7% 증가한 12만2000명으로 다문화학생의 비중(2.2%)이 전체 학생의 2%대에 진입했다.
다문화 초등학생의 비율은 3.6%로 다문화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취학 아동 사이에서는 훨씬 더 비율이 높다.



-다문화 청소년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



▶가장 큰 것은 정체성의 문제다. 엄마와 아빠의 국적이 다르고 엄마는 한국어가 원활하지 못하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또 엄마의 나라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정체성 혼란과 차별과 편견으로 고민하는 청소년이 많다.
또 하나는 교과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발달이 더딘 경우가 많아 이해도가 낮다. 그러다 보니 교우 관계나 선생님과 관계도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건 학교 선생님들의 다문화 이해교육이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조차 차별과 편견의 시선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가 제일 안타깝다.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들이 차별 없는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서울의 대림초등학교는 입학생 전체가 다문화 학생이다. 안산의 초등학교 입학생 중 50% 이상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 이런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출산은 줄어들고 농어촌 지역에 국제 결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증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차별과 편견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젠가



▶모두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친구라고 생각해야 한다. 사실 나만 하더라도 협회를 운영하기 전에는 은연중에 차별에 대한 인식이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 협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네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사님이나 해외에서 온 다른 사회 이사들과 일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함께 살아가야 할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차별과 편견을 없애려면 다문화에 대한 이해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학생들의 교과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야 한다.



-늘어나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면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따로 없다. 이주여성 중심의 정책을 하다가 다문화 청소년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에서 맡고 있다. 다문화 청소년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기보다 같은 청소년 정책의 범주에 넣어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관련 정책을 학교밖청소년 지원과에서 실행한다는 거 자체가 차별과 편견이 깔려 있다고 본다.
다문화 청소년 정책은 특별한 게 아니라 모든 활동 영역이나 정책에서 우리 청소년들과 같은 범주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19대에 국회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해서 많은 정책을 제안했던 이자스민 의원이 일부 정책의 입법에 실패한 이유는 역차별이었다. 다문화 청소년들만을 위한 정책을 특별하게 만들려면 안 된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수준에서 함께 포함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 균형 있는 청소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가정이 많다.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 가정 지원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센터 인프라에 대한 운영비용이 대부분이다. 실질적인 프로젝트가 부족하다. 또 받는 것에 익숙한 다문화 가정을 만들어선 안 된다.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를 같이 주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협회에서 최근 추진하는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직업능력개발원에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데가 별로 없다.
이미 우리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인식개선을 통해 융합된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니만큼 앞으로 학교나 청소년 기관 등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취약계층의 청소년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협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언어발달도 늦고 컴퓨터가 없는 경우도 많다. 상대적으로 부모들의 케어도 부족하다. 학습적으로 돕기 위해 1:1 학습 멘토링을 준비했다. 사전에 신청을 받아서 20여 명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장소는 학생들의 집 근처에서도 하고 여기 종로 사무실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고자 한다.
이 외에도 유한킴벌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10만개의 마스크를 지원해주었다. 어려운 때 자발적으로 지원해준 부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다.



-이상적인 다문화 청소년상이 있다면



▶정체성 혼란도 경험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2개 국어가 기본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가 많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진로를 명확하게 찾도록 도와주는 진로 탐색이 무척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삶을 개척하고 미래를 설계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5월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존에 대한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피부색이나 언어가 달라도 우리 이웃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다문화 가족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정치적 논쟁이 아닌 사회의 필수 구성요소로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에 우리나라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는 다문화 구성원에 대해 인정하고 그들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박옥식 이사장
1962년 5월 6일 출생/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서울특별시립 노원청소년수련관(노원청소년문화의집)
초대관장 /서울특별시 청소년수련시설협의회 초대 회장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초대 본부장 /서울특별시립 청소년미디어센터 관장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오산대학교 겸임교수 출강/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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