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작가, 12년째 이어온 작품 'Sealed smile'시리즈 표갤러리 2주 연장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개인전 '욕망과 희망, 삶의 경계의 모호성' 5개월 대작에 담겨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입력 : 2020.06.24 08:09
▲서울예술재단 표갤러리에 진행 중인 '2020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전의 대작 해골일루전 작품 앞의 김지희 작가./사진제공=김지희 작가

안경과 교정기를 착용한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로 유명한 김지희 작가의 개인전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가 서울예술재단의 표갤러리에서 성황리에 진행되며 7월 4일까지로 2주 연장되었다. 2019년 Sealed smile 대작에서는 코끼리, 용, 기린 등 기복적인 도상들이 화면 주변부에 등장하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 기복적인 동물들을 화면 전면으로 등장시킨 Sealed smile 시리즈390cm 대작 신작이 공개되어 눈에 띈다.

동양화 채색 기법으로 3번 덧칠해 완성한 5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 이번 신작은 개별적이면서 삼면화로 연결되는 작품으로, 우리가 희망을 의탁하는 기복의 소품들을 거대한 화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우리 안의 욕망과 희망을 반추하게 한다.

특히, 백호는 동서남북의 4궁 서쪽을 관장하는 동물로 청룡, 주작, 현무와 함께 4신에 속한다. 김 작가의 백호는 같은 대작인 부엉이는 선글라스 썼지만, 백호는 그대로 눈을 보석(사파이어)같은 눈을 그대로 표현했다. 백호는 사신이기도 하지만, 멘델의 유전자 법칙에 의하면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서 탄생한 돌연변이로 욕망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오브제가 아닐까.

또한, 전통 재료인 장지의 물성을 활용하여 번지고 튀긴 물 자욱이 선명한 배경에 해골 일루전이 그려진 120호 작품 또한 작가의 새로운 기법적 변주가 시도된 신작이다. 해골 일루전은 해골 이라는 기존의 어두운 이미지가 아닌 해골 안 식물이 드러나는 동양화적 사물과 표현법을 드러낸다. 담배를 피고 있는 해골 그리고 번지는 물성을 이용한 채도와 명도가 다른 파란 채색은 새도우처럼 ‘일장춘몽’을 떠오르게도 한다. 그림에는 벌꿀과 함께 두 가지 색의 나비가 날아든다.

▲ 12년째 이어온 'Sealed smile'시리즈의 신작 대작./사진제공=김지희 작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시간 올려진 서울시 무용단의 ‘허행초’가 오버랩 된다. '나비 날개짓에 들려온 이야기’라는 뜻으로 무용가 최현(1929∼2002)선생의 동양화 같은 춤사위가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이 역시 일장춘몽처럼 단잠을 자면서 일어난 꿈 속의 이야기이다. 꿈은 현실인지 꿈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김지희 작가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 , ‘희망’을 대립시키거나 전치시키지 않고, 그대로 동양화 기법을 사용해 팝아트로 쉽게 표현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삶의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쉽게 풀어 위트와 함께 관람객에 현대미술의 접근도를 높이고 있다. 예술의 특징은 꿈을 꾸는 것처럼 경계가 모호하다. 김 작가는 작품 곳곳에 그런 경계의 모호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김 작가는 작품 곳곳에 상징성과 기호학적 오브제를 활용해 전시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쟁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중세시대 창과 아머(방패) 등이 작품 속에 등장하고, 대작들 중에는 기도하는 소녀, 기도하는 손 등이 전쟁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전쟁은 인간의 욕망이지만, 평화는 인간의 희망임을 뜻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보면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을 작품속에서 마주하며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김지희 작가의 작품은 KBS 1TV 드라마 '꽃길 만 걸어요'에 상속녀 이자 팝아티스트 수지 황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 PPL로 등장하기도해 드라마를 본 관람객이라면 다른 시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김지희 작가는 지난 12년간 ‘욕망’과 ‘존재’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들며, 소멸을 전제로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허무로 규정짓는 것이 아닌, 희망하고 욕망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모든 순간을 한 편의 랩소디처럼 표현하였다. 결국 김지희 작가의 Sealed smile의 미소는 생과 소멸의 허무한 필연 속에 의미를 찾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

▲Sealed smile. 2020. 장지에 채색. 163x130cm./사진제공=김지희 작가

본 전시 서문을 쓴 국립현대미술관 김유진 학예사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과 기도하는 손 등의 이미지는 욕망과 희망 사이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을 추동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한다.”며, “김지희 작가가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안료처럼 욕망과 희망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작가 자신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표갤러리 1, 2, 3층 전관에서 열리며, 화사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평면 작업과 화려한 보석 오브제가 부착된 디아섹 작업이 전시된 ▲1전시장은 <생> 동물과 해골의 이미지가 전시된 ▲2전시장은 <소멸> 입체 신작 및 지난해 부산 뮤지엄 다 개관기념전에서 공개되었던 콜라보 영상작업, 다채로운 소품들이 전시된 ▲3전시장은 욕망과 희망의 의미를 묻는 <경계>를 주제로 압축된다.

한편, 김지희 작가는 2008년 전통 재료를 사용한 파격적인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를 처음 발표하며 주목받으며, 한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 중이다. Sealed smile 이후 서울, 뉴욕, LA, 홍콩, 워싱턴, 쾰른, 마이애미, 런던, 도쿄, 오사카, 베이징, 싱가폴, 타이페이, 상하이, 두바이 등 국제적으로 200여 회의 전시를 가졌으며 홍콩 수퍼리치 컬렉터 사브리나호를 포함해 국내외 많은 컬렉터에게 작품이 소장되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홍콩 뉴월드그룹 대형 쇼핑몰 D Park와 콜라보레이션을 하였고, 중국 화장품 리미, 스톤헨지, 앙드레김, 이랜드, 크록스, LG생활건강, 미샤, 소녀시대 의상 콜라보레이션 등 갤러리를 넘어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작가의 작품은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에서 인기가 많다. 이는 중화권 국가의 보편적인 문화적 특수성으로 금색과 함께 화려한 작품스타일, 기복의 동물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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