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재 법원도서관장 "소통하는 '법마루'로 다가설 것"

[찾아가는 도서관]지역 주민에 도움 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 예정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07.07 11:01
▲유상재 법원도서관장/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아날로그 문화’를 대표하던 도서관이 디지털시대를 맞아 변신하고 있다. 단순한 독서공간을 넘어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그 역할과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더리더>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도서관을 찾아간다. 7월에는 법원도서관을 찾았다. 법원도서관은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법률자료와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법률 전문 도서관이다. 1962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자료실 형태의 도서계가 신설됐다. 이후 1989년 9월 대법원 내에 정식 도서관으로 개관했다가 2018년 일산 청사로 이전했다. 올해 2월 취임한 유상재 법원도서관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내고 사법연수원 수석교수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법원도서관장에 취임했다. 



-도서관장 취임 후 4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나



판사로 근무한 지 10년 정도 됐을 무렵 2년간 법원도서관에서 조사심의관으로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약 15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에 도서관장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당시 생소한 업무를 익히면서 심의관 시절을 보냈는데, 다시 와보니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업무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도서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취임 이후 처음 이곳에서 업무를 배울 때와 같은 마음으로 공부하고 업무에 적응하려다 보니 금세 넉 달이 지나갔다.



- 판사 업무와 도서관장으로 업무는 차이가 커 보이는데



판사에게 재판은 가장 중요한 본연의 업무이다. 당사자의 공방을 토대로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분석한 후 공정하고 납득할만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막중한 업무이다. 반면에 법원도서관의 업무는 재판사무를 충실하게 지원하고 대국민 사법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아무래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매번 신중하고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재판업무 부서에서 재판지원 부서로 근무지가 바뀌다 보니 종전보다는 심적인 부담이 조금 덜한 것 같다.


-법원도서관이 대법원 산하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법원도서관은 어떻게 출범했나



법원도서관은 원래 법원행정처 조사국에 소속된 도서과라는 작은 부서로 대법원의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사법부 전체 구성원의 재판사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대한민국 법률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구확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81년경 법원조직법에 법원도서관 설치에 관한 근거조항이 마련됐다. 그 후 1989년 9월경 서소문에 있던 대법원 구청사 본관 건물 중 일부를 사무동으로 배정받았다. 그때부터 대법원 산하의 독립된 기관으로 첫 도서관 업무가 시작됐다.




-법원도서관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법원도서관은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법률자료와 관련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법률 전문 도서관이자 사법부 중앙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판실무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주요 판결 등을 신속히 수집하여 이를 판례공보의 책자로 발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법원도서관이 담당하는 업무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재판실무와 학술연구에 필요한 국내외 법률서적과 인접 분야 도서를 엄선하여 구입한 후 이를 대법원과 각급 법원 등에 신속하게 배부한다. 또 법원에서 발간한 각종 사법행정간행물과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은 법률 관련 저작물의 원문을 모두 디지털자료로 구축해 종합법률정보시스템에 탑재한다. 그 외에도 사료적 가치가 높아 보존이 필요한 법원사 자료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보존·전시하는 업무도 주요 업무에 해당한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2018년 일산으로 이전했다. 청사 이전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법원도서관은 명실상부한 사법정보의 보고로서 그동안 재판사무 처리에 필요한 각종 자료와 국내외 법률문헌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해왔다. 도서관이 축적한 다양한 법률 관련 자료는 모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이전부터 이런 결과물을 국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왔다.
일산 청사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법원도서관이 서초동 대법원 청사 일부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안상, 공간상의 여러 제약으로 광범위한 대국민 사법정보 서비스 제공이 현실적으로 곤란했다. 그러다가 2018년 연말에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에 법원도서관은 청사 이전을 계기로 일반 국민에게 ‘법마루’ 열람실을 개방해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상재 법원도서관장/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열람실 “법마루”를 주말에도 개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방하게 된 배경과 이용 현황이 궁금하다.



2019년 5월부터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주말에도 ‘법마루’를 개방해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 이용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법원도서관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법률 관련 자료를 가능한 한 많은 이용자에게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만 16세 이상의 국민이면 별다른 제약 없이 ‘법마루’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법마루’에 와이파이 존까지 설치했는데, 요즘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부득이 임시 휴관 중에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100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는데, 당분간 휴관하게 되어 많이 안타깝다.



-일반인이 법원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나



법원도서관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방대한 양의 디지털 원문 법률정보를 법원도서관 홈페이지나 종합법률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누구나 판례공보 등으로 공간된 판례의 원문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또 법원에서 발간한 각종 사법행정간행물의 원문자료를 PDF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다. ‘법마루’ 열람실에는 쾌적하고 넓은 독서공간이 있고 자료실도 활용할 수 있다. 각 층 서가에 비치된 일반주제도서와 교양도서, 사법행정간행물, 판례집, 국내외 각종 법률전문서적, 정기간행물, 상용 웹 DB자료 등을 전문사서의 도움을 받아 이용할 수 있다. 일정한 요건 하에 무료로 세미나실을 이용할 수 있고, 개인용 책상과 검색회선을 갖춘 PC, 수납공간이 마련된 조사연구실을 개인적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도 있다.



-도서 대출도 가능한가



적극적으로 대출 관련 절차를 정비 중이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보유한 장서이니만큼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마루’의 지리적 접근성이 사실상 일부에 한정된 점을 감안하여 대출이 가능한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현재 국내외 법률 관련 서적의 경우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을 통한 상호대차 서비스가 마무리 준비 단계에 있다. 머잖아 하반기부터 제휴 도서관에서 편하게 전문서적의 대출을 신청하고 이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법마루’에 비치된 일반 교양도서에 대해서는 내부 시스템 정비가 완료되면 지역 주민을 상대로 대출서비스를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일반 도서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따른 바람직한 도서관의 변화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매일같이 생산·가공되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정리하여 제대로 서비스하려면, 자연스럽게 유기체처럼 도서관의 모습도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법원도서관도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해 약 25년 전부터 꾸준히 판례, 법령, 논문, 문헌 등 각종 법률자료를 DB화했다. 이를 ‘종합법률정보’나 ‘열린법률지식백과’, ‘디지털도서관’ 등에 구축해 왔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분산 구축된 시스템이 점차 노후화되고 있다. 사법정보 수요자의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해 정보접근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각종 원문 디지털 자료에 대해서도 저작권법의 허용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법률소양 강좌 개최 등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법원도서관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얼마 전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께서 하신 말씀을 ‘더리더’에서 읽은 적이 있다. ‘도서관은 폐쇄된 곳에서 홀로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공공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토론하고 문화적 경험을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의 중심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는 말씀이다. 그분의 말씀에 공감한다.
서초동에 있는 대법원 열람실은 당연히 재판업무지원이라는 법원도서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겠지만, ‘열린 도서관’으로 대국민 서비스 확대를 선언하고 첫발을 내디딘 ‘법마루’만큼은 차별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마루’가 법률정보 제공 역할에서 더 나아가 이를 매개로 지역 주민과 이용자들의 법률의식을 함양하고 서로 소통하는 법률문화센터 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가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서가와 열람대 등 물리적 공간의 재배치를 포함해 법률교육과 법률체험 프로그램, 사법영상 자료 확보 등 참신한 법률문화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도록 자체 TFT를 가동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전공은 이미 영화나 TV드라마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생사의 기로에서 무인답게 생이 마감되기를 원했던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좌절, 내면의 의식세계가 작가의 섬세하고 절제된 1인칭 문장 화법으로 독자에게 잘 전달되었던 수작으로 기억한다. 노량 앞바다에서 죽음을 택한 장군의 치열했던 삶과 곧은 신념은 시대와 상황이 변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들에게 깊게 고동치는 울림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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