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 유현경의 10년 발자취 기획전 <화가가 보지 못 한 것>

10년의 작가 내면의 시간을 관란객에게 선보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입력 : 2020.07.19 11:32
▲슈페리어갤러리 유현경 작가 '화가가 보지 못 한 것'기획전 포스터./사진제공=슈페리어갤러리

유현경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초기에는 인물을 닮게 그리는 것을 목표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인물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이후의 인물화에서는 모델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과 그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까지도 그대로 붓질로 옮기게 되었다.”고 밝힌다.

슈페리어갤러리는 전통 인물화의 익숙함을 비틀고 독특한 방식으로 내면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유현경 작가의 <화가가 보지 못 한 것>전 기획전시를 8월 5일~27일 슈페리어 갤러리 1관에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1~2년 동안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아닌, 유현경 작가 10년 발자취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집중 조명해보고자 마련한다. 초 현실주의 작가이자 현대미술 작가인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의 에너지가 에로티시즘인 것처럼 유현경 작가는 2008년 작품이후 엔트로피(entropy)를 거부하면서 그것을 최대한 작업에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카소처럼 작가의 작품 에너지도 에로티시즘으로 읽히는 이유.     

또한 작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러 점의 초상화가 같은 인물인지 다른 인물인지 혹은 누구를 그렸는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지점에 이르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얼굴 묘사가 거의 생략되어 추상화처럼 보이게 표현한 것은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아 화가가 보지 ‘못한 것’이 아닌, 화가 자신도 모르게 그 너머의 감정을 그리게 된 것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에서 응시와 흐리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여과되지 않은 화가의 충동과 긴장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들은 배경색까지도 작가가 모델에게서 포착해낸 감정의 연장선. 에곤 쉴레(Egon Schiele)가 뒤틀린 사지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듯한 인물화를 그려서 작가 내면의 예술혼을 표현했듯이, 유현경은 이미지의 시각적 정확성을 교란시키는 붓질과 강렬한 색채로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미술사에 기록된 모든 누드와 여인들이 수백 년간 받아온 섹슈얼리티의 대상화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도 읽을 수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는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키스에서 남근을 상징하는 오브제를 작품속에 넣었다고 사후 해석되고 있다. 

100인의 남성모델을 모집하고 여관방에서 그들의 몸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리거나, 지인들과의 지속적 만남 후에 완성된 인물화 연작은 대상화된 여성 모델에 대한 보편적 기대에 도전하는 진보적인 태도(금기시하는 터부)와 기존 페미니즘 미술가를 뛰어넘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는 화가가 보지 못 한 또 하나의 지점으로, 전통 인물화의 시선을 외면하며, 인물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화가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작업실에 정리된 1,000 여점의 작품 중 선별한 40여점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이 전시가 지난 10년 동안의 작가 고민과 작가가 시도해온 시각언어를 이해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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