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수사 종결?’...박종호 변호사 “성범죄 형사소송 진행 절차 알아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정민규 기자 입력 : 2020.07.22 14:27
▲사진: 박종호 변호사
과거에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로 성범죄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았다. 하지만 근 몇 년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면서 용기를 내 신고를 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 증거력을 갖지 못하는 폭로 사례도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성범죄 등 형사사건 관련 법률 자문을 맡은 박종호 법률사무소의 박종호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를 만나 미투운동, 성추문 등 성범죄 형사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 성폭력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

최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서를 4년 동안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 상태가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마주하기 힘든 사건을 고발한 만큼 사망 여부와 무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종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고소를 당한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일방의 주장과 한정된 자료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법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한정된 증거로 사실관계를 밝혀내도 기소하거나 처벌할 피의자가 없다 보니 실효성을 근거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다.

그렇다면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진상 규명은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 박종호 변호사는 “한정적이지만 피해자가 추가 고소를 진행할 경우 관련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형사소송은 ‘고소 또는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지▶ 수사기관의 조사▶ 기소▶ 법원의 재판▶ 판결 선고의 절차를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성범죄 피의자가 공무원일 경우 지자체나 동료 공무원들이 피의자의 성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진실 규명을 방해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다고 해도 피의자의 공백으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형사사건이 해당하지 않는다면 민사사건으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다루는 방법도 있다. 박종호 변호사는 “성추행 등으로 피해를 당하였다면 고소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민사법원은 손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 성추문 폭로전, 사실이 아니라면...법적 대응 방법 강구해야

때론 성추행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한다. 실제 전북 부안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는 허위 '스쿨 미투'로 징계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2017년 4월 일부 학부모로부터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민원을 받았다. 이 의혹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당시 조사를 진행한 경찰은 "여러 진술을 종합한 결과 추행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직권조사를 진행한 지자체 학생인권교육센터는 교육청 측에 A씨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여러 학생이 A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교육청은 같은 해 8월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박종호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직권조사를 진행한 학생인권교육센터가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적 면담을 진행하거나,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 진술서만을 근거로 성희롱 여부를 판단해 문제가 됐다”면서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구해 적극적인 초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피의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피의자방어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범죄 성립 요건과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감경 기준에 속하는 조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보고 조사단계뿐 아니라 재판 단계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적극 피력해야 한다.

이외에도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가 혐의없음 처분이나 무죄판결을 받은 뒤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무혐의처분이나 무죄판결이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박종호 변호사는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공기관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라며 “무고죄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라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thelead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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