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 시인, 세 번째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출간

머니투데이 더리더 정민규 기자 입력 : 2020.07.24 11:11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미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는 따뜻한사람들과 삶의 풍경, 그림자로 산 세월에 잔잔한 안부를 묻는다.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는 꽃들의 향기가 울림을 전해준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들꽃들, 화려하게 피었다가 사라진 꽃들, 시인의 일상속의 소박한 꽃들이 시인의 인생을 구성하는 존재들이다.

“존재의 기원과 사람의 심연을 찾아가는” 시인의 단단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경복궁 지나
금천시장을 건너오면
흰 당나귀를 만날 거예요, 당신은
꽃피지 않는 바깥세상일랑 잠시 접어두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벚꽃을 바라보아요
뜨거운 국수를 먹는 동안
흰 꽃들은 서둘러 떠나고
밀려드는 눈송이가
창문을 두드려요
펄떡이던 심장이 잔잔해졌다고요?
흰 당나귀를 보내드릴게요
혹한의 겨울을 무사히 지낸
푸릇푸릇했던 당신의 옛이야기를
타박타박 싣고 올 거예요
흰 당나귀가 길을 잃었다고요?
바람의 말과
수성동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오세요
불빛에 흔들리는 마가리가 보일 겁니다
우리 잠시, 흰 당나귀가
아주까리기름 쪼는 소리로
느릿느릿 읽어주는 시를 들어보자고요

―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 백석 시 풍으로」 전문

 


시인의 삶의 근거이기도 한 “사람향기가 살아나는 방, 서촌”(「사람향기를 맡고 싶소 – M에게」)에는 “북두칠성을 함께 바라보고/꿈을 꿀 수 있는”(「누하동 260 – 은희에게」) 시간과 공간과 이야기가 있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흰 당나귀’는, 물을 것도 없이, 어느 가난한 사내가 아름다운 나타샤와 함께 타고 마가리에 갈 것을 상상했던, 바로 그 감정의 동료일 것이다. 


‘흰 당나귀’를 만나 몽글몽글 피어나는 벚꽃을 바라보다 잠깐 사이에 흰 꽃들은 떠나고 밀려드는 눈송이만 창문을 두드릴 때, 그 옛적 청년 백석이 노래했을 ‘국수’의 맛도 전해오고 “아주까리기름 쪼는 소리”도 들려올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겨울을 지나 ‘흰 당나귀’는 청년 백석의 이야기를 싣고 이곳 “바람의 말과/수성동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느릿느릿 읽어주는 시”처럼 당도할 것이다. 이처럼 박미산은 많은 선배 문인들을 따라왔다가, 백석에 이르러 자신의 글쓰기 충동과 그 의미로 귀환하는 계기를 완성한다. 


그리고 몽글몽글, 푸릇푸릇, 타박타박, 느릿느릿, 그녀의 시쓰기는 차근한 행로를 이어갈 것이다. 옛적을 기억하고 현재형을 넘어 미래형으로 성큼 나아갈 것이다. 


시집 끝에 실린, 새로운 귀환이자 출발을 암시하는 시편은 그러한 가능성을 깊이 암시해준다.


[서평: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박미산. 채문사. 124쪽/ 9000원

▲박미산 시인

jmg19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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