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리포트]아동학대, 체벌이라는 이름의 ‘범죄’

울산 계모 사건부터 창녕 아동학대까지…사회적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들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0.08.07 08:30
천안계모에 의해 숨진 아동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사진=뉴스1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천안 아동학대 계모 사건,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 학대를 당하다 잠옷 차림으로 집을 탈출, 주민에 의해 발견된 창녕 아동학대 사건…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들여다보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인하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지난 몇 년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던 아동학대 사건들을 다시 살펴봤다. 소리 없이 학대당하고 죽어가는 아동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혜정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를 만나 아동학대의 실태와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을 들어봤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아동학대 재발을 막기 위해 고위험군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굴, 조사하는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찾은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즉각 분리제도’가 도입된다. 정부는 3분기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학대피해 아동 쉼터 확대, 전문가정위탁제도 법제화 등 아동보호 인프라 구축 내용을 담은 범부처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울산 여아 학대 사망 사건
울산에서 8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박씨가 구속됐다. 2013년 10월 24일 박씨는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했다. 박씨는 “목욕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양의 몸에 남은 멍 자국을 토대로 폭행과 학대 여부를 수사했다.
수사 결과 이양은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지면서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피하출혈과 동시에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하면서 끝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이 사건 전에도 수년간 이양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져 상해치사가 아닌 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됐으며 ‘상습폭행과 아동학대 혐의’가 추가됐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여론은 들끓었고, 울산지검은 시민 15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회의, 부검의, 전문가 의견청취 후에 박모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살인죄 적용 이유에 대해 “박씨가 아이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도록 주먹과 발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범행 당시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울산계모 살인죄 적용 피켓 시위 중인 공혜정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 대표/사진=아동학대방지협회 제공
또한 이양의 사망 후 아동학대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대표 공혜정)’과 울산여성회 등은 2013년 11월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동학대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2014년 3월 1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훈육의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폭행으로 이어져 이 사건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과 그동안의 행동 등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전했다. 한 달 뒤 열린 선고 공판에서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계모 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다시 살인죄와 구형한 사형 형량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했다.
2014년 10월 16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창백한 얼굴의 어린 피해자에게 2차 폭행까지 가하는 등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울산 계모 사건은 국내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처음으로 살인죄가 적용된 사례가 됐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13년 8월 14일 칠곡에서 8살 의붓딸을 때린 뒤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계모 임씨가 구속됐다. 임씨는 범행을 감추기 위해 12살의 A양 언니에게 “인형을 뺏기 위해 발로 차서 동생을 죽였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해 공범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A양 언니는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밝혀졌다.
임씨는 1년 6개월 정도 기간 자매에게 상습적으로 매질을 하고,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이고,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굶기기도 했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밤새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실신할 정도로 목을 조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집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면 배설물을 묻힌 휴지를 먹게 했고, 심지어 물고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딸들의 친부인 남편 김씨 역시 학대를 방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딸인 A양이 죽어가는 장면을 직접 촬영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겼다.
임씨 부부는 A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죄)로 기소되어 2014년 4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과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한 A양의 언니를 학대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서는 같은 해 11월 징역 9년과 징역 3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2015년 5월 21일 항소심 재판에서 대구고법은 상해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씨에게 원심(19년)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친부 김모씨에게는 징역 6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2015년 9월 10일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 3부는 임씨에 대해 징역 15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임씨의 학대 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A양의 친아버지 김씨에게는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을 확정했다.
2019년,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이 개봉했다.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
지난 6월 1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9살 아이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던 중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었다. A군은 119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 뒤인 6월 3일 오후 6시에 결국 사망했다.
A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계모 성씨였다. 경찰진술에서 성씨는 A군이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고장 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가방 안에 넣었다고 말했다. 성씨는 살인죄와 상습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성씨가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7월 15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성씨는 변호인을 통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성씨는 아동을 가방에 가둬두었으며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뛰기도 하고, 숨쉬기 힘들다고 수차례 호소함에도 가방 안으로 헤어드라이기 바람을 넣기도 해 아동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6월 10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된 천안계모/사진=뉴스1
검찰에 따르면 성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 29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요가링으로 때려 상해를 가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사건과 별도로 성씨가 함께 살던 또 다른 아이, A군의 친동생을 학대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경남여성변호사회는 첫 재판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성씨가 숨진 아동의 동생을 상습 학대했다는 진술이 있지만 추가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성씨의 상습학대 고발장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제출했다.
성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8월 1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
창녕에서 9살 초등학생 딸을 학대해 국민적 공분을 산 친모와 계부의 첫 재판 일정이 8월 14일 오후 1시로 잡혔다. 7월 18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7월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창녕 아동학대 계부/사진=뉴시스
이들 부부는 지난 1월부터 4개월 동안 A양을 테라스에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거나, 불에 달군 쇠젓가락과 글루건으로 지지고,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담그는 등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주거지 추가 압수수색과 A양의 진술, 범행도구 유전자(DNA) 감정 등을 통해 추가 혐의도 확인했다.
A양은 지난 5월 29일 오후 빌라 4층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거리를 배회하다 주민에 의해 발견돼 구조되면서 학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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