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80만 행복도시의 완성은 ‘행정수도’

[창간 6주년 특집]공공기관 이전 동력 소진으로 자립성장 미지수…집값은 벌써 ‘꿈틀’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09.02 10:54
▲세종특별자치시청사/사진=세종특별자치시 제공
이슈점검 ‘행정수도&균형발전’ 
행정수도 이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놨던 정책이다. 노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여야 모두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2004년 8월 충청남도 연기군 남면과 금남면, 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원(2160만 평)이 입지로 확정했다. 하지만 수도 이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 제기됐고 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특별법은 좌초한다. 이로써 진행 중이던 수도이전 사업은 전면 중단됐고 정부 부처 일부만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대안으로 나왔다. 2010년 12월 27일 공표된 ‘세종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충청남도 연기군 전역, 공주시의 일부와 충청북도 청원군의 일부가 포함된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 총리실 이전을 신호탄으로 부처 이전이 시작됐다.



세종 행복도시, 55개 행정기관 이전 완료


2012년 9월부터 시작된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이전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단계별 행복도시 이전 완료 현황을 보면, 1단계로 2012년 총리실과 국토교통부 등 15개 중앙행정기관 5842명이 이전했다. 

2단계인 2013년까지 보건복지부 등 16개 중앙행정기관 4716명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2개 정부출연연구기관 618명이 이전을 마무리했다. 

3단계인 2014년까지 국세청 등 5개 중앙행정기관 2341명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12개 정부출연연구기관 2574명이 이전했으며, 4단계인 2015년〜17년 1월까지 국민안전처 등 4개 중앙행정기관 1800명과 국토연구원 353명이 이전을 완료했다. 이로써 행복도시는 총 40개 중앙행정기관 1만4699명의 공무원이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1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3545명의 연구원이 연구·지원하는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세종시 이전완료 된 행정기관



세종 행복도시 8년…어떻게 변했나


지난 8년 세종의 발전사는 상전벽해 수준이다. 인구는 2012년 11만5388명에서 지금은 3배 이상 늘어난 35만697명이다. 지역 활성화를 견인하는 사업체 수 증가도 확연히 늘었다. 2012년 6600여 개에 불과하던 사업체는 두 배가 넘는 1만5871개로 늘었다.
2007년 7월 10일 착공한 행복도시 건설사업은 그동안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도시기반시설 확충, 도시특화, 친환경도시 건설,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등이 진행됐다.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도로 등이 만들어졌다. 세종시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인구 80만 명(읍·면 30만 명 포함)의 명품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30년까지 총 20만 세대를 공급하는 공동주택은 2010년 세종시 2~3생활권 1500여 세대 분양을 시작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총 18개의 광역도로망은 대전유성·오송역·정안IC·대덕테크노밸리·남청주IC·청주 연결도로 등 6개 광역도로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개통해 도시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기존 최저가 입찰 중심의 토지공급·설계·평가 방식을 전면 개선해 디자인과 기능 등에 중점을 둔 공모 방식을 도입한 것은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국립세종도서관과 대통령기록관은 각각 레드닷 어워드와 미국 산업디자이너 협회 IDEA 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국내 최고수준의 녹지율(52.4%)의 친환경 녹색도시로 건설되고 있는 행복도시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금강과 전월산 등의 자연 자원을 보존하고 호수공원 등을 조성했다. 녹지와 하천을 연결하는 총 200km 길이의 둘레길 중 100km를 조성해 시민들이 주거지에서 5분이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도시를 조성했다.



전입 정체, 빨대효과는 세종시의 과제


계획도시로 빠르게 성장해온 세종시는 해결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세종시의 전입 전출을 보면 2016년부터 전입 속도가 더뎌진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시작된 3단계 행정기관 이전이 2015년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가 목표로 잡았던 인구 80만 명의 도시로 성장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행정기관 이전 동력이 소진됐기 때문에 별도의 유입 경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최근 거론되는 국회와 청와대 이전론이 힘을 받는다면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좌절된다면 80만 명 도시로 자립적 성장은 미지수다. 

세종시의 급성장은 주변지역에 빨대효과를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보다는 대전이나 충북 등 충청권 내 인구 흡수 효과가 컸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2019년 8년간 전국에서 세종시로 순유입 인구 합계는 총 23만2352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가장 많은 순유입 인구를 기록한 지역은 대전시로 나타났다. 순유입 인구만 10만1557명으로 전체 45.9%로 압도적인 수치다. 대전은 2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이 작년 부동산114 통계 기준 52.6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대전 시민들은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저렴한 전셋값 등을 이유로 세종행(行)을 택했다.
이어 경기도 3만676명(13.20%), 충북 2만3509명(10.11%), 서울 2만3362명(10.05%), 충남 2만2307명(9.60%) 순으로 순유입 인구가 많았다.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 안팎인 것에 비해 인구 100만 명대인 대전과 충북의 인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세종 국회 이전 후보지는 어디


세종시에서 국회 이전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곳은 세종호수공원 옆에 위치해 있다. 국회와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작년 7월 국회 사무처의 의뢰를 받아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이전할 경우 최적 입지를 제시했다.
국회사무처 의뢰로 국토연구원이 연구한 보고서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한 국회 분원 설치 및 운영방안’ 내 국회 세종의사당 후보지 중 B후보지가 최적 후보지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당시 A~E 5개의 후보지를 거론하고 그중 가장 최적의 입지로 (B)를 지목했다.
이곳은 현재 유보지로 세종호수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과 인접해 있다. 환경이 쾌적하고 국무조정실(1동)에서도 가까워 업무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지면적이 50만㎡로 현재 서울 여의도 국회보다 더 넓다.
A부터 E까지 5곳의 후보지 중 월산산업단지 인근 땅은 산업용지이고 나머지는 모두 유보지다.
후보지 면적을 모두 합하면 210만㎡에 달한다.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이전해도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세종 국회 후보지



‘천도론’에 꿈틀대는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세종시는 물론 인근 지역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발언 이후 세종시 일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는 수천만원 상승했다. 경기 수원 팔달구를 제치고 올해 아파트값 전국 상승률 1위(20.19%)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7월 26일 기준으로 세종시 전세가 상승률은 12.77%를 기록, 전국 상승률 1위를 보였다. 7월 셋째 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규제 지역 주간 아파트 전셋값 동향’에 따르면 세종시는 전주보다 0.99% 상승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핵심 논의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확정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국립 세종도서관

세종시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시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아파트 매물이 사라지고 있고, 호가도 오른 것이 맞다”면서 당분간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인구 유입 등 도시발전이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한 주민은 “세종시는 아직 타 도시에 비해 부족한 시설이 많다”며 “기반시설이 충분히 확보되기도 전에 집값부터 오른다면 도시 발전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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