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열, “코로나가 국가 균형발전 앞당길 것”

[이슈점검 ‘행정수도&균형발전’ 인터뷰]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시•군•동•리까지 혜택 ‘분권의 분권화’ 필요… 강력한 재정제도 있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09.02 09:24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사진=균형위 제공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역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역점 사업이다. 지난 2년 사이 수도권과밀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 6월 균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의 비중은 50.002%를 기록했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증가율은 지난 2016년 0.47%에서 2017년 0.35%로 감소했지만, 2018년 0.46%, 지난해 0.50%를 기록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할 때 “일 욕심을 내달라”고 당부한 이유다. 김 원장은 “엄중한 시기에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원내대섭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균형이 화두로 떠올랐다. 세종시와 국회의 청와대 이전, 혁신도시 시즌2 등 국가균형을 위한 김 위원장의 ‘구상력’이 빛을 발해야 할 때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시대’가 국가균형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산’이 가장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에 피해가 집중됐다”며 “인구의 분산은 중요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그리는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균형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달라
▶2019년 말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지역 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심화됐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막대한 상황이다. 기회의 균등을 통한 국민생활의 향상, 낙후지역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라는 관점에서 국가균형발전은 절실히 필요하고 반드시 실행돼야 할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 중 하나기도 하다.

-산업화 이후 수도권 과밀화, 지방소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집권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거론하며 다시 공론화되는 상황이다.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가균형발전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다르지 않다.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고, 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발전정책을 전담하는 DATAR를 1963년에 설립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지역발전투자협약(계획계약)제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2003년에 설립하고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국가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균형발전정책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의 중요도가 달라지면서 정책을 연속적으로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정책의 역사는 아직 짧다고 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잘 정비해 정권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균형발전정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인구 감소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고 있나
▶지역인구 감소문제는 저출산과 같은 자연적 인구 감소도 있지만 교육, 문화, 일자리 문제 등 사회, 경제적 요인에 따라 수도권, 대도시로 지역인구가 유출되는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지역을 떠나지 않고서도 지역 내에서 경제활동과 여가생활이 가능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각 지역이 지역 여건에 맞는 특색 있는 발전을 하되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떠나지 않고도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인 만큼 개인의 정주여건과 기업의 투자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도시 조성,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이 혁신 기반이 취약한 지방에 거점을 만드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지방에 좋은 기업이 많이 생기고 정착하게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단계다. 또 균형발전의 성공 여부도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기업 유치 관점에서 평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지방 발전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인데 재정 분권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재정과 역할에 있어서 지역 주민 삶에 밀착된 사업은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자율적으로 주도하는 자치분권을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필수적이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강력한 재정조정제도가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떤 과목으로 세수를 나누든지 17개 광역 시•도가 서로 간의 협의와 협약을 통해 재정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또 중앙정부와도 협력해야 한다. 

특히 ‘분권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의 효과를 시•도만 누리는 게 아니라 그 혜택이 시•군•동•리 마을 단위까지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균형발전의 시각에서는 재원이양이 지역 간 재정격차로 와전되지 않도록 쉽게 손댈 수 없는 수평적 재정 조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정분권으로 인해 지역 간 산업이나 재정기반의 격차와 불균형이 심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코로나19 시대가 국토 균형발전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에 그 피해가 집중됐다. 생태학적으로 생명체의 분산, 인구의 분산은 중요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비어 있는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아파트 중심으로 도시화된 주거형태는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 공공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고 디지털 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구를 지역으로 유입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해졌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1차 공공기관 이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지역사회와 정치권 등에서 공공기관 추가이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직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상기관 선정의 범위와 추진속도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지역과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조정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 과제에서 지적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산업과의 연관성 강화, 혁신도시 정주여건 강화 등의 정책적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정부, 국회와의 보다 구체적인 조율이 필요한 만큼, 균형위는 차분하게 준비해나가겠다.

-2차 혁신도시 계획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이 역시 1차 혁신도시 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혁신도시 조성 및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지역 인구 증가, 지방세수 증가 등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기업유치나 산업 활성화, 정주여건, 주변지역과 상생 측면에서 다소 본래의 계획과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혁신도시를 ‘신 지역성장’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2018년 2월부터 혁신도시 시즌2와 종합발전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유치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입주기업 지원 확대, 지역기업 우대, 맞춤형 특구지정, 산•학•연 클러스터 육성 등을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나
▶광역•연계교통 확대하는 것처럼 교통편의를 제고할 것이다. 혁신도시 KTX, 고속•시외버스 노선을 확충하고 KTX 연계 버스 노선을 개설할 것이다. 또 문화•체육시설이 포함된 복합혁신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복합혁신센터 10개소 전체를 2020년 중 착공하고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개관한다. 혁신도시연계 도시재생(광주 상생게스트하우스)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지역의 민간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 입주 유도책을 강구할 것이다.

-리쇼어링 정책이 지방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리쇼어링 정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균형위에서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복귀가 수도권 과밀을 촉진하기보다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부처에서 해외공장의 국내유턴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로 돌아오려는 기업에게 지역으로 갈 경우, 교육, 의료, 주거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기업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 지역 유인전략으로 어떤 전략을 세웠나
▶3S가 필요하다. S는 Scatter, 분산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얻는 교훈은 분산의 필요성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국내로 리턴하는 기업이 다시 밀집된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둘째, S는 Sweet이다. 해외에 나가 있던 것보다 달콤한 조건을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 재정, 세재, 규제 완화 같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S는 Smart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있다. 밀집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산업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선 지방대학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는 대학 서열화 문제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대학을 살릴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교육의 의미는 인적자원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Steady and stable growth)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주제는 지방대학이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현실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생존의 위기, 수도권 대학에 밀리는 경쟁력 저하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역인재 육성에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점은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지역의 수요와 지역의 여건에 부합하도록 재편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학의 지식과 정보, 종합적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자체와 대학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대학은 지역의 전략산업, 경제, 문화 등 지역 수요에 대응하는 학사구조와 교육과정 개편 등 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인재의 지역정착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을 대학과 같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역교육 현장의 어려움 및 불합리한 제도 개선, 지역에서 요구하는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가칭)‘교육분야 균형발전지원단’을 구성한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사진=균형위 제공
-벌써 취임 5개월을 보냈다. 그동안의 소회를 말해달라
▶엄중한 시기에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식적인 대외 활동에 약간의 부족함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국가균형발전정책 전반에 대해 두루 파악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대통령 자문위원회로서, 국가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로서, 정말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만 3년이 지나가고 있는 현 시점은 국정목표에 따라 추진된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이끌어내기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결론은 기업정착이다. 장기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기업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에 친기업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위원회를 이끌 예정인지
▶문재인 정부가 국정 목표에 따라 그동안 균형발전 정책을 진행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이끌어내겠다. 동시에, 당장의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큰 방향성을 두고 작은 물꼬를 하나씩 터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 그 방향은 바로 ‘사람’ 중심의 균형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1956년, 경상북도 의성 출생
경북대학교 생물교육학과 학사•석사
코펜하겐대학교 대학원 분자생물학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객원선임연구원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경북대학교 교수회 부의장
대안가정운동본부 이사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