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서초동 검찰청사로 향하는 시선들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0.10.01 09:58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9월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습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관련 의혹이 부각 되면서 국정 현안은 모두 묻혔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공방만이 오갔습니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추미애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번 의혹은 추 장관 아들이 휴가 연장을 받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청탁이나 압력이 있었는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추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사안이지만 관련자 제보가 새로이 나오면서 자대배치, 올림픽 통역병 청탁 의혹 등으로 확산됐습니다. 추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에도 공은 검찰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은 어김없이 재현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는 원내대변인 논평까지 나오면서 여당 의원들의 안이한 대응이 민심을 자극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처음 의혹을 제기한 당직 병사를 향해 "단독범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정부 질문을 '추미애 인사청문회'로 둔갑시킨 국민의 힘 역시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야 대표가 정례대화를 약속하며 협치를 외치고 있지만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객관적 사실조차 해석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리한 증거는 외면하고 유리한 증거만 보는 극단의 '확증편향'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 이어 추 장관 아들 의혹사건도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검찰의 껄끄러운 역학관계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째 이뤄진 검찰인사가 마무리된 뒤 본격화됐습니다. 검찰은 수사 개시 8개월 만에 핵심 관계자들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뒷북수사'입니다.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낸 검찰은 추 장관 아들 의혹사건을 조만간 결론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1년 전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달려들었습니다. 수십 명의 특수부 검사들이 투입돼 관련자들을 이 잡듯 조사했고 70여 곳에 달하는 기관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조사 대상과 범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검찰권 행사'가 얼마나 불균등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줍니다.

검찰 수사가 정국의 중심에 등장하며 각종 선거에 영향을 끼친 '흑역사'가 있습니다. 1997년 대선 때는 여권 진영에서 북측에 휴전선 무력시위를 요청했던 '총풍'과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선거자금 모금의 '세풍'이 있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인 '병풍'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이명박 후보가 연루된 BBK 수사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바람'들은 메가톤급 후폭풍을 일으키며 선거결과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검찰은 언제나 선거 중립을 선언하지만 권력 교체기 때 여야 양쪽의 약점을 쥐었다가 권력이 바뀌면 잽싸게 승자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은 검찰을 앞세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거나 집권 뒤에는 정적들을 압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 오래전 얘기들이 아닙니다.

여권 인사들이 전방위로 추 장관 수호에 나선 진짜 이유는, 추 장관이 사퇴할 경우 검찰이 현 정권 비리 수사를 본격화 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란 말이 나옵니다. 현 정부 임기는 2022년 5월 까지입니다. 차기 대선일은 그해 3월 9일로 1년 6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요즘 서초동 검찰청사로 향하는 시선들이 유난히 따갑습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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